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최초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오류 및 새로운 활용도 보고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Adenine Base Editor)는 유전자 염기서열 중 특정 아데닌(A)을 구아닌(G)으로 바꾸기 위해 개발됐다. 배상수 서울캠퍼스 화학과 교수는 아데닌에만 작용해야 할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사이토신(C)을 잘라낸다는 문제점을 최초 발견했다.
 
모든 생물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의 정보를 통해서 세포와 단백질 등을 만들어낸다. 생물은 자신의 개체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야 한다. 간혹 특정 유전자에 오류가 있다면 의도하지 않은 물질이 생성돼 암과 같은 질병으로 이어진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DNA)의 일부를 잘라내거나 교정하는 도구로서 사람에게 질환을 일으키는 DNA의 제거 등 의학계 활용도가 높게 평가되는 기술이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유전자 연구 및 실험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기존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가위는 DNA의 두 가닥을 모두 잘라낸 후 세포 내의 DNA 수선 기작(DNA의 절단된 부분을 세포 스스로 복구)을 이용했다. 이와 달리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가이드RNA(표적 DNA를 인식하는 유전물질)를 기반으로 DNA 이중나선을 절단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아데닌 염기 하나만을 바꾸는 정교함을 자랑한다. 가이드RNA는 20 베이스(RNA의 길이 단위, Nucleotide)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져 목표하는 DNA 염기의 위치를 높은 확률로 찾아간다. 
 

▲배상수 서울캠퍼스 화학과 교수는 아데닌(A)에만 작용해야 할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사이토신(C)을 잘라낸다는 문제점을 찾았다. 


인간의 게놈 지도가 밝혀진 후 DNA를 바꾸기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건 불과 7년이 채 안 된다.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지난 2017년 개발돼 2년 째 사용 중이다.사용되기 시작한 기간은 2년이다. 지금까지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정확성을 입증하는 논문들은 발표됐지만 해당 도구가 지닌 특징과 문제점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배 교수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IBS)과 공동 연구를 통해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문제점을 최초로 찾아내 지난해 9월 24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온라인판에 실었다.

이번 연구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특성을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특정 조건에서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아데닌이 아닌 사이토신을 교정한다는 사실의 발견으로 새로운 파생연구들이 가능해졌다. 유전자가위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이토신 이외의 유전체 교체나 사이토신을 교정하는 유전자가위로의 용도 전환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게 됐다. 배 교수는 유전자가위를 ‘새로 출시된 부엌칼’이라고 빗대며 "이번 연구는 칼날이 조금 휘어진 것을 발견한 것이며 파생연구는 이 특징을 활용하거나 고치는 것”이라 전했다.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사이토신 치환 모식도. 배 교수는 특정 조건에서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Adenine Base Editor)가 아데닌(A)이 아닌 사이토신(C)을 잘라내는 현상을 발견했다. (배상수 교수 제공)


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DNA 5’말단에서부터 티민(T) 다음으로 사이토신(C)이 온다.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위 그림처럼 5‘-TCC-3’와 같이 사이토신이 두 개 이상일 때 사이토신을 티민과 구아닌 같은 다른 염기로 정교하게 교체할 수 있다. 배 교수 연구팀은 현재 오류를 없앤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만드는 연구와 사이토신 가위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한 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사실로 유전자가위가 보정되면 염기 하나를 바꿈으로써 농산물 생산량을 증가키길 수 있고 사람 질병을 치료하는 등의 가능성이 열린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8년 3월에 시작해 1년 반 동안 진행됐다. 배 교수 연구팀의 한 연구원이 아데닌을 교체하기 위해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사용하자 아데닌이 아닌 사이토신이 바뀐다고 배 교수에게 보고했다. 배 교수 연구팀은 실수나 우연으로 치부하지 않고 의구심을 품었다. 동일 조건을 반복해서 실험한 결과 특정 경우만 사이토신이 바뀌는 규칙성을 짐작했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자체의 문제점을 밝힐 수 있었다. 배 교수는 “단순한 실험 실패라고 넘길 수 있는 사건에서 의문점을 가지고 파고드는 태도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글/ 김현섭 기자          swiken1@hanyang.ac.kr
사진/ 김주은 기자        coram0de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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