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연구까지 약 20년 동안의 꾸준한 연구의 성과
의사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더욱 정밀한 시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
바이오산업에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기술 개발이 목표

장건희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동물 실험에서 자기장 제어를 활용한 마이크로로봇 혈관 중재 원격시술에 성공했다. 이 성과는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동맥질환 등 다양한 혈관계 로봇 원격 시술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혈관 중재 시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이번 연구에 대해 장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 장건희 기계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혈관중재시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마이크로 로봇 이용한 혈관중재 원격시술에 성공했다. ⓒ 백세빈 기자
▲ 장건희 기계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혈관중재시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마이크로 로봇 이용한 혈관중재 원격시술에 성공했다. ⓒ 백세빈 기자

마이크로 로봇을 이용한 혈관 중재 원격기술은 자기장 제어, 로봇 연구 등 기초연구에서 상용화까지 약 20년에 걸쳐 이뤄낸 결과물이다. 그의 어머니가 약 20년 전 심혈관 수술을 받은 것이 연구의 계기가 됐다. 장 교수는 "의사에게 심혈관 질환은 유전적 요인이 크다는 말을 듣고 관련 연구를 진행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혈관 중재 시술은 혈관의 질병을 치료하는 시술 방법이다. 혈관 중재 시술은 X-ray로 환자의 막힌 혈관을 확인하며 혈관 내부에 가이드와이어와 카테터를 삽입하고 이를 병변부까지 밀어 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혹은 혈전용해제로 약물을 전달하거나 스텐트를 설치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술 방식에는 세 가지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 I-RAMAN system이 적용된 시술실과 원격제어실의 모습이다. 장 교수 연구팀은 기존 혈관중재시술의 문제점을 보완했다. ⓒ 장건희 교수
▲ I-RAMAN system이 적용된 시술실과 원격제어실의 모습이다. 장 교수 연구팀은 기존 혈관중재시술의 문제점을 보완했다. ⓒ 장건희 교수

첫 번째 문제는 모든 시술 기구를 의사가 환자 몸 밖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가이드와이어라는 철삿줄을 혈관에 집어넣어 뚫어야 한다"며 "의사가 환자 몸 밖에서 손끝 감각에만 의지해야 해서 막힌 혈관까지 힘이 전달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X-ray의 방사능이 의사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환자 몸 안을 볼 수 없기에 X-ray 사진이 필요하지만, 의사들이 지속해 노출되면 방사능에 피폭될 수 있다. 그는 "모든 직업 중 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직업은 심혈관 내과 의사다"며 "의사들은 평생 시술을 해야 하는데 X-ray의 방사능에 계속 노출되는 것은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세 번째 문제는 혈관을 정밀하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혈관 안을 들여다보려면 조영제를 사용한 후 X-ray를 촬영해야 한다. 장 교수는 "막힌 혈관은 조영제를 사용해도 잘 보이지 않기에 의사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때도 많다"며 기존 시술의 문제점을 밝혔다.

장 교수 연구팀은 문제점을 보완해 자기 구동 시스템인 I-RAMAN system과 자기 로봇을 개발했다. 이는 원격, 정밀 시술의 장점을 갖췄고 의사의 방사성 물질 노출을 막아 향후 혈관 중재 시술을 선도할 전망이다. I-RAMAN system은 자석의 인력 및 척력, 자기장의 원리를 이용한 기술이다. 장 교수는 "자기장을 몸에 쏘고 영구 자석을 가진 로봇에 적절한 자기장을 주면 로봇이 원하는 상태로 움직인다"며 "병변부 끝단에 마이크로 로봇을 넣고 외부 자기장을 활용하면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I-RAMAN system에서 외부 자기장을 생성하는 자기구동시스템의 모습이다. ⓒ 장건희 교수
▲ I-RAMAN system에서 외부 자기장을 생성하는 자기구동시스템의 모습이다. ⓒ 장건희 교수

I-RAMAN system은 고도의 전자기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자기장을 생성할 수 있다. 장 교수는 "I-RAMAN system은 기존 X-ray 장비와 호환돼 시술실의 환경을 바꾸지 않아도 되고 다른 목적으로 쓰이는 유사 장비에 비해 매우 가볍다"고 장점을 말했다. 이어 그는 "Robot Arm(로봇 팔) 구조를 적용해 환자의 병변부에 맞춤 설정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자기 로봇은 혈관 내 이동, 병변부 터널링, 원격 스텐트 전달, 약물 전달이 가능해 다양한 치료에 사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마이크로 로봇을 이용한 혈관 중재 원격 시술은 혈관 중재 시술을 포함해 캡슐형 내시경, 뇌동맥류 치료, 심장 부정맥 치료 등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장 교수는 "사람의 몸은 '관'으로 이뤄져 있다"며 "관에서 생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적용될 것이다"고 답했다.

 

▲ I-RAMAN system에서 유무선 자기로봇을 통해 약물전달 등의 치료 기능 수행으로 보다 정밀한 시술을 도울 피딩로봇의 모습이다. ⓒ 장건희 교수
▲ I-RAMAN system에서 유무선 자기로봇을 통해 약물전달 등의 치료 기능 수행으로 보다 정밀한 시술을 도울 피딩로봇의 모습이다. ⓒ 장건희 교수

장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을 회상했다. 그는 "이용구 의학과 교수와 협업했었는데 서로 각 분야의 언어를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함께 협력하며 일하는 게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관해 장 교수는 "개발한 의료기기의 안정성을 입증하고 사람 대상 임상 실험을 성공시켜 진정한 상용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며 "이 기술을 뇌혈관 쪽으로 확장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와 관련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향후 바이오산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의료기기와 치료제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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