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만든다, 시험을 치른다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같은 TV 프로그램들을 보면 스태프들이 방송을 기획하고 촬영하는 모습들이 여과 없이 방송된다. 출연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함께 스태프들도 같이 노력하고 고생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은 까닭이다. 배우 황정민 씨는 2005년 ‘너는 내 운명’으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스태프들이 차려준 밥상을 먹기만 했을 뿐”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황정민 씨의 말은 수상자로서 겸손함과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리는 소감으로 다른 시상식에서도 자주 인용될 만큼 인상을 깊게 남겼다.

대학교라는 무대 위에도 주인공들인 학생들의 곁에 스태프 같은 존재들이 있다. 바로 교수, 교직원, 조교들이 그들. 학생이 대학교에서 더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이제 한 학기도 반이 지나 중간고사 기간으로 접어들었다. 학생들이 가장 바쁘고 힘들다는 시험기간. 학생들의 도우미인 교수, 교직원, 조교들도 같이 바빠지기 마련이다. 이들은 어떠한 일을 할까. 시험의 출제부터 평가까지 뒷이야기들을 담아봤다.

“시험, 수업 내용 숙지 여부 파악하는 과정”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위한 첫 단계는 기획이다. 기획 단계는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감동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마찬가지로 시험의 첫 시작은 교수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할지 생각하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고민하지만 교수는 학생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고민한다. 이상호(국문대·한국언어문학) 교수는 “과목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시험 문제 출제의 기본은 수업에서 핵심적으로 알아야 할 부분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고 말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은 수없이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들 때도 있고 어려운 문제가 나와 머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시험이 부담스럽고 괴로운 것은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교수들은 시험이 한정된 범위 안에서 학생이 가진 능력을 평가해야 하는 점 때문에 곤혹스럽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더 공평하고 더 공정한 평가를 위해 좋은 문제를 출제하는데 많은 고민을 한다”며 “시험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평가해야 하는 불합리한 요소가 있지만 필요악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는 고민을 밝혔다.

공정한 시험 위해 노력하는 시험 도우미

기획안이 완료가 됐으면 기획안에 따라서 촬영을 하는 단계가 시작된다. 촬영에 들어간 배우가 준비된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해석해 연기를 하듯 학생들도 교수가 출제한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정답을 찾아 내도록 노력한다. 긴장감 속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동안 학생들을 위해 수고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조교들이다. 조교들은 공정하게 시험이 진행되도록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을 단속한다. 시험 중 불편사항이나 궁금한 점의 해결도 조교들의 몫이다. 김태영(국문대·국어교육 석사과정) 조교는 “시험 시간에 받는 질문은 단어의 뜻이나 문장의 뜻을 질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가끔 시험의 답을 우회적으로 물어오는 경우도 있어서 당황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황혜림(국문대·국어교육 석사과정) 조교는 “시험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진지해진다”며 “질문을 받을 때면 그런 생각에 조금 더 성의껏 대답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험을 치르는 중에 수고를 하는 것은 조교들뿐만이 아니다. 시험 기간에는 각 단과대 과방마다 공부하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때문에 무엇보다 질서유지와 청결이 중요하다. 이 역할은 각 단과대 수위아저씨와 청소아주머니들이 담당하고 있다. 국문대 경비를 맡고 있는 최광식 씨는 “시험기간이면 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위해 단과대 독서실이나 과방을 찾는데 그 중 고상 방가를 하면서 떠드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하면서 “그런 학생들을 주의시키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당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험 성적뿐만 아니라 출석, 수업 태도 등 종합적 판단해


배우들은 촬영이 끝나면 촬영 현장을 떠나지만 스태프들은 할 일이 남아있다. 촬영한 테이프를 방송 분량에 맞춰서 다듬는 편집 작업이 남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시험기간이 끝나면 그 동안 못 잤던 잠을 보충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지만 교수들과 직원들은 다시 바빠진다. 학생들이 시험 본 결과를 평가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적 처리는 먼저 교수가 학생들의 성적을 입력하는데서 시작한다. 이재복(국문대·한국언어문학) 교수는 “대부분의 교수들은 한 두 번의 시험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평소 수업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잘 발표하며 성실히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학생을 평가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은 출석부다. 그는 “출석부에 수업 16주 동안 학생들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인의 생각을 말했는지 꼼꼼히 적어두는 편이다”며 “물론 시험도 중요한 평가 자료이긴 하지만 학생들과 소통을 통해서 평가를 해야 성적에 대한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호 교수는 “학생들이 시험지를 작성한 결과를 보고 있으면 평소의 태도가 보인다”며 “알차게 시험지를 작성한 학생들이 평소 수업태도도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교수들이 학생들에 대한 평가를 학사정보시스템에 입력하면 그 결과가 학과 사무실과 단과대 교학과를 거쳐 교무처 학사과로 모이게 된다. 학사과는 최종적으로 검토를 한 뒤 성적을 각 주소로 발송한다. 정인호(학사과) 수업학적계장은 “학사과에서 학생들의 성적이 학사정보시스템에 맞게 입력이 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학사정보시스템은 상대평가인가, 절대평가인가에 따라 입력하는 방식이 다른데 상대평가일 경우 동점자가 없이 처리가 돼야 하며 성적별 비율로 맞춰서 배분된다.

“학문이란 삶의 태도 및 정신 가꾸는 것”

이상호 교수는 “학문이란 삶의 태도와 정신을 가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학생들에게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지만 시험만을 위한 공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충고를 한다. 이 교수는 “지식을 쌓는 일은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닌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가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도 시험을 통해서 그런 소양들을 쌓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현우 학생기자 kirofu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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