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문학 부문 수상
30여 년간의 비평 활동 인정받아, 평론가로서는 이례적인 일
“문학이 가진 치유와 위로의 힘 알리고,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하고파”

유성호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제68회 대한민국예술원상에서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대한민국예술원은 1955년부터 매년 탁월한 창작 활동으로 예술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들에게 상을 수여해 왔다.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무용까지 총 4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유 교수는 창작자가 아닌 평론가로서 문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더욱 화제를 모았다.

 

▲ 유성호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제68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 황지민 기자
▲ 유성호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제68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 황지민 기자

유 교수는 2007년 한양대에 부임해 현재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인문과학대학 학장에 재임 중이다. 그는 지난해 중산문학상을 비롯해 대산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인산시조평론상, 팔봉비평문학상, 편운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또한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 <단정한 기억>, <서정의 건축술>, <한국 현대시의 형상과 논리>,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등 다양한 평론집과 산문집을 출간했다.

교단과 평단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며 대한민국예술인 최고의 영예를 안은 유 교수를 만나 수상 소감과 문학 평론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대한민국 예술계 원로들의 평가, 더욱 영광스러워

유 교수는 수상 소감으로 "대한민국예술원은 한국 최고 문인들이 모인 국가기관이다"며 "어릴 적부터 존경해 오던 원로들로부터 받은 상이라 더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예술원상은 특정 작품이나 한두 해의 성과가 아닌 일생의 업적과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수여하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문학 부문의 수상자는 시인이나 소설가 등 창작가들이 대다수였다. 68회에 이르기까지 평론가가 수상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유 교수는 "30여 년간의 비평 활동을 좋게 평가해 주셨다"며 "앞으로도 훌륭한 시인과 작가들을 선별하고, 한국 문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라는 뜻에서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 유 교수는 중산문학상을 비롯해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대표 문학평론가로 자리 잡았다. ⓒ 중산문학상 운영위원회
▲ 유 교수는 중산문학상을 비롯해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대표 문학평론가로 자리 잡았다. ⓒ 중산문학상 운영위원회

 

문학과 문학을 둘러싼 외부적 힘을 분석해야

평론가의 덕목에 관해 유 교수는 "문학이라는 특수성을 잘 읽고, 그걸 다시 문학으로 해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안목이 평론을 쓰게 하는 힘이라면, 어떤 평론을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평론가의 철학이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문학 평론에는 두 개의 축이 있다"며 "하나는 문학 자체고 다른 하나는 '문학 사회학' 또는 '역사주의적 안목'이라 불리는 외부적 교섭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평론 철학에 대해 "문학은 사회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가를 생성하고 제안하는 힘이 있기에, 이 두 가지 축을 균형 있게 해명하고자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정성과 리얼리즘인 것 같다"고 답변했다. 유 교수의 '시론(詩論)'은 문학과 문학을 둘러싼 외부적 힘을 함께 봐야 한다는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시를 쓰지 않고, 시에 관해 쓰는' 평론의 매력

유 교수의 평론은 '시'가 압도적이다. 대학 시절 큰 고민 없이 시를 선택했지만, 공부를 할수록 시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그는 "시는 일상적 언어와 거리가 멀기에 어렵지만, 한번 그 매력에 빠지면 다른 문학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 교수는 이어 "영화나 음악, 미술, 역사를 시로 표현하면 아름다움이 더 극대화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시절에는 유 교수도 시를 썼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시를 전공으로 삼으며 자연스럽게 평론에 집중하게 됐다. 그는 "시를 쓰는 것에 대한 향수도 있고 잘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평생 시를 써온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지금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 한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시를 쓰지 않고, 시에 관해 쓴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그가 쓴 시평을 읽고 시를 쓴 당사자가 놀라는 경우도 많다. 유 교수는 "시인과 비평가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일한 언어를 놓고 함께 하는 협업자다"며 "누구는 발화(發話)하고 누구는 해석하고, 그 해석이 또 피드백이 되는 형태다"고 설명했다.

 

▲ 유 교수는 문학평론가이자 교수로서 문학을 알리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유 교수는 문학평론가이자 교수로서 문학을 알리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유 교수는 교수이자 문학평론가로 지냈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는 두 역할 모두에 애정이 크다. 그는 "말과 글, 학생과 작가라는 차이가 있지만, '공감과 동의'를 요청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강의와 평론은 크게 다르지 않고 상호보완적이어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문학의 하향세에서 오히려 기회 찾아야

유 교수는 "문학이 예술의 정점에서 많이 내려왔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음악은 여전히 그 위상을 유지하고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문학은 소수의 매니아만 즐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문학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유 교수는 "한국문학은 대중에게서 멀어지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확장되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학을 전공하려는 한양인에게 그는 "지금이 좋은 때다"며 "이럴 때일수록 희소가치가 있고, 퇴행 국면에는 반전이 있는 법이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이어 "이제는 진짜 좋은 문학과 그렇지 않은 문학이 구분되는 때다"며 "만능 AI의 시대이기에, 오히려 예술이나 문학을 하는 것이 자기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평생 책 읽고 글 쓰며 문학의 아름다움 전할 것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유 교수는 "정년이 5년 정도 남았는데, 계속 하던 대로 책을 읽고 글을 쓸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더 많은 사람이 현대 시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보다 쉽고 친절한 글쓰기를 해보려 한다"며 "이를 위해 대중문화 또는 다른 장르와의 결합에도 도전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 유 교수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 도서출판 작가
                                 ▲ 유 교수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 도서출판 작가

마지막으로 유 교수는 "이번 대한민국예술원상 문학 부문 수상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과분한 영광이다"며 "또 한걸음 도약할 수 있도록 큰 힘을 준 것 같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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