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중앙데일리 사진부국장 박상문 동문(연영 78)

30년동안 사진 하나만 생각한 진정한 언론인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때로는 수많은 문장보다도 단 한 장의 사진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한 장의 사진을 기사에 담기 위해 사진기자들은 수없이 셔터를 누르고 순간의 순간을 렌즈에 담는다. 30년 넘는 동안 카메라를 잡은 박상문 동문(연영 87)으로부터 찰나의 순간을 역사로 만드는 사진기자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가장 험한 곳에서 역사의 증인이 되다

 

박 동문이 촬영한 사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진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자이툰 부대 방문 때의 사진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2주 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파리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공식 일정에 없던 이라크 방문을 선언하고 기수를 중동으로 돌렸다. 쿠웨이트에서 수송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여건 상 모든 기자들이 이라크에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서로 이라크에 가려고 했다. 그들에게 위험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제비뽑기를 통해 취재 기자로 뽑힌 박 동문은 그 곳에서 대통령과 국군 장병이 포옹하는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그때의 그 사진이 나가고 나서 노 대통령 지지율이 많이 올라갔어요. 국가 원수가 자신감을 갖고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거잖아요. 저 개인적으로는 국가 원수가 장병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가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고요. 그런 의미에서 정말 의미있는 사진이었다고 생각해요.”

 

   

 

기자들은 보다 빠르고 현장감 있는 보도를 위해서 때로는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박 동문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취재를 가장 위험한 순간으로 기억했다. “다리 상판이 강바닥으로 떨어진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다리 밑이나 교각 위 보다는 높은 곳에서 찍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헬기를 타야했죠. 그 날 비가 오는데도 기자들이 경찰헬기를 서로 타려고 했어요. 문을 열어놓은 만원 헬기 위에서 기자들이 서로 사진을 찍으려고 했어요. 안전벨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헬기가 조금만 기울어도 다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내가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다른 기자들보다 좋은 각도로 사진을 찍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더라고요.”

 

사진가이자 언론인, 사진기자

 

흔히 사진기자라고 하면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운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업에서 활동하는 사진기자 중 사진을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박 동문은 말한다. 사진기자도 취재기자와 동일하게 작문과 상식 시험을 봐야하고 사진 실기 시험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 “꼭 사진을 전공한 사람만 사진기자가 되는 건 아니에요. 사진은 입사해서 배우면 된다는 인식을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후배 사진기자들의 전공을 보면 사진하고 전혀 관계가 없어요. 신문방송학과처럼 언론과 관계가 있는 학과를 나온 사람도 있지만 화학공학과나 신학과를 나온 사람도 있거든요.”

 

박 동문은 여러 현장을 두루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사진기자의 매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취재기자는 보통 수습기간이 끝나고 나면 배당된 출입처에 대한 기사를 주로 작성한다. 하지만 사진기자는 현장에 있어야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항상 발로 뛰어야 한다. “30년동안 사진기자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취재를 넘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권력이 높은 사람부터 아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고요. 그래서 저는 사진기자로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박 동문은 “현장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진이 가장 좋은 사진”이라고 말한다.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박 동문은 언제나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검찰에 누가 출두한다고 하면 수십명의 사진 기자들이 미리 서있잖아요. 그 많은 기자들이 찍은 사진 중에서도 가장 좋은 사진을 찍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에요. 그래서 현장에서 사진기자들은 매일 경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도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저라면 어떻게 저 장면을 찍을지 상상해봅니다. 또 인터뷰를 나간다고 하면 인터뷰이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연구를 많이 하고요.”

 

30년간 한결같이 사진기자의 길을 걸어온 박 동문은 이제 현장에서 가장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사진기자가 됐다. 지금까지 박 동문을 사진기자로 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크고 작은 모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언론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힘든 시험을 거쳐 언론인이 됩니다. 하지만 일이 조금 힘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표를 내는 친구들을 많이 봐왔어요. 그 동안의 노력을 잊고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기도 하죠. 하지만 때로는 언론이라는 일에 대해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최근 SNS를 통한 정보 전달이 확산되고 수많은 인터넷 매체의 난립으로 기존 언론의 위상이 많이 낮아졌다. 이러한 세태에서 진정한 언론인의 역할과 사명이란 무엇인지, 박 동문의 삶은 그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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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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