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디어의 K-컬쳐로의 전환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한국 미디어 콘텐츠의 핵심
"플랫폼 제국주의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

'제74회 에미상 6관왕을 달성한 <오징어게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달성한 <기생충>', 이제 한국은 몇 가지 작품들이나 소수의 감독, 배우로 묘사되는 나라가 아닌 세계의 미디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리더다. 세계화의 흐름 속, 한국 미디어의 힘은 무엇이며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독립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시장의 발전에 따라 한국 미디어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김지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 김지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 미디어의 발전 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김지현 교수
▲ 김지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 미디어의 발전 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김지현 교수

 

한국 미디어 세계화의 현주소

현재 한국 문화는 K-컬쳐로의 정착 단계다. 특정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문화 자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정책적으로 한류의 발전 과정은 한류 1.0, 한류 2.0, 한류 3.0 순으로 정리된다. 

김 교수는 "한류 1.0은 문화적 근접성이 있는 국가들 위주로 이루어졌다"며 "한류 2.0부터는 케이팝(K-POP) 위주로 영미권으로 진출하며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초국적 플랫폼을 통해 장르의 다양화가 됐고, 이것이 한류 3.0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한류 3.0은 한국문화 전반을 의미하는 K-컬쳐에 기반한 정책이다. 

콘텐츠의 글로벌화로 인해 '문화적 할인'이라는 현상도 생겨났다. 문화적 할인이란 한 나라의 문화 상품이 다른 국가로 진입할 때 언어 등 여타 차이에 의해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K-컬쳐로의 전환은 이러한 문화적 할인이 극복되는 것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대중가요나 드라마 등 특정 장르에서 시작된 문화적 선호가 한국 문화 자체에 대한 선호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컬(Glocal), 한국 미디어의 힘

김 교수는 한국 미디어 콘텐츠의 힘에 대해 "글로컬의 성공적인 사례다"고 설명했다. 글로컬(Glocal)은 국제(Global)와 현지(Local)의 합성어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의미한다.

엄청난 양의 미디어 콘텐츠가 쏟아지는 미디어 홍수 속, 한국 미디어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성공 사례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 콘텐츠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동시에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을 적재적소에 넣어 재미까지 관철시켰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그는  공개 17일만에 1억 1100만이 시청해 기록을 세운 <오징어게임>을 꼽았다. 해당 작품에 대해 "작품의 주제가 자본주의 시스템이 강행하는 자유시장에서의 경쟁이다"고 분석하며 "보편적인 주제 속 대사 '깐부' 로 표현되는 한국의 정, 한국 놀이 등의 특수성까지 놓치지 않음으로써 서사의 완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흥미로움을 유발했다"고 덧붙였다.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한국 미디어의 흥행에 대해 "그동안 미디어 산업의 미국의 문화적 헤게모니(특정 국가의 문화가 가진 선도적 지위)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의 문화도 관심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에 의의가 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 세계화의 흐름에 맞춰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갖춘 미디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 게티이미지
▲ 세계화의 흐름에 맞춰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갖춘 미디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 게티이미지

 

OTT 시장의 명과 암

김 교수는 "한국 미디어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OTT 시장의 성장도 분명 존재한다"며 "OTT 플랫폼을 통한 한국 미디어의 세계화에 대해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TT 플랫폼이 등장하며 기존 한국 시장에서 비주류로 취급되던 스릴러, 좀비물 등의 장르가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제작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창작의 측면에서 자유가 주어지는 만큼 그에 대한 자율적 조정도 필요하다"며 "내용이 과도하게 선정적이거나 사적 제재에 대한 지나친 미화로 인해 논란이 된 사례들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OTT 플랫폼에서 흥행하는 작품의 경우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방식을 통해 사회적으로 중요한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마이네임>이나 <더글로리> 내에 범죄 장면의 과도한 묘사와 선정적인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미디어 재현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윤리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규범을 반영하는 지상파는 불가피하게 소재와 표현 방식에서의 제한을 두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지상파가 OTT 플랫폼에 비해 다양성이나 자유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아동이나 청소년 등의 미디어 리터러시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해 지상파 뿐 아니라 OTT 플랫폼 콘텐츠도 지나친 상업주의나 선정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사회적 감시와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 OTT 시장의 발전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
▲ OTT 시장의 발전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

 

초국적 기업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데이터가 새로운 오일이다(Data is the new oil)'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현재 경제 전반에서 기업들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기반한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 김 교수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넷플릭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 자본주의 체제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한국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이 초국적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재의 유통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미디어 역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기 위해 유통 자체를 초국적 기업에 의존한다. 그는 "초국적 기업과 협업하면 다양성 증대, 작품 질 향상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지만 실제로 국내 제작 현장에서 느껴지는 성과는 미미하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현재 국내 창작자들은 세계시장을 노린 고예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또 다시 초국적 기업에 의존하며 플랫폼 제국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에 우려를 표하며 "플랫폼 제국주의를 경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플랫폼 제국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데이터 관련 문제에 대해 미국발 빅테크 기업과 한국 기업을 비교하며 정부, 시민, 소비자와 함께 해결하는 과정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면 좋겠다"며 "앞으로 한국 미디어의 세계화가 더 긍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을 조명할 계획이다"고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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