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예술계의 암표 문제, 원인은 공연의 가격 경직성
관객과 제작사 간 신뢰 형성이 중요해
“장르와 가격이 다양한 공연을 만드는 것이 중요”

▲ 김준희 연극영화학과 교수.
▲ 김준희 연극영화학과 교수.

가수 장범준이 지난 2일 '암표' 문제 때문에 콘서트 예매표를 전체 취소했다. 공연 예술의 상업화와 함께 등장한 암표는 시장의 법을 지키지 않고 몰래 판매하는 입장권을 뜻한다. 암표는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암표 때문에 공연을 전체 취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임영웅, 아이유 등 유명 연예인 콘서트 티켓 암표 거래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암표 판매상들은 실형을 받기도 했다. 암표의 문제와 해결책에 관해 김준희 연극영화학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암표, 그 원인은?

암표는 공연 예술 시장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군악대 축제인 로열 에든버러 밀리터리 타투(Royal Edinburgh Military Tattoo) 시즌이 되면 공연장 앞에서 비싼 가격에 암표를 팔고 있는 암표 거래자를 빈번히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암표를 '한시적인 유가 증권'에 비유했다. 그는 "공연 직전까지 가격이 치솟다가 공연이 시작되면 그 가치가 없어지는 암표는 마치 한시적인 유가 증권과 같다"고 말했다.

 

▲ 공연 시장의 법을 지키지 않고 몰래 판매하는 '암표'는 타인의 기회를 뺏고 공연 시장을 교란한다. 현재는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제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 게티이미지
▲ 공연 시장의 법을 지키지 않고 몰래 판매하는 '암표'는 타인의 기회를 뺏고 공연 시장을 교란한다. 현재는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제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 게티이미지

법적 제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암표 발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기존 가격보다 높은 값을 내더라도 공연을 볼 용의가 있는 사람은 암표를 구매할 것이다. 하지만 암표 거래는 타인의 기회를 뺏을 뿐만 아니라 공연 예술 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존재한다. 김 교수는 "공연 티켓 가격의 경직도가 심할수록 악성 시장이 생긴다"며 "수요와 공급에 맞지 않는 가격 책정이 암표 발생의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공연 시장은 대부분의 공연 티켓값이 비슷해 암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유명한 공연의 경우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지만, 가격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다 보니 암표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뮤지컬 <데스노트(The Musical Death Note)> 공연 당시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해 수요가 급증했지만, 가격은 이전과 비슷하게 책정됐다"며 "이전 공연에 비해 수요자가 많이 몰리다 보니 암표 시장도 함께 커졌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공연 예술 문화를 위해서 

암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공연 티켓값이 공연계로 재투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자동화된 프로그램인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표를 선점하는 암표 거래상은 공연을 보고자 하는 타인의 기회를 뺏고 있다.

현재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은 업무 방해죄, 경범죄 처벌법 제2항 정도밖에 없다. 또한 법을 제정한 지 50년이 지나 그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모바일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본인만 공연 티켓을 구매하고 소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팬클럽 회원들에게 예매의 기회를 먼저 주거나 실명제 도입을 통해 암표 거래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암표 거래를 방지하고 건강한 공연 예술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관객과 제작사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수요와 공급에 맞는 유연한 공연 가격 책정을 통해 암표 형성을 방지해야 한다. ⓒ 게티이미지
▲ 암표 거래를 방지하고 건강한 공연 예술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관객과 제작사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수요와 공급에 맞는 유연한 공연 가격 책정을 통해 암표 형성을 방지해야 한다. ⓒ 게티이미지

특히 공연 시장은 '사치재'의 성격이 강하다. 김 교수는 이러한 공연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공연 티켓 역시 본인이 원할 때 양도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변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공연 시장의 경우 공연 기획사가 티켓을 중고로 판매 및 양도할 수 있는 '합법적 양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암표 시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암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건강한 공연 예술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관객과 제작사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공연의 가격이 비슷하게 책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연 작품의 가격이 다양할 수 있다는 유연한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김 교수는 "아주 작은 규모부터 큰 규모의 공연까지 다양한 공연이 많이 생성돼야 한다"며 "가격과 장르가 다양한 공연이 만들어진다면 건강한 공연 예술 문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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