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십시일냥' 등 대학 내 고양이 돌보기 프로젝트 소개

‘캣맘’ 또는 ‘캣대디’.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며 돌보는 이들을 부르는 말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길고양이에게 온정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꿈꾸는 움직임은 이제 대학 캠퍼스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캠퍼스에 서식하는 길고양이에게 사료와 물을 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단체를 만들어 대대적인 보호 활동을 벌이는 곳도 생겼다. 한양대도 최근 그 대열에 동참했다. 캠퍼스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행냥이, 하냥이는 한양대 간판 스타

 

   
▲ 대학서적 직원은 한마당에 머무는 고양이들의
밥을 매일 챙겨주고 있다. (출처: 한양대학교 행냥
이 하냥이)

서울캠퍼스에는 총 9개의 주요 장소에서 최소 13마리의 길고양이가 서식 중이다. 학생들은 고양이를 발견하면 쓰다듬어 주거나 먹이를 사주는 등 애정 어린 손길을 보낸다. 지난 겨울에는 고양이가 누울 만한 작은 상자에 푹신한 담요를 깔아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페이스북에는 캠퍼스 내 고양이 사진을 게시하는 ‘한양대학교 행냥이 하냥이’란 페이지도 있다. 많은 이들이 꾸준히 고양이 사진을 제보하는 것을 보면 한양대 길고양이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페이지 덕에 캠퍼스 내 길고양이들은 연일 유명인사로 거듭나고 있기도 하다.

 

이전부터 캠퍼스 내 길고양이를 돌본 이들도 있었다. 한마당의 대학서적 직원은 그 중에서도 유명한 캣대디다. 한마당을 지나친 이들이라면, 서점 앞 난간에 앉아 사료를 먹거나 볕을 쬐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을 것. 한마당에 머무는 고양이에게 매일 밥을 챙겨주는 서점직원은 “고양이를 원래 좋아하는데, 일을 하다 보니 고양이들이 자꾸 눈에 띄었다”며 “밥을 챙겨주면 좋을 것 같아 지난해 5월 즈음부터 고양이 사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마리 정도의 고양이가 늘 찾아오는데, 이름도 지어주며 돌보고 있다”고 했다. 출근을 하지 않는 주말에는 사료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주말에는 먹이를 주지 못하니까, 고양이들이 굶을까 걱정이 되죠.”

 

 

십시일냥, 고양이를 향한 작은 관심이 모이다

 

   
▲ 한양대학교 고양이 돌보기 프로젝트인 '십시일냥'을 설립한
정민수(파이낸스경영학과 4) 씨와 지난달 23일 사회과학대학
에서 만났다. 정민수 씨는 "많은 학우들이 고양이를 귀여워한
다고 들었다"며 "이에 그치지 않고 고양이를 살리는 실천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한양대를 포함한 몇몇 대학은 캠퍼스 내 고양이를 효율적으로 돌보기 위해 고양이를 위한 단체를 만들고 나섰다. 고려대는 지난해 12월 ‘고려대 고양이 쉼터’라는 이름으로 고양이 돌봄 단체를 만들었다. 창립자인 정희영 씨는 “학교 내에 사는 길고양이들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위해 만들었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현재 고양이들에게 집과 사료, 마실 물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쉼터의 추가 설치 및 관리, 학내 고양이 지도 만들기, 중성화 수술 등을 계획 중이다. 현재는 동물권 세미나를 기획하며 길고양이의 권리 보장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민대에선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란 단체가 만들어졌다. 창립자인 이은지 씨는 “지난해 겨울 국민대 경상관 보일러실로 고양이 네 마리가 추락해 학생들이 힘을 모아 구출한 사건이 있었다”며 “구출한 고양이를 돌본 것을 계기로 국민대 학생들과 길고양이의 공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급식소 제작, 사료와 집 제공, 중성화 수술, 고양이 인식표 부착, 아픈 고양이 치료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2월 고양이 브로치를 만들어 판매했고, 뉴스 기사로 해당 활동이 알려진 뒤 다음카카오로부터 스토리펀딩 제의를 받아 모금하기도 했다.

 

한양대에서는 지난 3월 ‘십시일냥’이란 이름의 고양이 돌보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캠퍼스 내 고양이에게 먹이와 집을 제공하고 아픈 고양이를 치료해주기 위한 활동이다. 십시일냥을 설립한 정민수(파이낸스경영학과 4) 씨는 “동물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데 동물을 위한 단체는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고, 친근감도 있는 캠퍼스 내의 고양이들을 돌보기 위해 십시일냥을 만들었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십시일냥 부원 정유빈(경제금융학부 2) 씨는 “캠퍼스를 돌아다니면 고양이들이 많이 보이는데, 고양이를 보살피며 더 가까워지고 싶어 가입했다”고 했다. 현재 43명의 부원들이 이 프로젝트에 모였다.

 

십시일냥은 먼저 캠퍼스 내 고양이들의 서식지를 파악하는 ‘캣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고양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서식지와 개체 수 파악이 필수적이기 때문. 파악한 고양이를 대상으로 부원들이 순번을 정해 사료를 줄 예정이다. 사료가 비에 젖으면 고양이들이 먹지 않고, 사료가 상할 위험이 있다. 때문에 고양이들이 안전하게 머물며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고양이 집을 캠퍼스 곳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질병을 앓는 고양이에 대한 치료까지 병행할 계획이다. 적잖은 자금이 필요한 일. 정민수 씨는 “활동의 상당 부분은 자체 회비로 운영하고, 부족한 금액은 모금 활동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매주 수요일엔 십시일냥의 활동을 기획하는 회의가 진행된다. 현재 캠퍼스 내 고양이들의 서식지를 파악하는 ‘캣맵 프로젝트’를 진행한 상태다. 파악한 고양이를 대상으로 부원들이 순번을 정해 사료를 줄 예정이다.

 

 

길고양이들도 함께 살아갈 생명체

 

   
▲ 서울캠퍼스에는 총 9개의 주요 장소에서 최소 13마리의 길
고양이가 서식 중이다. (출처: 한양대학교 행냥이 하냥이)

모든 이들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행위를 좋게만 바라보진 않는다. 고은비(사회학과 2) 씨는 “학교에서 오며 가며 귀여운 고양이를 보는 것은 좋지만,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면 고양이와 사람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데려다 키울 것도 아니면서 먹이를 줘서 오히려 자립 능력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정민수 씨는 “도시에선 길고양이의 자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고양이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야생동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누군가는 길고양이를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고양이도 우리와 같은 생명체이고, 그렇기 때문에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대신 중성화 수술을 통해 윤리적인 방법으로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게 현재까지의 중론이다.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만큼, 그들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도 많다. 예컨대 ‘길고양이는 잘 먹어서 뚱뚱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들의 대다수는 가정에서 나온 음식물을 먹고 몸이 부은 상태다. 사람의 음식에는 과다한 수준의 나트륨이 들어 있기 때문. 정 씨는 “길고양이가 뚱뚱한 것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신호”라며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사료를 주면 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지 않아 오히려 피해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도로 주행 시에도 고양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놀라면 몸이 굳는 습성 때문에 차에 치여 죽는 경우가 많다. 정 씨는 “‘고양이는 날렵해서 차에 치여 죽지 않는다는 오해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라며 “우리대학에서도 얼마 전 고양이가 자동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캠퍼스 내 고양이들에 대한 관심이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한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크지만, 생명체와 공존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만은 주목할 만하다.

 

   
▲ 대학가에 등장한 고양이 돌보기 프로젝트는 생명체와 공존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출처: 한양대학교 행냥이 하냥이)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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