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합창단 창립 50주년 기념해 ‘한국합창교향곡’ 작곡
‘아리랑’을 4악장에 걸쳐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해 호평
“음악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한아름(작곡과 96) 동문이 지난달 21일 예술의 전당에서 국립합창단과 함께 '한국합창교향곡'을 초연했다. 국립합창단 전임 작곡가로 활동 중인 한 씨는 국립합창단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이 곡을 작곡했고 성공적으로 초연을 마쳤다. 한국의 시와 민요, 역사를 집대성한 대곡을 만든 한 씨로부터 '한국합창교향곡'과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해 들었다.

▲ 한아름(작곡과 96) 동문.

한 씨는 한양대 작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West Virginia University)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그 후 한 씨는 국립합창단에서 전임 작곡가로 활동했으며 창단 50주년을 기념하는 곡을 기획하게 됐다.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인 만큼, 그는 그동안 주로 연주했던 칸타타(오케스트라 반주에 독창, 중창, 합창을 포함하는 큰 규모의 성악곡)가 아닌 색다른 장르의 곡을 만들고 싶었다. 그 결과 교향곡과 합창을 합친 '한국합창교향곡'이 탄생했다.

'한국합창교향곡'은 일반적인 교향곡의 형식에 따라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다. '한국합창교향곡'의 1악장은 '한국의 역사', 2악장은 '한국의 시', 3악장은 '아리랑 모음곡', 4악장은 '한국의 꿈'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국의 역사'를 노래한 1악장에 대해 한 씨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시적으로 표현했다"고 작곡 의도를 밝혔다. '한국의 시'라는 부제를 단 2악장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 '진달래꽃'과 '서시'로 구성됐다. 3악장은 한국의 대표 민요인 '아리랑'이 주제다. 한 씨는 진도 아리랑과 밀양 아리랑, 본조 아리랑(구 아리랑)까지 세 개의 아리랑을 편곡하거나 새로운 멜로디를 작곡해 어우르는 방식으로 3악장을 구성했다.

 

              ▲ 국립합창단의 전임 작곡가로 활동 중인 한 씨는 국립합창단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한국합창교향곡'을 작곡했다. 한 씨는 '한국합창교향곡'에 한국 고유문화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 국립합창단 
              ▲ 국립합창단의 전임 작곡가로 활동 중인 한 씨는 국립합창단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한국합창교향곡'을 작곡했다. 한 씨는 '한국합창교향곡'에 한국 고유문화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 국립합창단 

4악장은 '한국의 꿈'을 주제로 만들어졌다. 한 씨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화합을 바라는 마음을 4악장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화합과 희망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도산 안창호의 연설문과 백범 김구의 자서전 <나의 소원> 중 '내가 원하는 나라'의 구절을 아리랑 선율에 녹여냈다.

한 씨는 작곡 의도에 대해 "아름다운 민요나 시 같은 고유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다"며 "조상들의 애국심을 되새기면서 이제는 하나로 나아가자는 바람을 이 곡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한국합창교향곡'을 만들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합창과 악기의 균형이었다. 합창이 너무 많으면 교향곡이 아니고 악기가 너무 많으면 합창교향곡이 아니기 때문이다.

 

▲ '한국합창교향곡'은 4개의 악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의 역사', '한국의 시', '아리랑 모음곡', '한국의 꿈'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 국립합창단
▲ '한국합창교향곡'은 4개의 악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의 역사', '한국의 시', '아리랑 모음곡', '한국의 꿈'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 국립합창단

한 씨가 중점을 둔 또 다른 요소는 '대중성'이었다. 그는 "교향곡은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장시간 앉아서 들어야 하기에 대중에게 쉽지 않은 장르다"고 설명했다. 한 씨는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아리랑'을 선택했다. 한 씨는 "'한국합창교향곡'은 한 시간이 넘는 대곡이다"며 "이 대곡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아리랑을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했다"고 밝혔다.

1악장에는 아리랑의 앞부분이 변형돼 나오고 2악장에서는 아리랑을 합창 아카펠라로 부른다. 3악장에는 왈츠풍의 아리랑이 등장하고, 4악장에서는 2악장에 나왔던 아카펠라를 현악기로 연주한다. 한 씨는 "아리랑을 악장마다 다르게 녹여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아리랑'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에 대해 한 씨는 "아리랑이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곡이라는 걸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런 의도로 그는 아리랑 왈츠, 아리랑 푸가(하나의 선율을 한 성부가 연주하면 다른 성부가 그것을 모방하면서 대위법에 따라 좇아가는 악곡 형식), 아리랑 아카펠라까지 다채롭고 아름다운 아리랑을 선보였다.

 

▲ 한 씨는 한국의 대표 민요인 '아리랑'을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 국립합창단 
▲ 한 씨는 한국의 대표 민요인 '아리랑'을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 국립합창단 

한 씨가 여러 장르 중 합창 작곡을 선택한 것은 '가사 표현에 따라 달라지는 합창 작곡의 매력' 때문이다. 그는 "합창은 쉬운 장르 같지만, 굉장히 어려운 장르다"며 "가사의 표현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악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김소월 시인의 시 '진달래꽃'을 들었다. 많은 작곡가가 그 시로 곡을 만들었지만, 만들어진 곡들은 모두 다르다. 한 씨는 또한 "가사를 직접 전달하기에 기악곡보다 호소력이 더 강하다는 것도 합창의 매력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합창과 기악을 결합해 많은 작곡을 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씨는 "국립합창단과 함께 음악회와 행사 등 많은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한 씨는 합창 외에도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생각이다. 그는 "한국을 담은 다양한 음악으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와 얼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양대 재학 시절은 지금의 한 씨를 만든 자양분이었다. 그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배우고 연습했던 것들이 유학 생활은 물론 작곡가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잘하고 싶은 의욕이 앞서도 기초가 부족하면 활동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며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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