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속 ‘범 내려온다’의 보컬
영화 ‘서편제’를 계기로 판소리를 배워
현대와 전통음악을 연결해 대중에게 다가가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귀에 쏙 들어오는 이 판소리 가락에 맞춰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독특한 군무를 선보인다. 2020년 7월 공개된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의 시작이다. 밴드 이날치의 곡 ‘범 내려온다’ 외 2곡과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춤으로 이루어진 이 영상은 유튜브 통산 조회수 6억 뷰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영상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고 밴드 이날치는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 권송희(국악과 05) 씨는 전통적인 판소리에 현대적인 팝을 조화시킨 밴드 이날치의 보컬로 활동 중이다. ⓒ 권송희 동문
▲ 권송희(국악과 05) 씨는 전통적인 판소리에 현대적인 팝을 조화시킨 밴드 이날치의 보컬로 활동 중이다. ⓒ 권송희 동문

판소리와 현대적인 팝을 ‘힙’하게 조화시켜 큰 인기를 끈 밴드 이날치는 소리꾼 넷과 베이스 기타 둘, 드럼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소리꾼 넷 중에서 부드러운 미성과 탄탄한 음색으로 밴드의 중심을 잡아주는 이가 권송희(국악과 05) 씨다. 권 씨는 한양대 국악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밴드 이날치에서 활동하기 전에 국악뮤지컬 집단 ‘타루’에서 배우 및 작창 감독을 지내기도 했던 권 씨는 보컬은 물론 작창, 작사, 퍼포먼스까지 가능한 싱어송라이터다.

밴드 이날치는 2020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나 팬데믹으로 관객과 만날 기회가 적었다. 다행히 최근 방역 수칙이 완화되며 지난달 20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토끼, 자라, 호랑이, 독수리, 용왕’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공연에 대해 권 씨는 “세종문화회관 최초의 스탠딩 공연으로 마치 클럽에 온 것처럼 춤도 추고 알코올이나 음료도 마시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며 그동안 성원해 준 팬들에 대한 보답의 자리였다고 말했다.

팬들은 권 씨와 밴드 이날치에게 큰 힘이다. 권 씨는 이날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2020년 LG아트센터에서의 관객들을 꼽을 정도다. “관객들이 흥이 나는데 소리도 못 지르고 꾹 참는 게 보였어요. 공연 막바지에는 마스크가 들썩거리는 거예요. 관객들의 흥겨움이 마스크를 통해서도 전달되는구나 짠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했죠. 저희 노래를 전부 외워 따라 부르던 관객들도 기억에 남아요. 판소리에 쓰이는 단어들이 굉장히 어려운데 그걸 전부 외웠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감동적이었죠."

 

▲ 권 씨가 속한 밴드 이날치는 수궁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범 내려온다’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 권송희 동문
▲ 권 씨가 속한 밴드 이날치는 수궁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범 내려온다’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 권송희 동문

권 씨가 밴드 이날치와 인연을 맺게 된 건 2018년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 음악극 ‘드라곤킹’ 덕분이었다. 이날치의 멤버 대부분이 이 극에 출연했고, 베이스 겸 작곡 담당인 장영규 씨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권 씨는 이날치의 탄생 배경에 대해 “장영규 감독이 공연을 그냥 끝내기 아쉬우니, 밴드로 바꿔 계속 활동해보자”고 제안한 것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시작된 밴드 이날치는 전통과 현대를 감각적으로 결합해 큰 성공을 거뒀다. 전통적인 판소리와 이날치 음악의 차이에 대해 권 씨는 “판소리는 혼자 극을 이끌지만 이날치에서는 4명의 보컬이 노래를 나눠 부르고 그 뒤로 밴드 사운드가 더해진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컬들 각각의 매력이 드러나면서도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혼자 하는 판소리보다 좀 더 다채롭다”고 덧붙였다.

권 씨가 판소리를 처음 접한 건 영화 <서편제>였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권 씨는 자신도 모르게 영화 속 ‘진도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그저 신기하고 재밌어서 ‘아리 아리랑~’을 흥얼거렸는데 그런 그를 보고 부모님이 적극 판소리를 권했다. 그 배경에 대해 권 씨는 “어머니의 고향이 신안인데 판소리나 민요가 익숙한 지역이어서 판소리에 대한 편견이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국악과에 입학 당시 권 씨는 국악과에서 유일한 판소리 전공 학생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는 판소리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었다”며 “대학교에 와서야 내가 정말 인기 없는 음악을 하고 있구나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 끝에 현대와 전통음악을 자연스럽게 연결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후로 판소리 창작을 시작했고 대학교 4학년 때 국악뮤지컬 집단 ‘타루’에 들어가 배우로 활동했다. 그는 판소리로 극 작업을 하는 ‘타루’에서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권 씨의 끊임없는 도전과 창작은 밴드 이날치로 이어졌고 큰 결실을 맺었다. 화려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권 씨와 이날치의 목표는 ‘국악의 대중화’와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 권 씨는 밴드 이날치를 통해 사람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다. ⓒ 권송희 동문
▲ 권 씨는 밴드 이날치를 통해 사람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다. ⓒ 권송희 동문

현재 권 씨는 이날치 2집 앨범 준비에 한창이다. 9월 첫 유럽 투어도 앞두고 있다. 이 투어를 시작으로 팬데믹으로 미뤘던 해외 시장 개척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10월에는 LG아트센터에서 신작을 선보이는 공연도 펼칠 예정이다. 그는 “지금 열심히 신곡과 공연을 준비 중이다”며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후배들에 대한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현실이 얼마나 힘들고, 여러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전공을 살리든 전공과 다른 길을 가든, 모두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어떤 선택이든 나름의 이유가 있고 가능성이 있으니 열심히 한다면 반드시 잘 될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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