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s&Trend - Issues Review
원자력공학과 김용수 교수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현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일본의 안일한 대처로 제1 원전 내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돼 큰 우려를 낳았다. 그리고 현재, 일본 정부는 보관하고 있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2년 뒤인 2023년부터 바다로 방류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글 원자력공학과 김용수 교수)

■ 현재 개발 기술로는 삼중수소 제거 불가능

삼중수소(Tritium, ³H, T)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한 해법이 난망해 보인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강행 의지를 고수하고 있고, 미국은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한 발 뺐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의 손을 들어 주고 있다. 의외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조차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일본을 지원하고 나섰다. 일부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도 이 정도의 방출은 문제가 되지 않으니 안심하라 말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불안한 나머지 섬뜩한 괴담까지 돌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외교부 장관은 거의 승산이 없어 보이는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까지 언급하는 중이다. 인접국인 우리나라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삼중수소란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다. 원자핵이 한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어 보통의 수소보다 약 3배 무겁지만 화학적으로는 수소다. 삼중수소의 핵은 불안정해 낮은 에너지(약 6keV)의 베타선(β-rays)을 방출하면서 붕괴(반감기 약 12.32년)한다. 자연에서 생성되는 삼중수소는 극소량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주로 원자로 내부에서 여러 핵반응을 통해 만들어진다. 후쿠시마 오염수도 바로 사고가 발생한 원자로 내부에서 만들어진 삼중수소가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 투입된 냉각수에 섞여 나오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원자로 냉각을 위해 사용된 냉각수나 원자로에 스며든 지하수 등은 ALPS라고 불리는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 저장탱크에 보관된다. 이 원전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방사성 핵종들이 섞여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이미 개발된 기술로 제거가 가능하다. 반면 삼중수소는 아직 제대로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있지 않아 오염수에 잔류하게 된다. 바로 이점이 고민의 시작점이다.

■ 동북아 안전 문제이자 미래 지구 환경 문제로 중요

최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의 탱크에 저장된 삼중수소 오염수 125만844톤(t)을 방사선량이 1리터(ℓ)에 1500베크렐(㏃) 미만이 될 때까지 바닷물로 희석한 후 배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계속 늘어나는 물탱크가 향후 진행할 해체 작업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그 해법으로 해양 방출을 선택한 것이다. 자신들이 정한 방출허용 농도(1ℓ당 6만㏃)의 40분의 1 미만으로 희석해 배출하겠다고 했지만, 문제는 아무리 희석한다 해도 닫힌계(Closed system, 외부와 물질 등을 서로 주고받지 않는 물리적 계)인 지구 생태계에 방출되는 삼중수소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그간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 방출이나 투척을 금지한 국제관례 역시 깬 것이다.

사실 삼중수소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은 에너지가 낮아 동물 피부의 표피층을 뚫지 못하며 공기 중에서의 투과력도 약 6㎜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삼중수소가 우리 몸에 들어오더라도 소변, 땀 등으로 열흘 안에 배출된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체내 흡수된 삼중수소가 인체 내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경우 체내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에 의해 유전자가 변형되거나 세포가 사멸하는 등 인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문제가 오염수 방출 허용 농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원전 밀집 지역인 동북아시아 한국-중국-일본의 현안 안전 문제이자, 닫힌계인 지구 환경 생태계에 우리 스스로 대량의 방사성 핵종을 축적하는 미래 지구 환경의 문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일본이라는 한 국가의 정책을 떠나 국제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분야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일본의 후쿠시마 삼중수소 오염수 문제의 삼중 해법을 아래와 같이 제시해 본다.

■ 국제원자력기구가 글로벌 이슈로 다뤄야

첫 번째 해법은 자신들이 제정한 방사능 방출의 총량 규제 원칙과 지침을 스스로 어기고 있는 IAEA를 압박해, 이 기구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일본 주변국들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이슈로 직접 다루도록 하는 것이다. IAEA는 2004년에 이미 이러한 방사성 물질의 방출 기준을 포함한 규제 해제 안전 지침(Safety Guide RS-G-1.7, 배제, 면제 및 해제 개념의 적용)을 제정했다. 이 지침 5.19에는 방출을 목적으로 한 임의적 희석은 규제기관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2.13항에서는 아무리 방사성 핵종의 농도가 낮더라도 방출 총량은 규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지침에 따라 방출을 목적으로 한 일본의 임의적 희석은 규제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해 희석 방출이 용인된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계획하는 1조 배가 넘는 방출 총량은, 비록 해류를 따라 우리 연안에 도달할 삼중수소의 양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막대한 양이다. 국제적으로 통상 용인되는 연간 방출 총량은 1백만 배에서 1억 배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작금의 IAEA 행태는 국제기구의 역할을 포기한 무책임한 처사임이 틀림없다.

IAEA는 낯부끄러운 일본 손들기 대신 이 일을 계기로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한 국제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지구상에는 수천 개 이상의 중대형 원자력 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국제 규범이 없다면, 이들은 기회가 되는대로 여러 이유를 들어 자신들이 쌓아 둔 엄청난 양의 방사능을 임의 희석 방출하려 할 것이다. 만약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 줄 지구 환경이 위험에 처할 것은 자명하다.

■ 국제적 공조, 동북아 원자력 안전 네트워크 필요

두 번째 해법은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둘러 한-중-일 간 동북아 원자력 안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 세계 440여 기 원전의 32%인 140여 기 원전이 동북아 지역에 몰려 있다. 중국의 60여 기 원전이 우리 서해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고 50여 기의 일본 원전 중 절반 이상이 우리 한반도를 바라보며 세워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는 아니더라도 이들 원전에서 안전을 저해할 수 있는 비상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 해법은, 미국과 함께 국제기구를 통해 일본이 관련 정보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모든 논의는 일본의 일방적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자료의 투명한 공개야말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의 필수적 사항이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삼중수소 오염수 방출 문제는 지엽적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포괄적 국제 규범의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이 문제를 국제기구와 함께 인류의 안전한 미래를 위한 집단지성으로 풀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일본의 후쿠시마 제1 원전 1〜4호기가 폭발하고 원자로 내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down, 원자로 노심의 용융)이 발생했다. 2011년 3월 12일 1호기 수소폭발로 시작된 사고는 3월 14일 3호기 수소폭발, 3월 15일 2·4호기 수소폭발과 화재 등으로 이어졌다. 냉각장치가 고장 난 상황에서 원자로 온도를 낮추기 위한 냉각수가 투입됐다.

사고 이후 투입된 냉각수에 더해 원자로 건물 균열로 유입된 지하수와 빗물 등으로 오염수는 지속적으로 쌓이는 상황이다. 2022년 가을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탱크가 포화 상태에 이르리란 예측이 나왔다. 이에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한 일본 정부는 2023년부터 폐로(廢爐) 작업이 끝나는 2041〜2051년까지, 20〜30년에 걸쳐서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할 계획이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1년 여름호(통권 258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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