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기후 위기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전달해야
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 “주 플레이어들의 변화를 끌어낼 것”
“기후 변화가 본인의 분야에 위기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길”

더 이상 기후 위기에 관해 침묵할 수 없다. 인류의 이기심이 불러온 파문은 환경적 재앙을 만들었다. 한국은 지난해 기후 대응 관련 국제 평가기관에서 발표한 주요국 기후변화 대응 지수(CCPI) 평가에서 최하위 순위를 기록했다. 과도한 탄소배출이 만든 기후 위기는 우리에게 '탄소 중립'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남겼다. 기후에 대한 모두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다.

 

"언론이 인류가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주인공인지도 모른다." 김원상(철학과 09) 씨는 언론이 좋은 기후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대중에게 세상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언론의 역할에 주목하며 기후 위기에 대한 언론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환경 단체 '기후 솔루션'에서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김 씨를 만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환경단체 '기후 솔루션'의 언론 커뮤니케이터

▲김원상(철학과 09) 씨의 모습. 현재는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서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 황은서 기자
▲김원상(철학과 09) 씨의 모습. 현재는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서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 황은서 기자

환경 단체 '기후 솔루션'에서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기후 솔루션 단체에서 나오는 콘텐츠나 행사를 언론에 전달하는 일과 언론사, 기자가 기후 분야를 취재할 때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일을 해요. 뉴스 채널을 통해서 사람들이 기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기후 보도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철학과를 졸업하셨어요. 전공과 다르게 기후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재학 당시 한양대 언론고시반에서 언론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그렇게 기자가 됐고 영국 BBC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때 BBC에서 중요하게 다루던 의제가 바로 '기후변화'였어요.

처음에는 되게 의아했어요. '한국에서는 기후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왜 이 조직은 해당 주제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생각했죠. 해당 업무를 하면서 기후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쌓았고 기후 관련 취재를 하시던 동료가 지금의 회사를 소개해 줬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한국 언론의 현주소

심층적인 기후 보도가 부족해지면서 기후 위기와 솔루션 저널리즘 간의 접근이 주목받고 있어요. '기후 무력감'까지 생겨나는 상황에서 한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 언론은 단순 현상 보도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요. 비가 많이 왔을 때, 홍수가 났을 때, 가뭄이 났을 때, 농작물이 수확이 잘되지 않을 때 등 일어난 현상만을 알려주죠. 그러나 기후 변화의 본질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기후 변화와 관련 있다. 그러나 물가 담론에 있어 기후 위기를 설명하는 언론 보도는 부족하다. ⓒ 게티이미지
▲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기후 변화와 관련 있다. 그러나 물가 담론에 있어 기후 위기를 설명하는 언론 보도는 부족하다. ⓒ 게티이미지

예를 들어 작년부터 커피, 술값이 많이 오르고 최근에는 사과 값이 많이 오르고 있잖아요.  '왜' 이런 현상이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결국 기후 문제와 맞닿아 있어요. 대부분의 일반인은 기후 변화가 지금의 현상을 만들기까지의 전반적인 그림을 모르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주변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기후 무력감에 빠질 수 있는 거죠.

이것이 바로 기후 위기에 언론이 필요한 이유예요. 현상이 갖고 있는 긴 흐름을 뉴스 안에서 쉽게 해석해 풀어준다면 사람들은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동기를 얻을 수 있어요. 단순히 '사과 값이 오르는구나'라고 단념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겠구나'라는 분명한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BBC에서도 근무하셨어요. 기후 문제를 대하는 외국 언론과 한국 언론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우리가 아는 주요 외신들은 뉴스 웹페이지 메인 탭에 '기후' 부분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등이 가장 중요한 이슈죠. 물론 국내 언론사별로 기후에 관심을 가진 기자들도 있지만 조직적인 차원에서 인력을 배치해 취재가 이뤄지기보다 각자가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만 그치는 한계가 존재해요. 그에 반해 외신은 기후를 전담으로 하는 뉴스, 매체, 특파원이 있다는 것이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언론도 기후라는 분야의 특수성과 중대함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기후를 전담하는 조직을 개편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기후 문제를 향한 새로운 도전들을 시도할 때인 것 같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 기후 변화에 따른 새로운 추동력도 존재

일반 대중들은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실제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는 데는 한계를 보입니다. 기후에 대해 품고 있어야 할 중요한 시각은 무엇인가요.

통계나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나라가 기후에 대한 인식 자체는 높은 편이에요. 플라스틱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고, 분리배출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건 우리나라가 환경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좋은 증거이기도 합니다.

다만, '인식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사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담론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한정돼 있어요.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의 약 80퍼센트는 결국 '발전'과 '산업'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발전은 국가 차원에서, 산업은 기업 차원에서 이루어지죠. 결국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는 주 플레이어들의 변화를 끌어내야 해요.

즉 어떤 공무원을 선출할지, 어떤 입법자를 뽑을지, 소비하거나 투자처를 선택할 때 어떤 기업을 고를 것인지가 기후 변화를 막는 데 더 직접적인 행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위기(危機)는 위협 위(危)와 기회 기(機)로 이뤄져 있어요. 기후 변화로 인해 사회가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새로운 변화나 추동력들이 있을 거예요. 여기서 가장 빨리 대응하고 움직이는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분명히 좋은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후 비관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도적인 차원에서 도입될 수 있는 기후 솔루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후 위기의 문제는 되게 단순해요.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이고, 온실가스를 내뿜는 산업이나 발전을 무엇으로 대체하는가'의 문제거든요. 모두가 알고 있는 '재생 에너지'가 그 해답이에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의 특징은 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과 지속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차세대 산업으로 알려진 전기차, 수소, 녹색 철강의 핵심도 모두 재생 에너지죠.

 

▲ 재생 에너지에는 태양광, 풍력 등이 포함된다. 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 게티이미지
▲ 재생 에너지에는 태양광, 풍력 등이 포함된다. 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 게티이미지

다들 수소를 청정으로 알고 있지만, 화석연료에서 가스를 개질해서 만드는 수소도 있어요. 전 과정을 보면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거죠. 그래서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분리해 낸 '청정 수소'가 필요해요. 인류에게 중요한 철강 산업에서도 탄소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청정 수소를 활용한 '수소 환원 제철'로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재생 에너지 발전 기준이 거의 꼴찌에 가까워요. 제도적인 차원에서 정부, 국회, 산업계 기업들이 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각기 다른 노력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

▲ 김 씨는 학생들에게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와 기후와의 접점을 찾고, 관심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황은서 기자
▲ 김 씨는 학생들에게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와 기후와의 접점을 찾고, 관심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황은서 기자

기후 관련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환경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생겨나고, 기후가 결정에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는 사례들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기후에 관해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기후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는다는 것은 탄소 중립 실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인류 문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기후 변화뿐만이 아니죠. 4차 산업 혁명으로 하루가 달리 세상이 바뀌고 있고, 세계적으로 불황이 이어지는 복잡한 인류 문명이 됐어요. 그런 측면에서 사회가 풍요롭고 조화롭게 나아가기 위해 지속 가능한 것을 유지하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후 보호에 함께 앞장설 한양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후 위기는 인간이 활동하는 모든 분야에 다 맞닿아 있어요. 관련 종사자들만의 영역이 아닌 우리 모두와 연결된 분야거든요. 기후 분야와의 접점을 찾아서 공부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앞으로의 경력에서도 분명히 좋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슨 과가 됐든, 무슨 분야에 종사하든 기후 문제가 내 분야의 기회나 위기가 될 수 있음을 늘 생각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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