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ERICA캠퍼스 제2공학관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적이 감돌던 장내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2위를 달리던 「공감Plus」 선거운동본부가 1위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그 기쁨을 가슴 속에 아로새기고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기지개를 켜는 두 남자가 있다. 사전에 입을 맞추기라고 한 것일까. 두 남자는 일심동체가 된 듯 입을 모아 밀린 공부를 하겠다고 나섰다. 두 남자는 멋쩍은 듯이 “앞으로 잘 될 거에요”라며 일 년 동안 동고동락해 온 서로에게 끝 인사를 전했다. 인터넷한양이 이제 막 감투를 벗은 2011 ERICA캠퍼스 전 총학생회장 이철용 군(공학대·건축 3)과 전 부총학생회장 신경철 군(국문대·한국언어문학 4)을 만났다.

‘즐거운 대학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달려온 한 해를 어떻게 돌아봅니까

이철용(이하 이):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편으로는 「공감plus」가 학생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해요. 「공감plus」는 학교 당국과 신뢰를 구축하는 동반자적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어요. 또 그 동안 운동권과 비운동권 학생회 사이에 알력이 작용했지만 저희는 편을 가르지 않는 정책으로 계파 정치에 대한 틀을 깼다고 자부합니다.

신경철(이하 신): 학교 발전을 염두에 두고 학생과 학교 당국이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야 합니다. 「공감plus」는 그런 연장선 위에서 사업을 계획했어요. 돌이켜 보면 봄 축제, 확대간부수련회, 가을 축제 등 일 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네요.


공약 이행률이 80%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공약에 관한 설명과 총평 부탁 드립니다(한대신문 11월 6일자 참조)

이: 총학생회를 평가하는 데 공약 이행률이 최선의 지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공감plus」는 정책 기조를 넓은 의미로 ‘ERICA캠퍼스 르네상스’라고 정했어요. 나아가, ‘ERICA캠퍼스 르네상스’를 만들기 위해 분교에 대한 대우 개선, 교통편 개선,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 세 가지 문제점을 우선순위로 꼽았죠. 공약도 ‘ERICA캠퍼스 르네상스’의 연장이었습니다.

우선 「공감plus」는 첫 번째 문제로 꼽은 양 캠퍼스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양 캠퍼스가 같이 대외 홍보해 왔던 전례를 깨고 ERICA캠퍼스 단독 홍보를 단행했습니다. 또 등록금을 놓고 학교 당국과 협상을 벌이면서 ERICA캠퍼스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했어요. 그 동안은 기획처가 서울캠퍼스에 있어 서울캠퍼스 위주의 등록금 협상이 관례였으나 「공감plus」는 그 관례를 깼어요. 그 일환으로 7대 3의 비율로 나누던 교육환경 개선금을 올해는 3대 2의 비율로 높이고 6억을 더 추가했습니다.

두 번째 문제로 지목한 접근성을 재고하기 위해 강남을 오가는 버스를 유치했습니다. 학내 교통문제도 해결하려고 정부보조금 1억 원을 받아 자동식 자전거 거치대를 세우고, 생활 자전거 100대도 구입했어요. 셔틀버스 정류장(이하 셔틀콕) 정비도 같은 맥락이었어요. 셔틀콕이 있는데도 학생들이 밖으로 나와 차례를 기다리고 했어요. 외부인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셔틀콕이 우리대학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도 한몫 했죠. 이런 대내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셔틀콕 정비를 서둘렀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감plus」는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등록금 협상에서 노천극장 신축을 강력히 추진했어요. ERICA캠퍼스는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공연장, 소위 하드웨어가 열악합니다. 새로 지을 노천극장은 광장과 공연장을 결합한 형태로 유동성이 높은 공간이에요. 기존 노천극장은 축제가 끝나면 발길이 끊겼잖아요.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노천극장은 대운동장을 좌표로 삼은 y축과 약대를 좌표로 삼은 x축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했어요. 약학대가 들어서면 발길이 잦아질 곳인 만큼 광장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었죠.

