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2', '범죄도시2' 등 영화 시리즈화
코로나19로 인한 극장가의 위축이 큰 원인
관객들의 심리와 비즈니스상의 이익이 영향을 줘

현재 한국 극장가에서는 속편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사람들의 극장 이용은 전보다 활발해졌고 다양한 영화 중 유독 속편 영화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5월 개봉한 <범죄도시 2>는 올해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명량>의 속편인 <한산:용의출현>은 약 725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으며, 현재 <정직한 후보 2>와 <공조 2>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속편이란 인기 있는 영화의 주요 인물과 상황, 줄거리 등을 그대로 옮겨와 전 작품에 이어서 만드는 작품을 뜻한다. 대표적인 속편으로는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슈퍼히어로물 프랜차이즈 세계관)의 <어벤져스> 시리즈와 1962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007> 시리즈가 있다. 이전부터 속편 영화는 꾸준히 개봉돼 왔지만, 요즘 들어 국내 속편 영화도 극장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영화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인지 길종철 연극영화학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 길종철 연극영화학과 교수 ⓒ길종철 교수
▲ 길종철 연극영화학과 교수 ⓒ길종철 교수

길 교수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영화 속편 전성시대’에 대해 “속편 영화가 개봉하고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예전부터 줄곧 있었던 현상이었지만, 영화 시장이 이전보다 비교적 위축된 현 시점에서 이 점이 더욱 부각돼 ‘전성시대’라는 표현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초기 유행 당시, 극장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영화사들은 흥행 부진을 우려해 신작 개봉을 취소하거나 미뤘고, 극장들은 적자로 인한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2년 새 티켓 가격을 약 32% 인상했다. 길 교수는 이에 대해 “영화 산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극장인데, 극장 사정이 어려워지다 보니 영화계는 큰 위기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영화사들이 영화를 만들 때의 태도와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때의 태도에 변화를 줬고 '영화 속편 전성시대'의 도래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초기 유행 당시, 극장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 게티이미지
▲ 코로나19 초기 유행 당시, 극장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 게티이미지

 

길 교수는 속편 영화의 줄 이은 제작 및 개봉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속편이 갖는 비즈니스상의 이익’을 꼽았다. 그는 "속편은 전작의 검증된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고 묘사했다. 속편은 설정과 캐릭터가 이미 존재해 초기 개발 단계에 필요한 시간과 돈이 줄어들고 이미 알려진 부분이 많아 투자 단계나 마케팅 단계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길 교수는 “어려운 현 상황에서 영화사들이 새로운 영화를 위한 투자를 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기에 조금 더 안전한 속편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속편 영화를 흥행으로 이끈 요인으로는 ‘관객의 관람 태도 변화’를 꼽았다. 길 교수는 “극장 외에도 OTT(Over The Top, 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처럼 영화를 보는 경로가 매우 다양해졌다 보니, 관객들이 ‘극장에서 보는 영화’를 선별하는 기준이 매우 엄격해졌다”며 "이 과정에서 관객들 역시 비교적 친숙한 속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 '범죄도시 2'가 대흥행을 기록하면서 속편 제작의 좋은 예시가 돼줬다. ⓒ 게티이미지
▲ '범죄도시 2'가 대흥행을 기록하면서 속편 제작의 좋은 예시가 돼줬다. ⓒ 게티이미지

 

길 교수는 ‘영화 속편 전성시대’가 한동안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범죄도시 2>가 대흥행을 기록하면서 속편 제작의 아주 좋은 예시가 돼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속편도 단순히 그 뒷이야기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다각도로 확장하는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식(Transmedia Storytelling, 동일한 세계관을 가진 여러 개의 이야기를 다양한 미디어로 분기하거나 하나의 이야기를 미디어에 맞게 변주하는 방식)의 속편도 많이 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영화계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길 교수는 "좋은 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다시 극장을 찾을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