'탈덕수용소'에 승소한 스타쉽엔터,
유의미한 선례 될까?

대혐오의 시대, 사랑에 승산 있나?

가수 아이유가 공개한 'Love wins all' 트랙 인트로 전문 (출처 : EDAM엔터테인먼트)
가수 아이유가 공개한 'Love wins all' 트랙 인트로 전문 (출처 : EDAM엔터테인먼트)

‘누군가는 지금을 대혐오의 시대라 하지만,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최근 가수 아이유는 신보 ‘Love wins all’을 발표하며 곡에 담긴 메시지를 대중에 전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의구심이 일렁인다. ‘결국 사랑이 이길 텐데?’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혐오하고, 비난하는 세태가 만연해진 시대에서 우리는 진정 사랑이 승리하는 그 날을 마주하게 될 수 있을까.

유튜브에서 여전히 판을 치는 사이버 렉카 (출처 : 유튜버 '루미나크')
유튜브에서 여전히 판을 치는 사이버 렉카 (출처 : 유튜버 '루미나크')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환경이 익숙해진 상황 속 혐오의 시대를 만들어가는 데 기름을 부은 건 바로 ‘사이버 렉카’다. 이들은 보통 연예계에서 일어나는 이슈나 사건들을 자극적으로 짜깁기해 영상으로 만들어 퍼뜨린 뒤, 조회 수를 높여 영리를 취하는 방식으로 행위를 반복해왔다.

이러한 사이버 렉카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유는 특정인에 관한 루머 혹은 허위 사실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퍼트리고, 사람들의 혐오를 부추기는 주범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렉카가 특정인을 저격하는 영상을 올리면, 해당 영상에 관한 이슈가 커뮤니티에서 재생산되고, 이후 ‘사이버 불링’으로까지 이어지는 현상이 만연해진 상황이다.

 

가수 장원영, '탈덕수용소'에 승소하며 사이버 렉카 근절에 신호탄 울려

탈덕수용소가 장원영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담아 제작한 영상 (출처 : 유튜버 '탈덕수용소')
탈덕수용소가 장원영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담아 제작한 영상 (출처 : 유튜버 '탈덕수용소')

 

수많은 사이버 렉카 중 가장 악명이 높은 건 유튜버 ‘탈덕수용소’다. 탈덕수용소는 특히 대중문화예술계의 아티스트들을 상대로 악성 루머를 지속적으로 유포해오며 피해를 줬다.

그중에서도 ‘불화’, ‘왕따’, ‘열애’에 관한 자극적인 키워드를 이용해 유독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는데, 결국 장원영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22년부터 법적 대응을 진행해온 끝에 최근 탈덕수용소를 상대로 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 승소하며 사이버 렉카 근절에 유의미한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타쉽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입장문 (출처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스타쉽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입장문 (출처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이번 판결만으로 사이버 렉카에 대한 완전한 처벌 길이 열린 것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장원영의 경우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측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을 통해 유튜버 ‘탈덕수용소’에 관한 운영자 정보 제공 명령을 이끌어냈지만, 보편적으로는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진행하려 해도 신원 확보라는 초기 단계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이버 렉카를 향한 처벌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사이버 렉카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이유

(출처 :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출처 :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현행법상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상에 허위 사실 혹은 사실을 드러내는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사이버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 허위 사실을 이용한 사이버명예훼손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사실을 적시하는 사이버명예훼손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사이버 렉카의 경우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어 처벌을 받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확정적인 단어 대신 ‘의혹’, ‘논란’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명시적인 욕설 및 비방을 가하기보다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해 고발하기 어렵게 한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이버 렉카의 진원지로 불리는 ‘유튜브’ 플랫폼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가해자에 대한 신원정보를 요청해도 협조받기가 어렵고, 허위 사실로 소명하기까지 기하급수적인 시간이 걸려 피해자의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국내 플랫폼인 네이버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들어오면,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신원정보를 파악해 수사기관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협조를 해주기 때문에 가해자를 특정하기 쉽지만, 해외 플랫폼인 유튜브는 수사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 가해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고, 수사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현재 유튜브가 1인 미디어로서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방송법으로 규제할 수 없고, ‘언론’으로도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언론중재법의 적용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플랫폼 차원에서 사이버명예훼손을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한양대 ERICA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인 A씨는 “유튜브를 보다 보면, 너무나도 많은 사이버 렉카들이 특정인에 관한 루머를 사실인 것처럼 날조하는 일이 심각해졌다.”라며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사이버명예훼손 범죄 및 무분별한 악플에 대한 제도를 정비해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주길 바란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건전한 온라인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첫걸음

‘탈덕수용소’ 유튜버 박 씨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허위 사실인 줄 몰라”, “연예인에 대한 알 권리”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적 목적의 영상이라는 허울뿐인 변명으로 표적이 된 피해자에 정신적 고통을 가하고, 스스로는 영리를 취하려는 영악한 행동이 명명백백히 지탄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눈에 띄는 적의로 점철된 잿빛의 세상에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지독히 함께인 사랑을 무기로 승리하길 바란다는 아이유의 말처럼, 부디 미움과 혐오로 도배된 사이버 렉카들이 근절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이들이 존중받는 온라인 문화가 형성되길 간절히 고대한다.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