이렇듯, 「공감plus」가 ‘ERICA캠퍼스 르네상스’라는 정책 기조를 잃지 않고, 각각의 공약을 엮어 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총학생(부)회장으로서, “이것만큼은 했다”라고 자부할 수 있는 자랑거리는 무엇입니까

이: ERICA캠퍼스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셔틀콕 정비를 자랑거리로 꼽고 싶습니다. 공학대 건축공학과 교수님들과 여름방학 내내 노천극장과 셔틀콕 설계에 매달렸어요. 건축공학을 전공한 건축가이자 셔틀콕을 이용하는 실질적 고객으로서 셔틀콕 시공에 관여했죠.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자 애착이 가더라고요. 나중에 제 자식과 함께 교정을 거닐며 ‘아빠가 한 거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웃음)

신: 봄 축제가 기억에 남습니다. 봄 축제는 집행부와 며칠 밤을 꼬박 새우며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었어요. 학생들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열심히 한 보람을 느꼈죠.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에요. 나중에 봄 축제를 담은 사진을 보면서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지 않을까요.


반면에 총학생회를 떠나며 남는 아쉬움은 무엇입니까

이: 소통이 부족했어요.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해’라고 갈등을 일단락 지었죠. 축제 예산 2천만 원을 비롯해 총학생회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도 여럿이었어요. 사정을 모르는 학생이 정책을 비판한다면 자성하는 게 당연하지만 전후 사정을 아는 몇몇 사람이 비판적 눈으로 바라봐 아쉬웠어요. 그래도 제가 좀 더 노력했다면 관계가 나아졌을 텐데 제 자신이 바빠 상대방을 챙길 여력이 없었어요. 단대 학생회가 여는 행사에도 찾아가 힘이 돼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여운이 남습니다.

: 저도 비난을 샀던 축제 예산 2천만 원이 마음에 걸립니다. 축제가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행사인 만큼 학생들이 더욱더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어요. 「공감plus」의 태생이 문화였던 만큼 무엇보다도 ERICA캠퍼스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게 우선순위였기에 일말의 후회는 없어요. 개개인의 의견은 다를 수 있기에 그 비판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공연을 기획한 이들이 회의를 품어 아쉬웠어요.

2012년 ERICA를 대표할 차기 총학생(부)회장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 드립니다.

이: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초의 결심이 흔들릴 수 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처음에 자신이 나아가려고 한 방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총학생(부)회장을 왜 하려고 했는지, 학생에게 약속한 대의가 무엇이었는지 되새김질해야 해요. 무엇보다도 2012년은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있는 격변의 해에요. 총학생(부)회장은 여타 유혹에도 초심을 관철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해요. 개인이 아니라 한양을 대표하는 사람이기에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염두해야 합니다.

신: 사람이 중요합니다. 가깝게는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밑으로는 집행부, 나아가 단대 모두가 중요해요. 사람과 사람이 한 데 뭉쳐졌을 때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처럼 사람이 뒷받침돼야 학생회가 사업을 잘 꾸리고 학생들에게 전력을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양인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신: 총학생회 당선부터 지금까지 여러분의 성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감plus」는 총학생회에서 물러나지만 그 동안 받은 성원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몇몇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네요. 행사하느라 고생했다고 음료수를 건네던 학생의 얼굴이 잊히지 않아요.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힘들었지만 보람찬 나날을 보냈어요. 그 동안의 성원과 지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다른 차원에서 얘기를 꺼내자면 요즘 학생들은 늘 뭐에 쫓기는 듯 한 얼굴들이에요. 물론 얼굴에 그늘이 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니 생활에 여유가 없겠지만 우리 학생들만큼은 뭔가 다른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에 갇히지 않고 학생들이 자신만의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요. 그렇다면 보다 나은 사회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여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조윤영 학생기자
jjoyun@hanay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