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프로그램 메인 작가 정소진 동문(국어국문학과 96)

많은 이들이 방송작가를 꿈꾸지만, 작가가 하는 일을 선뜻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대본 집필에서부터, 방송 전체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직업이기 때문. 수많은 제작진들이 고군분투하는 방송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방송의 흐름을 책임지는 정소진 동문(국어국문학과 96). 많은 방송프로그램이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방송국에서의 치열한 17년

 

   
▲ 정소진 동문(국어국문학과 96)과 지난 21일 여
의도 KBS방송국 근처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
다. 정 동문에게 방송작가로 살아왔던 17년 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메인 작가는 프로그램 내 모든 코너의 대본을 총괄한다. 나아가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방송 전체 내용을 지휘 및 감독한다. 지난 2000년 입사해 올해로 17년째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작가 생활의 흐름이 끊길까 쉼 없이 달려왔다고 했다. 지금까지 정소진 동문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퀴즈 프로그램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작가로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할만한 방송사의 편성 업무를 맡기도 했다. 시간대 별로 프로그램 편성표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적절히 더하거나 빼는 업무다. 정 동문이 메인 작가가 된 것은 지난 2006년의 일. 이후로는 8년 간 청소년 퀴즈 프로그램 <도전!골든벨>을 맡았다. 현재도 시사교양 프로그램 <2TV 아침>에서 메인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정 동문은 학부 시절 들었던 ‘시 창작론 강의’를 통해 작가의 꿈을 꾸게 됐다. 학생들이 써 온 시가 수업 주제가 되는 강의였다. 당시 정 동문은 ‘모기향’을 주제로 시를 썼다. 정 동문이 쓴 시를 눈여겨본 교수가 “다음 시간에는 살충제로 시를 써보라”고 제안했다. 살충제로도 멋있게 시를 완성한 정 동문. 자유롭게 시를 쓰고, 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그 수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할 때 정 동문이 떠올린 것도 글쓰기의 즐거움이었다. “’어떤 일을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글 쓰는 일을 좋아한단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떠올렸죠.”

 

솔직하고 직설적인 대사가 매력인 예능 프로그램 작가를 지망했던 정 동문. 우연히 <생방송 화제집중>이란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방송계에 입문한다. 이후 , <사이언스 21>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KBS 메인 작가 자리까지 올랐다. 학부 시절부터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었던 정 동문은, 지금까지도 글 쓰는 일이라면 거침이 없다. 한번은 생방송 직전까지 대본을 완성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방송 진행 중에 급하게 대본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방송을 문제 없이 완성시켰다. 작가로는 처음 맡는 프로그램임에도 긴장하지 않고 대본을 써냈던 ‘강심장’의 면모다.

 

 

놓을 수 없는 긴장의 끈, 그래도 행복해요

 

제작진 수십 명의 긴장 속에 진행되는 생방송 프로그램 촬영. 방송 현장이 여과 없이 TV에 노출되기에 노련한 작가들도 매번 숨을 죽인다. 하지만 정 동문은 생방송 현장이 즐겁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생방송 중에 카메라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면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웬만하면 놀라지 않아요. 그럴 때마다 ‘이런 점이 생방송의 묘미다’라고 생각하곤 하죠.” 오히려 생방송은 녹화방송보다 더욱 생생한 현장을 담을 수 있어 좋다. 그러나 방송이 늘 쉬울 수는 없는 일. 정 동문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책임감을 방송 생활의 미덕으로 꼽았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방송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이런 점에서 방송 제작진은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책임감이 요구되는 일이에요.”

 

   
▲ 정 동문은 지난 2000년 입사해 올해로 17년째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퀴즈 프로그램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출처: KBS)

 

방송프로그램 작가는 맡은 프로그램의 종류가 달라지면, 작법도 바꿔야 한다. 정 동문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하다 보도국으로 옮긴 바 있다. 생소한 형식의 글을 써야 했을 땐 어떻게 내용을 구성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보도국의 특성상 글을 다소 선정적으로 써야 해요. 그런데 처음엔 익숙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싫었어요.” 하지만 곧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이런 글쓰기 방식이 ‘보도국의 매력’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일했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맡으면 사람들의 깊은 얘기를 듣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전문분야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맡으면 그 분야에 관해 공부하며 글을 쓰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어떤 분야의 작가로 일하던지 정을 붙이면 재밌다”는 정 동문. 그래서인지 정 동문의 이야기 속에는 자신이 맡아 온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나를 스쳐 간 소중한 인연들

 

정 동문은 작가로 일하며 만나는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방송에 출연했던 많은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만나며 지낸다고 했다. 방송계에서 일하며 그렇게 이어간 인연으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후배들에게 “살아가며 만나는 많은 사람들, 특히 대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그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라고 전했다. “학생들이 지금은 잘 못 느낄 수 있지만, 저는 한양대 학생들이 다들 정말 배울 점이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정 동문은 후배들에게 “대학교에 다니는 4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직업이 안정적이고, 금전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하면, 나중에 후회하기 마련이에요. 저도 만약 예전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지 않고 글 쓰는 일을 시작했으면 그 일에 미련이 많이 남았을 것 같아요.” 대학에서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라는 정 동문. 후배들도 자신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길 소망했다.

 

   
▲ 방송은 엄격한 심의규정 때문에 표현에 제약이 많다. 정 동문은 기회가 된다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팟캐스트에 도전에 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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