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회적기업 레스닷피컴퍼니 대표 이재학(경영학과 4) 씨

미국의 자동차 기술자 월터 크라이슬러는 말했다. “많은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회가 문을 두드릴 때, 뒤뜰에 나가 네잎클로버를 찾기 때문이다.” 모두가 한국에서의 취업에 몰두할 때, 당당히 문을 박차고 나가 기회를 거머쥔 사람이 있다. 캄보디아에서 사회적 기업을 연 이재학(경영학과 4) 씨다. 이동검진 프로젝트를 통해 캄보디아를 누비고 있는 이 씨의 삶에 대해 들었다.

 

 

캄보디아에서 날개를 펴다

 

   
▲  이재학(경영학과 4) 씨는 캄보디아 최초의 사회적 기
업인 레스닷피 컴퍼니(Res.P Co.)를 설립해 이동검진사업
'HIP(Healthcare Improvement Project)'를 운영하고 있
다. (출처: 이재학 씨)

이재학 씨는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내 최초의 사회적기업 법인인 레스닷피 컴퍼니(Res.P Co.)를 설립했다. ‘전 세계인에 대한 응답(Respond to world-wide People)'이란 의미를 가진 이 회사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이동검진프로젝트 HIP(Healthcare Improvement Project)를 운영한다. “HIP는 병원에 방문할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고 건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캄보디아 봉제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건강검진프로젝트입니다.” 검진 항목으로는 기본적인 신체 검사를 비롯해, 피 검사를 통한 간, 신장의 기능 검사, 콜레스테롤 검사 등이 있다. 여기에 더해 건강, 위생, 영양에 대한 교육까지 제공한다.

 

봉제 산업은 캄보디아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황. 봉제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80퍼센트 이상이 여성이며, 한 달에 200불 남짓의 임금을 받고 있다. 그나마도 가족 부양을 위해 상당액이 지출되는 실정. 이들은 돈을 절약하기 위해 3~5평 가량의 공간에서 합숙하고, 하루 1불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비위생적 환경에 노출돼 있고, 건강 상식이 부재해 몸이 아프기 전까지 질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재학 씨는 이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들에게 적절한 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했고, 고심 끝에 일반 버스를 개조해 ‘의료 버스’를 제작하기로 했다. 검진 차량이 봉제 공장에 방문해 건강 검진 및 건강 관리 교육을 실시한다는 아이디어였다.

 

이재학 씨는 이에 레스닷피 컴퍼니를 설립하고, 계획을 현실로 옮겼다. 지난해 7월 말, 이동검진 프로젝트를 런칭해 3개 회사, 4개 공장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또 주말에는 현지 최대 의료봉사단체인 'Doctor of Alliance, UYFC' 및 'TYDA-Volunteer'와의 협력을 통해 지방 거주민들을 대상으로도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작년에만 4,50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및 관련 교육을 실시했으니 실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은 셈. 이 씨는 “캄보디아에서는 양질의 약을 처방 받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일시적인 검진에서 멈추지 않고, 추가 교육을 통해 건강에 대한 인식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이 활동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 이동검진프로젝트 팀은 의료버스를 타고 봉제 공장을 방문해 노동자들에게 검진을 실시하고, 추가적인 건강관리 교육을 진행한다. (출처: 이재학 씨)

 

 

무스펙 취준생, 자신만의 길을 만들다

 

“전 아무런 ‘스펙’도 없는 사람이에요”. 대외 활동이나 인턴 경험이 전무하다는 이 씨. 공인영어 성적도 하나 없다. 다만 창업에 관심이 많아 창업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했고, 방학 때면 인력사무소에서 얻은 일자리로 돈을 벌어 여행을 다녔다. 그랬던 그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 왔다.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이라는 수업을 통해 한미숙 교수(LINC 사업단)를 만난 것. 한 교수와 지속적으로 상담하며 코트라에서 해외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GYB(Global Young Businessman)를 알게 됐다. 한 교수의 소개로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캄보디아 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서 졸업했다면 이력서에 아무 것도 내세울 수 없는 ‘취준생’에 불과했겠죠.” 캄보디아에서는 많은 부분이 달랐다. 사업을 직접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의료버스를 제작하고 건강 교육 컨텐츠를 만드는 등 이동검진 프로젝트를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았다. 물론 타지인이 캄보디아 사회 속에 잘 녹아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씨의 남다른 노력도 숨어 있었다. “저 외에는 11명의 직원이 모두 캄보디아 인이에요. 가정을 꾸리고 있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하루에 1불 남짓한 돈으로 살아가죠.” 이재학 씨는 그들의 삶을 직접 느끼기 위해 하루 1불의 생활을 감행했다. 처절한 삶을 몸소 체험한 이 씨는 직원들의 상황을 헤아려 월급을 더 높게 책정했다. 자신들과 공감하고자 하는 이 씨의 정성에 감동한 직원들은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했고, 이동검진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았다.

 

   
▲ 이재학 씨를 비롯해 의사 1명, 간호사 2명, 임상병리사 2명, 행정직 3명, 사무보조 1명, 운전기사 1명. 총 11명이 한 팀을 이뤄 이동검진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출처: 이재학 씨)

 

 

건강버스, 캄보디아에 희망지도 그린다

 

   
▲ 캄보디아 내에서 공로를 인정받고 있는 이재학 씨. 그의
발자취가 캄보디아를 점차 변화시키고 있다. (출처: 이재
학 씨)

캄보디아 현지에는 최대 의사 및 의료인들의 봉사단체인 TYDA-V라는 단체가 있다. 훈센총리의 아들이자 육군장군인 훈마넷 장군이 수장으로 있는 단체다. 이재학 씨는 이동검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매달 TYDA-V와 협력해 봉사활동을 진행해왔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에는 훈마넷 장군에게 표창장을 받았다. 또 ‘ASEAN-한국 중소 기업인을 위한 포럼’에 한국 대표로 참여해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동식 검진 사업을 진행했고, 올해는 이 사업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할 예정입니다.” 단발성 지원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변화를 꿈꾸는 이 씨. 이동검진 프로젝트를 통해 캄보디아에 희망의 지도를 그리는 그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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