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 칼럼니스트 박상미 동문 (대중문화 · 시나리오학 박사)

박상미 동문(대중문화∙시나리오학 박사)에게는 많은 호칭이 붙는다. 때로는 '독립영화 감독'이자 '문화 평론가'이고, 때로는 '칼럼니스트'이자 '에세이 저자'가 되기도 한다. 세상에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아 문학, 심리 상담, 대중문화와 시나리오까지 두루 공부하며 두 대학에서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요즘 박 동문은 더 많은 이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싶어 신문과 라디오,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손 내밀고 있다. 치열하고 힘든 인생, 그러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오리라는 박 동문의 조언을 전해본다.

 

 

글, 사람, 그리고 인생을 공부하다

 

박 동문의 삶은 무척 파란만장하다. 중고등학교 재학 당시에는 학교보다 도서관을 밥 먹듯 드나들었고, 교과서보다는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전집을 끼고 살았다. 좋아하고 가슴이 뛰는 문학 작품을 읽으며 숱한 밤을 하얗게 지새웠으나, 학교 수업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기에 박 동문에게는 '글 쓰는 문제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래도 박 동문은 글이 좋았고, 책이 좋았다. 매주 한 편은 예술 영화를 봤고, 고등학교 때는 전국대학문예 공모전에 참가해 여러 차례 수상하며 문학 특기생이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다. 문학의 세계는 꿈 많은 여대생에게 펜을 쥐게 했고, 글을 쓰게 했다. 오랜 시간 문학에 파묻혀 지냈으나, 문학을 향한 박 동문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책과 영화 속에서 만난 인물들과 항상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저도 책과 영화 속의 인물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나아가 책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죠."

 

   
 ▲ 지난 10월 19일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상미 동문(일반대학원 대중문화∙시나리오 박사)은 학업과 일에 정진해 온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그러나 박 동문이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의 어느 날,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집안의 가세가 기울고 말았다. 오직 학업에만 매진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박 동문은 독일 유학의 꿈을 접고, 대학 4학년 때부터 직장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을 선생님으로 지내왔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분명 멋지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박 동문의 가슴 한 켠에는 항상 배움에 대한 끝없는 갈증과, 문학에 대한 열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긴 고민 끝에 박 동문은 결국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고, 다시 한 번 문학을 탐구했다. 저녁에는 대입 입시컨설턴트, 낮에는 학생이 되어 학업에 정진했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박 동문에게는 배움의 끈을 놓는 것이 더욱 불안한 일이었다.

 

학문의 길에는 끝이 없었고, 그래서 박 동문 역시 학업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박 동문은 석사 학위를 취득했음에도, 또 다시 우리대학 일반 대학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박 동문은 워낙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기에 두 번째 석사 학위 도전에 망설임은 없었다. 문학 외 다른 분야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기에 우리대학에서 박 동문은 '심리상담'을 전공했다. 박 동문이 가진 '두 대학 석사 학위'라는 흔치 않은 이력은 이렇게 탄생했다. 박 동문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고 결심하면서, 직장 생활을 완전히 접었다. 36살 이후 본격적으로 글을 쓰며 평론과 칼럼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대학에서 강연하며 꿈 많은 대학생들과 소통했다. 물론, 박사 과정에 지원해 학업에 몰두하는 일 역시 잊지 않았다.

 

 

소외된 이들에게 사랑을

 

우리대학에서 대중문화∙시나리오 박사 학위에 도전하면서, 박 동문은 삶의 전환점과 만나게 된다. 독일 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방학마다 독일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시나리오를 공부하며 영화에 깊이 빠져든 박 동문은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를 그녀의 손으로 제작하겠다고 결심했고, 독일 바이로이트대학교 영화전공 대학원생들과 처음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미혼모와 입양인에 대한 솔직하고 섬세한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마더 마이 마더>와 <베이비박스>, <낙태>는 이렇게 탄생했다. 박 동문은 "영화 전공 친구들 틈에 껴서 먹고 자면서, 발로 뛰며 영화 제작을 배웠다"고 말하며, "직접 미혼모들과 입양인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고 회상했다.

 

   
 ▲ 우리대학에서 대중문화∙시나리오 박사 학위에 도전하면서, 박 동문은 독일 바이로이트대학교 영화전공 대학원생들과 함께 처음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박 동문이 '미혼모'와 '입양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사교육계에서 일하던 박 동문은 교육의 현장에서 가난한 아이들이 철저히 배격 당하고, 소외 당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목격했다.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이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대물림 되고, 결국 가난한 아이들은 교육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었어요." 충격을 받은 박 동문은 수 많은 고아원과 복지원에 연락해 '아이들의 공부를 무상으로 돕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단 한 명의 아이도 수업을 원치 않았다. "이 곳의 아이들은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격차를 느끼고, 공부를 포기한지 오래"라는 관계자들의 말에, 박 동문은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눈을 돌리니, 주변에는 소외된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제가 그들에게 너무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더군요. 우리가 몰랐던 소외된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글을 쓰고 영화를 제작하면서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 ‘함께 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박 동문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문화와 영화 평론은 물론, 경향신문 주간경향에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이란 이름으로 2년째 매주 인터뷰와 유럽문화기행을 연재하고 있다. KBS 2TV <아침> 프로그램에서는 문화평론가로 출연하고 있으며, 대학과 교도소에서는 영상치유과정을 만들어서 강의하고 있다. 물론, 박 동문에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박 동문은 "자세히 보면 모두 다 연결되어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우리 삶에 대한 글을 쓰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영상을 만들며 사람들의 공감과 치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 영화, 방송 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거에요."

 

 

진실과 진심과 사랑을 담아

 

얼마 전, 박 동문은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라는 이름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2014년부터 경향신문에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해왔던 19인의 인터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오랜 시간 펜을 들었고 책을 손에서 놓아본 적 없는 박 동문이지만, 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일생을 글로 담아내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사람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은 그 분의 평전을 쓰는 일과 같죠. 한 사람을 인터뷰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공부하고 작품을 모조리 다 봐야 하는, 노력이 정말 많이 드는 일입니다. 항상 진실과 진심, 그리고 상대에 대한 사랑을 담아 글을 쓰고 싶습니다." 박 동문이 하는 많은 일들과, 그 모든 과정에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진심과 사랑이 담겨있다. 박 동문은 앞으로도 계속 대중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쓰고,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고 싶다는 꿈을 꾼다. "공감과 치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하는 일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과 사랑을 나누는 박 동문의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 박 동문은 앞으로도 계속 대중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쓰고,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고 싶다는 꿈을 꾼다.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키워드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