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동아리부터 이어진 건축학도들의 특별한 인연
프로젝트 '거리, 거리(距離)', 공연장과 길을 접목

윤경익(건축학부 4) 씨와 고성준(건축학부 4) 씨가 제15회 차세대문화공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차세대문화공간 공모전은 지난 06년도부터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에서 주최 및 주관해온 건축 공모전이다. 밴드 동아리에서 만난 두 학생이 문화공간 설계에 대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지난 13일 차세대문화공간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전진용 건축공학부 교수, 윤경익(건축학부 4) 씨, 고성준(건축학부 4) 씨, 서춘기 공학대학원 교수가 대상 수상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윤경익 학생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지난 13일 차세대문화공간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전진용 건축공학부 교수, 윤경익(건축학부 4) 씨, 고성준(건축학부 4) 씨, 서춘기 공학대학원 교수가 대상 수상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윤경익 학생

차세대문화공간 공모전은 박물관, 도서관, 공연시설 등의 문화공간 전반에 대한 건축 설계를 진행하는 공모전이다. 매해 공모전의 주제는 해당 연도의 상황에 맞는 주제로 구성되고, 이외에 대상지(어느 땅에 건축 설계를 제안할 것인지), 건축물의 용도, 규모는 참가자의 재량에 맞게 제안하도록 한다. 올해는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 문화공간'을 주제로 공모전이 진행됐다. 

윤 씨와 고 씨는 학과 밴드 동아리에서 기타를 치며 처음 만났다. 동아리를 통해 친해진 윤 씨와 고 씨는 지난 19년부터 여러 건축 관련 공모전(서울형 저이용 도시공간 혁신 아이디어 공모, 제8회 대학생건축연합축제(UAUS),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부문)을 같이 참가하며 모든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들은 참여한 모든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목표를 더욱 크게 잡아나갔다. 이번 차세대문화공간 공모전은 서춘기 공학대학원 교수가 전진용 건축공학부 교수와 함께 이들에게 참가 제안을 줬다. 윤 씨는 팀 구성에 대해 “전진용 교수는 건축공학부 교수지만, 건축학부의 학생들과 설계 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건축학부와 건축공학부의 학문적 경계가 얕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대회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공모전에 참가한 이유는 단순했다. 건축이 재밌기 때문이다. 고 씨와 윤 씨 모두 건축 설계자를 꿈꾸는 건축학도다. 높지 않은 임금과 많은 업무량 등 학생들이 건축을 기피하는 이유는 다분하지만, 이 모두를 압도할 수 있는 대답은 “건축을 설계할 때 제일 즐겁다”이다. 이번 공모전 참가에는 주제 역시 한몫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건축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이와 접목할 신교통수단에 대해서도 평소 많은 생각들을 했다. 

 

▲전체 모형의 모습이다. 일반적인 공연장 건물 외부에 공연장과 차량을 위한 길이 합해진 것이 직관적으로 보이게 했다. 철제 구조물을 삽입해 대상지뿐만이 아니라 다른 건물에도 적용 가능성을 제시하며 뉴노멀 시대에서의 건물에 '적응'에 대해 얘기했다. ⓒ 윤경익 학생
▲전체 모형의 모습이다. 일반적인 공연장 건물 외부에 공연장과 차량을 위한 길이 합해진 것이 직관적으로 보이게 했다. 철제 구조물을 삽입해 대상지뿐만이 아니라 다른 건물에도 적용 가능성을 제시하며 뉴노멀 시대에서의 건물에 '적응'에 대해 얘기했다. ⓒ 윤경익 학생

공모전에 참가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학업과의 병행이었다. 윤 씨와 고 씨는 차세대문화공간 공모전에 참가하기 한 달 전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 부문‘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았다. 이 공모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공모전에 참가해 체력적인 한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연장, 신교통수단, 국내 최대의 프로젝트와 같은 각각의 특성이 강한 요소들을 하나의 설계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상을 받은 현재 고 씨와 윤 씨가 항상 얘기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출전해서 행복하다”이다. 윤 씨는 “대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모형 제작을 완료하고, 출력된 패널을 받아 제출처에 제출할 때가 가장 행복했고, 출전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작 과정의 즐거움에 대해 말했다.

윤 씨와 고 씨가 주목한 요소는 '길'이었다. 전 교수가 학생들에게 현대자동차 삼성동 사옥(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부지에 들어서게 될 공연장에 대해 새로운 제안을 해보자고 했다. 윤 씨와 고 씨는 이를 듣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시의 구성 요소와 공연장을 결합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며 '길'을 이용했다. 현대자동차에서 개발 중인 PBV(Purpose Built Vehicle)와 UAM(Urban Air Mobility)을 참고해 신교통수단과 공연장을 결합해보고자 했고, 기존의 길을 건물로 직접 관입해 차량이 바로 공연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팀의 프로젝트 제목인 “거리, 거리(距離)”에서 볼 수 있듯이, 교통을 위한 공간과 문화를 위한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거리가 건물에 들어오고, 이를 통해 펜데믹 상황에 대응하는 사람 간의 거리를 확보하고자 했다.

 

▲한양대 팀이 설계한 건축물의 실내 투시도. 최소 감염군을 구성하는 PBV를 공연장에 직접적으로 관입했다. 이는 2,000명의 감염군을 2~4명으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공연장에서 현장감과 감동을 느끼는 한편, 감염으로부터는 비교적 안전해진다. ⓒ 윤경익 학생
▲한양대 팀이 설계한 건축물의 실내 투시도. 최소 감염군을 구성하는 PBV를 공연장에 직접적으로 관입했다. 이는 2,000명의 감염군을 2~4명으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공연장에서 현장감과 감동을 느끼는 한편, 감염으로부터는 비교적 안전해진다. ⓒ 윤경익 학생

윤 씨는 지도 교수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전진용 교수가 서춘기 교수가 우리의 생각을 단순히 어린 학생들의 허황이라고 하지 않고 귀담아 들어주며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줬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윤 씨와 고 씨는 졸업 후 아틀리에(소형 설계 사무소)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다. 그들은 건축 설계의 실무적인 내용과 전반적인 부분을 배우며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씨와 고 씨는 일시적인 프로젝트 팀이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각자의 사무소를 열어 함께 현상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키워드

'한양위키' 키워드 보기 #전진용 #서춘기 #건축학부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