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한양대학교 취업지원센터에서 지난 2012학년도 동계 방학 중 시행되었던 '청년 직장 체험 프로그램(하이웹) 실습 후기 중 우수작으로 선정된 글로써, 작성자는 익명으로 표기됨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수상내역 : 후기 공모전 1등

□ 소속 : 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 실습 기관명 : 엘림 글로벌

□ 실습기간 : 2012년 12월 24일 ~ 2013년 2월 22일
□ 실습내용(부서/직무) : 기술영업팀

 

이번 HY-WEP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공부를 하던 중 학교 취업지원센터에서 온 HY-WEP 안내 문자를 받았고, 매번 오는 문자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시험공부를 잠시 쉴 겸 해서 프로그램 공지사항을 읽어보았습니다. 딱히 겨울방학에 할 일도 없었고, 실무에 대한 궁금증도 많이 있었기에 생각했던 것 보다 괜찮은 프로그램이라 생각되었고, ‘설마 되겠어?’ 라는 마음으로 간단하게 지원서를 작성 후 적당히 전공과 일치하는 회사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지원을 해서 기말고사가 끝나고 HY-WEP에 합격하였다는 소리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하지만 이전까지 전공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 고민을 다소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HY-WEP 실습을 하면서 직장에 다니는 제 모습을 조금씩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HY-WEP으로 입사하게 된 회사는 ‘엘림글로벌’이라는 작은 무역회사였습니다. 비록 회사 규모는 작지만 하는 일은 정말 회사 이름처럼 글로벌했습니다. 국내 연구원과 대학기관 및 기업 연구소와 같은 연구 시설에 사용되는 고가의 분석 장비를 해외에서 수입하여 국내에 팔거나 중계를 해주는 무역업을 하는 회사였습니다. 가장 놀란 것은 매일 아침에 사장님을 포함한 전 사원이 예배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회사 설립 당시 사원이 모두 종교를 기독교로 하여 사내에 기독교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내 분위기는 정말 주말 교회와 같았습니다. 모두들 온화하게 대해주시고 나이가 많으신 팀장님도 실습생인 저에게 존대를 해주셔서 처음엔 오히려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사내 사원들 모두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이런 분위기의 회사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회사인 만큼 다소 간단한 조직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경영지원팀과 서비스팀 몇 명을 제외한 모든 분들이 전부 영업팀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가 작아 맡은 일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조금 힘들어 보였습니다. 영업이 주된 사업인 회사여서 모든 분들이 외근과 출장을 일주일에 3~4번씩은 하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게 모두들 나가셔서 회사가 다소 썰렁하게 느껴진 적이 많았습니다. 제가 속한 영업팀에서는 과장님과 대리님 그리고 저 이렇게 3명이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영업팀이 두 팀이 있지만 저희 팀은 유기재료 관련 분석기기를 다루는 팀이었습니다. 두 분 모두 일도 잘 하시고 친절하게 교육도 잘 해주셔서 그분들의 근태를 보고 본받을 만 한 점을 많이 발견하였습니다. 이를 잘 배워 다음에 제가 정식으로 회사에 입사하였을 때 이렇게 근무를 하면 회사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한 일은 우리 팀에서 다루는 분석 장비를 사용하는 전국의 대학교 연구실과 교수님의 연락처를 정리하는 것(User Finding)이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데이터가 나와서 지치기도 했지만 장비 하나만 팔면 생기는 수익을 듣고 나서는 열심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입찰정보를 대리님에게 알려드리는 일을 하였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다루는 장비가 올라오는지 확인한 뒤 출력하여 보여드리면 대리님이 입찰에 들어갈지 여부를 결정을 하셨습니다. 실제로 제가 찾아낸 입찰정보를 통해서 3~4개 정도 공고에 입찰을 들어갔습니다. 이럴 때마다 왠지 모르는 보람을 느끼게 되어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가끔씩 영어 번역도 하였습니다. 영어 실력이 좋지는 않은 편이라 처음에는 힘이 들었지만 조금씩 찾아가면서 번역을 해보니 나중에는 해볼 만 했습니다. 제가 번역한 것은 제품의 설명서입니다. 대부분 외국제품이기 때문에 설명서가 모두 영어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구매자들이 모두 영어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서 고객이 알아보기 편리하도록 설명서를 한글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외근을 나가시는 서비스팀 사원을 도와야 할 일이 생겨서 같이 외근을 나갔습니다. 평소에 외근을 나가시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었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차로 이동하며 직무에 관련된 많은 얘기를 하였고, 평소에 자주 고민하던 사소한 질문도 친절하게 답변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의외로 생각보다 멀리까지 외근을 가시기에 매번 이렇게 외근을 나가면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은 팀장님의 배려로 반도체 전시회도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1년에 한번 열리는 이 전시회에 온 이유는 우리가 취급하는 장비가 어떤 회사에 필요할지 알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생소한 이름의 전시회이니 별거 없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상당히 큰 규모의 전시회였기 때문에 결국에는 다 둘러보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전시회가 있었다는 것을 4학년이 되어서야 알았던 제 자신이 너무 한심했습니다. 전시회에 데리고 가주신 팀장님께 정말 감사하였습니다. 