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핵산 추출 기법을 활용한 일회용 전처리 칩 개발
시료 전처리부터 결과 도출까지 50분 이내에 가능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어"

이준석 화학과 교수가 곽노균 기계공학과 교수, 연세대 신용 생명공학과 교수와 3년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복잡한 과정 없이 빠르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일회용 전처리 칩(샘플 정제 및 농축, 혼합물 분리 등 핵산 샘플을 전처리하고 준비하는데 사용되는 칩)을 개발했다. 기존의 미세 유제칩에 3차원 다공성 나노구조를 통한 표면 면적 증가 및 유체 흐름 개선이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개발한 결과다. 

 

▲ 일회용 전처리 칩 개발에 힘쓴 이준석 화학과 교수와 연구실 제자들. (오른쪽부터 전은영(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씨, 김수연(화학과 박사과정) 씨) ⓒ 이준석 교수
▲ 일회용 전처리 칩 개발에 힘쓴 이준석 화학과 교수와 연구실 제자들. (오른쪽부터 전은영(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씨, 김수연(화학과 박사과정) 씨) ⓒ 이준석 교수

해당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에 게재돼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의료 발전에 이바지한 이 교수를 만났다. 

 

21세기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새로운 기술들의 지속적 개발 필요성 대두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2019년에 시작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바이러스는 사람들의 건강뿐 아니라 생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한 번쯤은 받아본 코로나19 검사 방식인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은 라는 분자진단 기술로, 증상 발현 후 바이러스 유전체를 빠르게 축적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PCR 검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핵산 추출 기법(생물학적 샘플로부터 DNA나 RNA를 추출하는 과정으로 유전체 연구, 유전자 조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전처리 단계)이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이 교수가 새롭게 개발한 전처리 기술 역시 핵산 추출 기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핵산 기반 진단 방법에 대해 "암, 유전 질환, 감염병의 정확하고 민감한 검출이 가능하다"며 "현재의 기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료의 오염 및 손실의 위험이 크며, 무증상이나 전증상 기간 동안에는 병원체의 검출과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전처리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중 나노구조 필름의 개발

새로운 전처리 기술은 감염병 핵산 시료를 검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 기술은 이중 다공성 실리카 나노필름으로 된 칩을 사용하여 시료를 처리한다. 이렇게 처리된 시료는 근적외선 기반 발광 공명 에너지전달(LRET) 분석을 통해 검출된다. 

전은영(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씨가 개발한 이중 나노구조 필름은 표면적을 기존 면적에 비해 20배 증가시킴으로써 바이러스 및 병원균 포획 효율이 대폭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내부의 특이한 구조로 유도되는 나노소용돌이 현상은 활발한 유체 미끄러짐 현상을 유도한다. 유체 미끄러짐 현상은 유체가 표면을 통해 미끄러져 이동하는 현상으로, 입자와 표면 간의 충돌을 증가시켜 바이러스 및 병원균의 포획을 향상시킨다. 

 

▲ 이중 나노구조 필름이 내장된 일회용 전처리 칩과 시료 전처리 과정의 모식도. 이중 나노구조 필름에서 나노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이준석 교수
▲ 이중 나노구조 필름이 내장된 일회용 전처리 칩과 시료 전처리 과정의 모식도. 이중 나노구조 필름에서 나노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이준석 교수

이 교수는 기술의 원리에 대해 "나노소용돌이 현상은 입자들이 필름 표면에 더 가까워지도록 하여 타겟 물질과의 접근성과 포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하며 "새로운 나노필름 구조로 추출된 샘플은 기존 방식으로 추출된 샘플보다 100배 낮은 검출 한계를 달성했다"고 효과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전처리부터 검출까지 50분 이내에,

빠르고 고감도의 LRET 분석법 활용해

발광 공명 에너지전달(LRET) 분석법은 수 나노미터 거리 내에 위치한 두 나노 소재 간에 일어나는 에너지 전이 현상이다. 타겟 핵산이 있을 때, 두 나노 소재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에너지 전달이 유도된다. 이때 나노 입자의 발광 신호 세기 변화를 통해 정확하게 타겟 핵산을 검출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아산병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제공 받은 임상 시료에 100퍼센트 민감도를 달성하며 바이러스 검출 분야에서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고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현재 김수연(화학과 박사과정) 씨가 개발한 근적외선 LRET 분석법을 활용해 암환자의 마이크로RNA(miRNA)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연구들이 추후 상용화된다면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질병 진단에 활용될 수 있다"고 의료 현장에서의 활발한 이용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한양대에 오기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는 이 교수는 "그곳에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산업에 쓰일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성 나노소재를 합성하고 이를 헬스케어와 환경분야에 응용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이 교수와 연구실 제자들은 함께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를 해나갈 의지를 다졌다. ⓒ 이준석 교수
▲ 이 교수와 연구실 제자들은 함께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를 해나갈 의지를 다졌다. ⓒ 이준석 교수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통해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애정 어린 인사를 전했다. "연구가 쉽지는 않지만 연구실의 훌륭한 학생연구원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면서 연구할 수 있어서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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