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뉴스H-한양의 연구자를 만나다]
‘강상관계’를 주 연구 주제로 삼아
기존 물리학 계산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법으로 재정립해
국제 저명 출판지에서 연구를 인정받아

정보 분석 기업 엘스비어(Elsevier)는 지난해 11월 세계 상위 2% 연구자 명단을 발표했다. 세계 상위 2% 연구자 수는 대학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갖춘 연구자의 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한양대는 89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는 물리학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신상진 물리학과 교수를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 신상진 물리학과 교수의 연구실 자리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책장에는 물리학 책으로 가득찼다. 신 교수는 이 자리에 앉아 매일 연구에 몰두한다. ⓒ 정다은 기자
 ▲ 신상진 물리학과 교수의 연구실 자리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책장에는 물리학 책으로 가득찼다. 신 교수는 이 자리에 앉아 매일 연구에 몰두한다. ⓒ 정다은 기자

 

신 교수가 말하는 물리학에 쉽게 접근하기

이론물리학 중 신 교수의 주전공은 '장론'이다. 장론은 장(물리량이 공간 내 함수로 주어졌을 때 영역, Field)의 운동을 기술하는 물리 이론으로, 고에너지 입자나 응집 물리 등 다체의 양자 요동이 만드는 현상의 계산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학문이다. 신 교수는 전통적인 장론에서 확장해 '끈 이론(만물의 최소 단위가 점이 아닌 진동하는 끈인 경우를 다루는 물리학 이론)'의 아이디어를 들여와 새로운 다체의 양자역학을 개척하고 있다.

물리학에 쉽게 다가갈 방법을 물은 기자의 질문에, 신 교수는 본인이 저술한 논문 <Late time cosmological phase transition and galactic haloas Bose liquid>를 읽기를 추천했다. 이 논문은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지만, 보이거나 알려지지 않은 물질인 '다크 매터(Dark matter, 암흑물질)'를 소재로 다룬다.

 

▲ 신 교수는 평소 제자와 함께 토론하며 연구 내용의 이해도를 높이고 연구 내용을 발전시킨다. 칠판에 수식을 적으며 제자들과 토론중인 신 교수의 모습. ⓒ 정다은 기자
▲ 신 교수는 평소 제자와 함께 토론하며 연구 내용의 이해도를 높이고 연구 내용을 발전시킨다. 칠판에 수식을 적으며 제자들과 토론중인 신 교수의 모습. ⓒ 정다은 기자

신 교수는 "이 논문은 다크 매터가 지극히 작은 질량을 가지며 많은 개수를 두고 우리 주위의 공간을 꽉 채우고 있는 '양자유체(양자역학적 효과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 유체)'라는 가정하에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은하가 갖는 질량 분포가 전자구름의 분포와 비슷하다는 직관적 아이디어를 기본으로 한다"며 "다른 물리학 자료들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에 학생들이 물리학을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또한 신 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한 결과를 엮은 책 <양자역학>도 추천했다.

 

끈이론을 이용해 강상관계의 기존 방법론에서 벗어나다

최근까지 신 교수는 '강상관계'에 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강상관계란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입자들로 구성된 물리계를 의미한다. 그는 강상관계에서 '평균 장론'을 연구하고 있다. 보통의 평균 장론은 상호작용이 작언 경우에만 작용하는 반면, 신 교수는 상호작용이 큰 시스템인 강상관계에서도 평균 장론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연구에 매진 중이다. 신 교수는 계산하기 어려운 양자계를 쉽게 기술하고자 '아인슈타인(Einstein) 이론'을 활용해 양자 이론을 한 차원 높은 곳에서 보는 계산 방법을 연구한다.

신 교수는 '끈 이론' 연구에도 계속 몰두하고 있다. 그는 "끈 이론에서 파생된 전자기 이론의 확장과 중력의 동등성을 통해 새로운 계산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기 이론의 확장판은 상호작용이 커다란 시스템을 한 차원 높은 곳에서 중력 이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신 교수와 함께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현실 세계보다 한 차원 높은 곳의 중력계를 이용해 기존의 양자역학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 신상진 교수
▲ 신 교수와 함께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현실 세계보다 한 차원 높은 곳의 중력계를 이용해 기존의 양자역학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 신상진 교수

현실 세계의 강상관계를 한 차원 높은 공간의 시각에서 보면 약상관계로 보인다. 강상관계에서 모든 가능한 상태를 더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한 차원 위의 가상 공간에서는 하나의 상태만 고려해도 된다. 신 교수는 이런 아이디어를 적용해 현실적 공간에서 더해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차원 위의 공간에서 강상관계 계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것이다.