이곳에 있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평소 관심에 있었던 기술영업에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학교 내에서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를 회사에서 직원 분들로부터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고 제가 모르는 전공에 관한 지식을 가르쳐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마침 제가 이 분야에 궁금하여 물어볼 질문이 많이 있던 터라 그 동안 쌓인 질문을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저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HY-WEP을 통해서 그동안 막연하게 그려왔던 제 비전을 조금이나마 뚜렷하게 그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신소재공학부라는 제 전공과 관련이 있는 분야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에 맞게 제 분야를 어느 정도 정할 수 있었습니다. 또 대다수 공대 학생들이 많이 가는 직무인 엔지니어나 연구 개발이 아닌 기술영업이라는 또 다른 직무를 더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되어서 해당 직무로 제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일을 하면서 제가 회사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비록 2달만 근무하는지라 많은 일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그 중에도 잘 했던 일, 못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 인터넷 검색이나 오피스 프로그램을 자주 다루어서 이와 관련된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User Finding이 그 예인데, 전국의 교수님들의 연락처와 메일주소, 연구실 위치 등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데이터의 양이 많아 힘이 들었지만 평소 요령이 있어 일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과장님께 자료를 제출할 때에 깔끔하게 잘 했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은 저에게 제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못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팀장님께서 보내주신 사이트에서 제품 카탈로그 관련 자료를 다운받아 보내달라고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자료의 양이 꽤 많아 자료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다 받는 대로 보내드렸습니다. 하지만 팀장님께서는 저에게 원한 것이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 자료가 제 전공에 관련이 되어 보여서 저에게 자료를 다운받으며 조금씩 살펴보라는 깊은 뜻이 있던 것이었습니다. 이 후에 팀장님께서 이런 일이 나중에 회사에 가서도 상사가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그 의도를 파악하라는 충언을 들었습니다. 이 때 이번 HY-WEP 동안에 가장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생각보다 회사생활이 재미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소 대학생활에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고등학교 시절의 규칙적인 생활을 그리워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동안 회사생활을 하면 상당히 피곤할 것 같지만, 2달 동안 아침 일찍 일어나 오랜 시간동안 출퇴근을 하는 동안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HY-WEP을 마치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저의 부족한 어학실력과 전공지식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HY-WEP이 끝나는 대로 교내에서 지원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에 다닌 회사가 무역을 하다 보니 영어의 필요성을 제 두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회사 사원들 중에도 대다수 분들이 해외 구매처의 직원과 통화를 할 때 긴장을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가끔 직원 분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래서 대다수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어학연수의 필요성을 깨닫고 1년 정도의 휴학을 통해 제 어학실력을 한층 올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여태 전공에 대한 회의감으로 전공공부에 다소 소홀히 하였던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HY-WEP에서 실무를 통해 전공 지식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록 제가 전공과 관련이 없는 직종에 가게 되더라도 기본적인 과학지식이 있어야 제가 원하는 기술영업이라는 직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정 수준의 어학실력을 쌓은 후에는 그동안 소홀히 한 전공 지식을 쌓아 제가 원하는 분야에 박학다식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인간관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과의 관계라고 하던 저희 팀 대리님의 말씀이 저에게 크게 와 닿았습니다. 실은 최근 들어서 개인적으로도 가장 힘든 것이 인간관계라고 느꼈던 터였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영업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지원을 기피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던 팀장님의 말씀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업이 회사의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직무라고 생각합니다. 2달 동안 근무를 하며 영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어릴 적부터 생각했던 회사원의 이미지 그 자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힘든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동시에 무척 보람이 있다고 말하는 직원 분들의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바로 그런 모습들이 저를 기술영업이라는 직무에 매료되게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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