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이달의 연구자 남덕우 교수(경금대 경금)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다. 말의 파급효과를 말하는 속담이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뉴스에서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면 아직 경기가 나빠지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저축을 늘린다. 유력 대선후보와 연관된 회사의 주식가격은 ‘테마주’라는 이름을 달고 상승한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예측을 가지고 행동을 변화시킨다. 남덕우 교수(경금대 경금)는 이런 예측된 충격을 가지고 기존 이론과 반대되는 현상을 설명했다.

기존의 충격과 퍼즐현상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기술의 변화를 경제학에서는 충격이라고 말한다. 기술의 진보는 생산체계에 변화를 일으켜 같은 투입 하에서 더 많은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개방경제체계 안에서 다른 조건이 불변일 때 생산량의 증가는 한 나라의 상품의 가격을 다른 나라의 상품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상품가격의 변화는 실질환율의 변화를 가져온다. 실질환율이란 한 나라의 상품이 외국의 상품과 교환되는 비율을 말한다. 각 나라의 화폐교환비율을 말하는 명목환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즉, 상품가격의 하락은 외국 상품과의 상대적 교환비율인 실질환율을 상승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기술 진보가 일어난 재화의 가치하락(depreciation)을 야기한다.

그러나 실증적 연구 중 기술의 진보가 재화의 가치하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가치증가(appreciation)를 가져오는 역 상황이 관찰됐다. 기존의 국가간 교역 모델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이론과 현실에 차이가 나는 상황을 퍼즐(puzzle)이라 부른다. 남 교수의 연구는 기존의 논문이 현실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러한 퍼즐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론을 수식으로 나타낸 것이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현실을 잘 설명해야 합니다. 현실을 잘 설명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경제학자의 일입니다. 만약 기존의 모델이 현실의 다양성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면 경제학자는 그것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예측된 충격 개념의 적용

이런 문제가 나타난 이유를 남 교수는 기존의 연구가 충격을 한가지로만 생각하는 데 있다고 봤다. 기존의 경제학 연구들은 예측되지 못한 충격(surprise shock)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남 교수는 퍼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예측된 충격(news shock)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측된 충격이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영향을 주는 충격이 아닌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공표된 충격이다.

예측된 충격은 기술의 미래 증가분을 야기한다. 소비자는 미래의 증가분을 마치 지금 증가한 것처럼 여기고 행동하게 된다. 즉, 기술의 미래 증가분을 예상해서 소비가 증가하게 되고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의 소비의 증가는 타국과 비교해 봤을 때 재화의 상대적 가격을 증가시킨다. 상대적 가격의 증가는 실질환율의 하락을 불러오고 이는 재화의 가치증가 상황을 가져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설명하면 용돈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존에 십 만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일주일 후 이십 만원의 추가용돈을 받는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마치 지금 삼십 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소비를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미래의 예상이 현재의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 위의 표는 실질환율과 연관된 경기변동을 총 요소 생산성에 대한 각각의 충격이 미치는 효과로 보여준다. (사진 출처 : 남덕우 교수 논문)

남 교수는 예측된 충격의 중요성을 주식시장에 비유해 설명했다. “새로운 뉴스가 나오면 주식시장의 가격은 바로 바뀝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예측된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근본적 변화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남 교수의 이번 논문은 미국의 총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변화방향을 예측되지 않은 충격과 예측된 충격으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두 충격의 차이점을 검증했다. 검증결과 예측되지 않은 충격의 경우 기존의 이론대로 재화의 가치하락 현상이 발생했고, 예측된 충격의 경우 가치증가의 현상이 발생했다. 두 개의 충격을 나눠 파악함으로써 기존 이론의 퍼즐현상을 해결한 것이다. 물론 예측된 충격이 경기변동을 일으킨다는 가설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 가설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 매우 부족했다. 남 교수의 논문은 그 동안 없었던 예측된 충격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것에 큰 시사점이 있다.

진실된 연구자가 되고 싶다


남 교수의 목표는 자신의 분야에 더욱 더 몰두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다음 연구 목표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경기변동의 주요원인으로 예측되었던 돈의 대출 가능 상태(credit condition)와 경기변동의 상관관계에 관해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이러한 목표 안에서도 남 교수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바로 진실성이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다 보면 받을 수 있는 표절, 거짓말 그리고 조작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목표다. 남 교수는 “교수는 순수 학문은 연구한다는 점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진실돼야 한다. 어떠한 곳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 진실성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우리대학 경제학과 93학번 출신이다. 남 교수는 교수라는 직함에 사로 잡히지 않고 마치 후배를 대하듯이 학생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교수가 아닌 93학번의 선배의 입장에서 남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진정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이상하게 기가 죽어있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고 진정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기를 바랍니다.”

 ▲ 남덕우 교수(경금대 경금)는 "연구를 하면서 받는 여러가지 나쁜 유혹에 사로잡히지 않고 항상 진실성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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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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