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사업화 선두에 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실용(實用)이 단연 화두다. 정부는 이념을 탈피해서 국민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실용적인 정책들을 연구하고 있다. 뭐든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사업도 마찬가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더라도 실용적으로 쓰이기 어렵다면 좋은 기술이라 보기 어렵다. 특히 연구사업의 경우 실제 사업화에 얼마나 성공했느냐의 여부가 성과의 척도가 된다. 산학협력이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본교는 사업화 실적도 국내 대학 가운데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3대 연구사업 사업화성과 부문 1위 기록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육과기부)가 지난 06년 각 대학에 투자한 연구 사업에 대한 성과분석을 마쳤다. 기술 확산, 사업화 등 다양한 항목으로 평가된 한국과학재단의 분석보고서에서 본교가 사업화성과 전국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업화란 기술이전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단순한 기술 개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개발된 기술을 이전하고, 이것이 다시 제품화나 공정개선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수익을 창출해 내는 실용주의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이 같은 사업화 부문에서 본교가 2위를 차지한 부산대나 3위 서울대를 큰 차이로 앞섰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연구비 대비 실적이다. 3위를 차지한 서울대의 경우 사업화 완료 3건과 현재 추진 중인 15건을 포함해 사업화 실적 18건으로 본교보다 2건이 적었다. 그러나 투입된 연구비를 보면 해석이 달라진다. 본교에 지원된 금액은 161억원, 서울대의 경우 643억원이다. 연구비 100억 당 사업화 실적에서 서울대와 비교해 4배의 실적을 거둔 셈이다. 본교 다음으로 연구비 100억 당 사업화 실적이 우수한 대학은 부산대(4.26건), 서울대(2.80건), KAIST(2.03건), 성균관대(1.52건)등이다.

뛰어난 기술 확산실적의 배경, 기술이전조직(TLO)


사업화 성과에서 1위를 차지한 본교는 기술 확산실적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본교 기술 확산실적은 107건으로 연세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연구비 100억 당 실적은 66.5건인 셈이다. 연세대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과다. 이처럼 사업화와 기술 확산에서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연구 성과에 대한 분석과 좋은 기술을 발굴하려고 노력하는 기술이전조직(TLO)의 역할이 컸다. 기술이전조직은 전국의 대학, 연구소 가운데 발전가능성이 높은 기술이전 사업을 골라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등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본교 산학협력팀은 교육과기부와 지식경제부(전 산업자원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선도 TLO사업에서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 돼 지난 2006년부터 오는 2011년까지 매년 3억 9천만 원의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산학협력팀에서는 이를 통해 변리사 3명, 전문 기술마케팅(2명) 및 사업화 전문 인력을 충원해 우수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사업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학협력팀 임정택 계장은 “대학 차원에서도 연구 성과를 분석하고 사업화하는 전문 부서의 역할이 강화됐다”면서 “본교의 경우 다른 대학 기술이전조직과는 차별되게 변리사를 포함한 전문 인력이 대거 활동하고 있는 점이 사업화 성과 1위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지주회사 설립 통한 연구 성과 극대화 노력 이어갈 계획


이처럼 타 대학에 비해 뛰어난 사업화성과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선 기술이전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이전조직의 노력만으로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각 대학들이 연구 성과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술지주회사가 필수적이다. 기술지주회사란 대학의 보유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회사다. 지난달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따른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대학들이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미 서강대가 서강미래기술클러스터(SIAT)를 출범시켰다. 본교와 서울대, KAIST도 뒤를 이어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기술지주회사는 연구 활성화나 대학 경쟁력 강화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대학 내 연구 성과를 토대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대학들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역시 기술지주회사를 모델로 만들어졌으며 중국 칭화대가 만든 칭화홀딩스 역시 성공적인 기술지주회사 모델이다. 이렇게 생긴 수익은 다시 연구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 덕분에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본교 산학협력팀 관계자는 “연구 교수가 사업 부문까지 주도해왔던 기존 방식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기술지주회사가 만들어지면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고 전망했다.

“기술지주 회사 통해 사업 역량 강화할 것”


한편 현재의 우수한 사업화 성과를 유지 및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기술이전조직의 활동도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성과 관리를 보강하고 과거 연구 교수가 중심이 돼 기업과 협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이전조직이 사업화 및 기술 발굴 중심에 선다. 임 계장은 “뛰어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그 기술을 파는 것도 좋지만, 기술을 가지고 직접 사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거기서 생겨나는 수익으로 다시 많은 기술을 발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과학기술 발전과 본교 산학협력단 성장에 기여 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정 현 취재팀장 opentaij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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