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교육학과 박주호 교수는 지난 9일 서울경제가 개최한 교육 개혁 좌담회에 참석했다. 서울경제가 교육 개혁의 필요성과 향후 과제를 진단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좌담회에는 박 교수와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가 함께했다.

박 교수는 “평가가 교육과정을 리드할지, 교육과정이 평가를 리드할지 두 맥락이 있는데 지금 고교 단계에서는 평가가 고교 교육 내용을 지배하고 리드해왔다”라며 “교육 내용이 평가를 리드하게끔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대입 제도를 개편한다면 현재 초중고에서 배운 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안 된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교육과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수능이라는 체제가 교육과정과 맞지 않는다. 이걸 일치시켜야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교육의 기본적 기능 중 하나는 인력을 능력과 적성에 맞게 재배치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이 특성화·다양화돼 있지 않아 대학 서열화와 같은 문제까지 나타난다”라며 대학의 다양화를 주장했다. 박 교수는 “핵심은 대학이 알아서 특성화·다양화하도록 정부에서 지원만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가 주도해 손을 대면 표준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들의 재정 자립도가 너무 낮고, 그 이면에는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율이 너무 높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등록금 동결 정책을 펴면서도 우수 인력 양성과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대학이 자기 책임성과 철학에 맞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사립대 통폐합을 허용하고 사립과 국립 간 통폐합, 사립의 공립화, 나아가 유치원 등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다양한 형태의 구조 조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조 조정에 따른 정치·경제·사회적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국고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원 중심의 규제 또한 바뀌어야 한다”라며 “양성된 인력이 사회로부터 어느 수준의 평가를 받고 산업체로부터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는지를 지표화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