신 교수는 "이 특별한 쌍대성(Duality, 그 구조를 뒤집어서 구성한 것)은 끈 이론에서 처음 발견됐다"며 "임의의 강상관계에는 그와 동등한 한 차원 위의 쌍대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한다면, 얼마나 많은 것을 계산해 낼 수 있는지를 밝혀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제적인 물리계에 이론을 증명하다

이론을 정립한 후, 신 교수는 실제적인 물리계에 본인의 이론을 증명해 냈다. 이론의 첫 번째 증거는 '그래핀(Graphene, 탄소 동소체 중 하나로 내구성이 좋고 전도성이 높은 물질)'이다. 깨끗한 그래핀은 입자들이 강하게 상호작용하여 강상관계가 된다. 신 교수는 강상관계가 된 그래핀의 수송 현상(외부의 힘으로 물체 내 에너지, 물질 등의 흐름이 일어나는 현상)에서 '아노말리(자주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현상)'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본인이 개발한 강상관계 이론으로 아노말리 현상을 설명했다.

또한 그래핀과 이론적으로 매우 같은 성질을 가진 '위상 부도체(내부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고 표면에만 전류가 흐르는 독특한 성질을 갖는 물질)'의 표면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로써 또 한 번 신 교수의 이론을 실제로 증명할 수 있었다. 신 교수는 이론 증명을 통해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에 대한 새로운 이론 기반을 제시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 강상관계의 새로운 틀을 찾고자 하는 신 교수의 연구 내용 중 일부다. 본 연구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많은 연구자의 관심을 받았다. ⓒ 신상진 교수
▲ 강상관계의 새로운 틀을 찾고자 하는 신 교수의 연구 내용 중 일부다. 본 연구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많은 연구자의 관심을 받았다. ⓒ 신상진 교수

또한 그는 최근 물리학계의 저명한 잡지 <Nature Physics>에 '콘도 현상'에 관한 논문을 게재했다. 콘도 현상을 설명하기에 곤란을 겪었던 동료 연구자가 신 교수에게 해당 연구를 의뢰하며 시작한 연구다.

콘도 현상이란 도체내에 자성을 갖는 불순물이 있을 때 수송 현상에서 아노말리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인 실리콘(Si)에 불순물인 '인(P)'을 극단적으로 많이 심으면 콘도 현상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신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 일어난 예상치 못한 콘도 현상을 그의 주력 연구 분야인 강상관계로 풀어내 결국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물리학도로서의 신상진 교수

물리학자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신 교수는 수학을 잘하고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 두 발로 세상을 누비는 것이 아닌 앉아서 세상을 파악해 내면으로 집어넣을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신 교수가 내린 결론은 수학으로 세상을 파악하는 물리학 공부였다. 그때부터 그의 진로는 줄곧 '이론 물리학자'였다.

 

▲ 신 교수의 연구실에는 여러 공로패와 상, 저서 및 학술 논문 볼 수 있다. 그는 독창적인 물리학 이론을 정립해 물리학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 정다은 기자
▲ 신 교수의 연구실에는 여러 공로패와 상, 저서 및 학술 논문 볼 수 있다. 그는 독창적인 물리학 이론을 정립해 물리학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 정다은 기자

신 교수 특유의 직관적 성향은 공부 도중 위기의 순간에서 그를 지켜줬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굴곡이 있었지만, 결국 신 교수는 좋아하는 물리학 연구를 꾸준히 밀고 나가 세계적 인정을 받았다. 그는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물리학이었지만, 간혹 천재 같은 사람들을 보면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그는 그의 방식대로, 나는 나의 방식대로 생각하기로 결심했다"며 "나만의 특장점이나 독자적인 스타일로 계속 공부했다"고 밝혔다.

신 교수가 앞으로의 연구 인생에서 꿈꾸는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향후 강상관계를 위한 평균장론을 발전시키는 목표에 도전하고자 한다. 그는 "지난 40년간 풀리지 않는 굉장한 강상관계 물질인 '고온 초전도체' 문제에 나의 방법론을 적용해 풀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온 초전도체 또한 강상관계의 대표적 물질이다. 신 교수는 "강상관계를 계산하는 도구를 완성하면 새로운 방법론이 문제를 쉽게 보는 방법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래 걸릴 수 있는 문제도 실마리만 찾으면 금방 해결될 수 있다"며 "열심히 연구해 몇 년 내에 풀릴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답했다.

 

한양인들에게 전하는 말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한양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요즘 취업난이 심각해져 모든 사람이 취업의 길로 줄을 서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취업이 잘 되는 쪽으로만 선택하죠. 하지만 이렇게 되면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남을 위해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세요. 그러면 보상은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모두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마음껏 꿈꾸세요! 원하는 것들로 채워갈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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