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혜화, 동’ 잇는 수작 ‘소울메이트’ 극장 개봉
원작의 장점 살리면서 한국의 상황과 정서에 맞게 재구성해 호평
“영화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그 어려움을 뛰어넘는 즐거움과 보람 있어”

▲ 민용근(연극영화과 95) 동문.
▲ 민용근(연극영화과 95) 동문.

민용근(연극영화학과 95) 동문이 연출한 영화 <소울메이트>가 지난달 15일 개봉했다.  평단과 대중의 호평에 힘입어 현재 전국 극장에서 장기 상영 중이다. 민 씨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연극영화학과 강의를 맡기도 했다.

민 씨는 데뷔작 <혜화,동>으로 2010년 제36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코닥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열린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감독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오랜만에 민 씨가 연출한 영화 <소울메이트>는 중국 증국상(曾國祥) 감독의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소울메이트>는 상반된 성격과 환경의 두 여성이 유년 시절부터 20대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겪는 성장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민 씨는 원작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한국의 상황과 정서에 맞게 재구성해 호평받았다.

2011년 데뷔작이자 첫 장편 영화였던 <혜화, 동>의 개봉 이후 오랜만에 관객과 만난 민 씨로부터 이번 영화와 연출 철학에 대해 들었다.

 


영화 <소울메이트>를 개봉한 소감은요.

2020년에 촬영을 마쳤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스크린 상영을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이니 극장에서 개봉하길 바랐죠. 시간은 좀 지났지만, 이렇게 OTT가 아닌 극장에서 개봉하게 돼 기쁩니다. 무엇보다 극장에서 관객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반갑고 좋았어요.

 

            ▲ 민 씨가 연출한 '소울메이트'는 원작을 한국의 정서에 맞게 재구성해 호평받았다. ⓒ ㈜NEW
            ▲ 민 씨가 연출한 '소울메이트'는 원작을 한국의 정서에 맞게 재구성해 호평받았다. ⓒ ㈜NEW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 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지금의 영화 제작사로부터 리메이크 연출을 맡아 달라는 의뢰를 받았어요. 영화를 봤는데, 아무래도 여성 두 명의 이야기이니 여성 감독이 맡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고사하려고 했는데 다시 영화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어요.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단 하나뿐인 인연을 깨닫게 되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출을 맡기로 결심했죠.

 

리메이크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 한국 정서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작과 어떤 지점들을 다르게 표현해야 좋을지 고민이 많았죠. 이야기의 큰 틀은 가져오되 원작과는 감정적인 결이 조금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작에 의존하지 않고, 제가 경험했던 감정이나 시나리오를 쓰면서 만났던 분들의 경험을 참고했죠.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감정들을 잘 녹여내는 데에 가장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두 주연 배우에게 여성의 삶이나 여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자문을 많이 구했어요.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나 섬세한 연기에 대해서는 두 배우가 많은 의견을 냈죠. 그 덕분에 감독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 민 씨는 주연 배우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소울메이트'를 함께 만들어 갔다. ⓒ 민용근 동문
        ▲ 민 씨는 주연 배우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소울메이트'를 함께 만들어 갔다. ⓒ 민용근 동문

주연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극 중 안미소 역을 맡은 배우 김다미 씨는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같이 하기로 해서 오랫동안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고하은 역의 배우 전소니 씨는 비교적 나중에 캐스팅됐어요. 영화 <악질 경찰>에서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 후 몇 차례 만나고 보니 여주인공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건 두 여성의 케미스트리인데, 두 배우가 잘 어울려서 좋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두 여성은 상반되는 측면이 많은데, 오히려 그래서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관계였죠. 실제 두 분의 연기 스타일이 달랐는데 작업을 하면서 서로에게 영감을 줬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였고 저에겐 든든한 조력자들이었습니다.

남자 주인공인 함진우 역을 맡은 배우 변우석 씨는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됐어요. 그 역할은 굉장히 선해야 하고 눈빛이나 외모에서 아름다움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분은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선해서 남자 주인공에 잘 어울렸습니다. 고등학생부터 30대까지 표현해야 했는데 위화감 없이 잘 연기해 줬어요. 
 

        ▲ 민 씨는 연극영화학과의 선후배와 동기들로부터 영화에 대한 열정을 배웠다. ⓒ 민용근 동문
        ▲ 민 씨는 연극영화학과의 선후배와 동기들로부터 영화에 대한 열정을 배웠다. ⓒ 민용근 동문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고등학생일 때만 해도 영화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영화나 예술영화는 더 접하기 어려웠죠. 그나마 라디오와 책을 통해 접했는데, 많이 듣고 알게 될수록 영화 제작이라는 일이 의미 있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감독님만의 연출 철학은 무엇인가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영화 속의 감정을 얼마나 깊이 있게 느끼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흔히 캐릭터나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사실 그것들은 겉에 입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만들려는 영화의 감정에 대해 얼마나 깊이 느끼고 이해하는가, 그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양대 재학 시절은 감독님께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연극영화학과 선후배, 동기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가 학부생일 때는 기자재나 환경이 열악했는데 어떻게 하든 방법을 찾아 해결하곤 했어요. 장비가 없으면 만들었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터디를 하거나 방학 때도 모여서 영화를 찍곤 했죠. 그런 열정이 지금의 저를 만든 원동력입니다. 영화는 자본과 시간, 인력이 많이 필요한 매체예요. 하지만 그것들이 다 있어도 열정과 노력이 없으면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걸 한양대에서 배웠죠.

제가 학교에 다녔던 90년대는 영화에 대한 절실함과 열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예술 영화들을 어렵게 구해 화질도 안 좋은 비디오테이프로 몇 번씩 돌려 보면서 분석하고 공부했죠. 워크숍 시간에는 영화를 직접 찍어야 했는데 큰돈을 어떻게 해서라도 구해서 만들어 냈죠. 

 

▲ 민 씨는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줄어드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 민용근 동문
▲ 민 씨는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줄어드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 민용근 동문

영화인을 꿈꾸는 한양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강의를 위해 다시 학교에 왔을 때, 여전히 영화에 열정적인 학생들이 많아서 반가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학생들이 줄더군요. 현실적인 문제들을 걱정하느라 순수하게 영화를 좋아하기 힘든 것 같아요. 학생들의 잘못은 아니고 시대가 변한 건데, 영화 자체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현실이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강의할 때 학생들이 이런 말을 하곤 했어요. 리포트도 써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하고 할 게 너무 많아 영화 찍는 것이 부담스럽다고요. 축구로 비유하면, 발과 머리만 써서 골을 넣는 게 힘드니 팔을 쓰게 해 달라는 거였죠. 힘들다고 해서 어떤 일의 본질까지 흔드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창작 자체도 힘들고 많은 시간과 돈이 들지만, 그 어려움을 뛰어넘는 즐거움과 보람이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피하거나 근본을 흔들지 말고 그 어려움을 즐기고 이겨내길 바랍니다. 그러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보람도 더 클 거예요. 너무 현실적인 생각만 하지 말고, 조금 무모할지라도 어려움에 정면으로 맞서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근 드라마 <유쾌한 양다리> 촬영을 마쳤어요. 지금 후반 작업을 하고 있고 내년에 OTT를 통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작업도 계속 할 생각이에요. 연출은 물론이고,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계속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관련기사

키워드

'한양위키' 키워드 보기 #연극영화학과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