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Headline 1
수학과 김미란 교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세상,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이유다. 최근 김미란 교수 연구팀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한 행동 분석 보안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보안기술에 관한 연구 논문은 다학제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 박영임 / 사진. 손초원

수학의 응용 분야는 광범위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뿌리에는 모두 수학이 있어요. 많은 연구자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_수학과 김미란 교수
수학의 응용 분야는 광범위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뿌리에는 모두 수학이 있어요. 많은 연구자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_수학과 김미란 교수

■ 사생활 보호와 원격 모니터링을 한 번에 

걸음걸이 등을 모니터링하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알림을 보내는 스마트 홈 헬스케어 서비스. 미국에서는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주목받고 있는 산업 분야 중 하나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가까운 미래에 홈 헬스케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한다는 것은 사생활 침해인데다 해킹을 통한 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원격 모니터링 방법은 없을까. 2020년 당시 미국 텍사스대학의 헬스사이언스센터에서 근무했던 김미란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 없이 행동을 인식할 수 있는 보안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보통 홈 모니터링 시스템은 CCTV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침실이나 화장실 같은 사적인 공간에는 설치하기 어렵죠. 하지만 노인들의 낙상 사고는 이런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제공자에게 영상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 데이터를 암호화해서 AI 모델을 통해 행동을 추론해 암호화된 결괏값을 해독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즉, 정수리, 어깨, 팔꿈치, 무릎, 발끝 등 신체에 15개 안팎의 특징점을 추출해 그 점들이 이루고 있는 형태로 움직임을 추론할 수 있는데, 이 자체도 개인정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데이터를 원천 정보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라 아니라 암호화 기술을 통해 점들의 X, Y 좌푯값을 암호화해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모니터링 서비스 제공자가 낙상 등 사고가 의심되는 행동을 감지하면 구급차를 출동시키는 등 즉각적으로 조처할 수 있다. 개발된 보안기술을 활용해 영상 데이터의 정확도를 산출한 결과, 실제로 낙상했을 때 낙상이라고 예측할 확률은 86.21%, 실제 낙상을 하지 않았을 때 낙상이 아니라고 예측할 확률은 99.14%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출발점은 헬스케어 서비스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지만 머신러닝 기법을 도입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그중에는 암호학의 대가로 꼽히는 크리스틴 라우터(Kristin Lauter) 박사도 있는데 당시에는 MS연구소의 암호연구그룹 연구 책임자였고, 현재는 메타 인공지능 연구소(Meta AI Research)의 서부 지역 책임자(West Coast Head)로 일하고 있다.

 

■ 안전한 보안기술로 각광받는 ‘동형암호’란? 

김미란 교수는 본 연구에서 암호 프로토콜 설계를 담당했다. 사실 김미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동형암호(Homomorphic Encryption)’ 분야를 이끄는 선두그룹의 연구자다. 동형암호란 암호화된 데이터를 복호화 없이 연산할 수 있는 암호기술인데, 여기서 동형이란 말은 정보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각종 연산을 했을 때 그 결과가 암호화하지 않은 상태의 연산 결과와 동일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정보가 암호화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해커가 정보를 탈취해도 원천 정보가 노출되지 않아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초연결 세계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 주목받고 있는 획기적인 암호기술이다.

하지만 동형암호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연구팀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김미란 교수는 동형암호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2017년에 개발돼 전 세계 많은 연구자에게 활용되고 있는 ‘CKKS 스킴’의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연구자의 성을 딴 CKKS에서 세 번째 ‘K’가 바로 김미란 교수를 가리킨다.

CKKS 스킴은 실수(유리수와 무리수 전체를 총칭해 확장한 수)를 신속하게 연산하도록 지원하는 동형암호다. 통계분석, 데이터 검색, 기계학습 등 많은 분야에 쓰이고 있다. 보통 논문 인용 횟수가 10~20회 정도만 돼도 많은 편인데, CKKS 스킴 관련 논문 인용 횟수는 914회(구글 스칼러 기준)나 된다. CKKC 스킴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기존보다 우수한 기술이 출현하면 바로 퇴출당하는 동형암호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동형암호 시스템이 4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CKKS 스킴의 가치를, 그리고 그것을 개발한 연구자 중 한 명인 김미란 교수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CKKS 스킴은 동형암호를 연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기본적인 연산을 지원하는 수준의 암호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실생활에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최적화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해 왔습니다. 예를 들면 동형암호를 접목해 유전체 분석을 안전하게 진행하는 방안을 연구했어요.”

본 연구에서는 동형암호 기술을 기반으로 하나의 암호문에 다수의 입력 데이터를 저장해 병렬화된 합성곱(Convolution) 연산을 암호화된 상태에서 처리할 수 있는 동형암호 고속화 연산기술을 개발했다. 대용량 데이터를 동시에 암호화해서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데이터 저장공간도 압축했다. 또한 동형암호에 최적화된 신경망을 설계해 추론의 정확도도 높였다. 이렇게 동형암호 기술은 보안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의 효율성도 높여주는 기술이다.

 

■ 무궁무진한 수학의 세계 

김미란 교수는 2015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시절부터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미국국립보건원(NIH)이 후원하는 보완 기술 유전체 정보분석 보안경진대회(iDASH)에 4년 연속 출전해 3년이나 1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한 해는 아쉽게 2위를 기록했다. 본 대회는 주로 MS, IBM 같은 글로벌 IT기업과 대학, 연구기관들이 참여하는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함께 동형암호 기술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김미란 교수는 현재 본 경진대회의 조직위원을 맡고 있다.

한참 설명을 듣자니, 문득 김미란 교수가 수학과라는 사실이 의아해진다. ‘수학’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안전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안, 그리고 암호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 뿌리에는 수학이 있다. 김미란 교수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도 대수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며 수학의 응용 분야는 광범위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원 석사 때까지 순수수학을 전공했습니다. 근데 갈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응용수학 중 보안, 암호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암호를 연구하면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이나 AI 분야에도 흥미를 느끼게 됐고요. 수학도 다른 학문 간 융합이 중요하므로 다양한 분야에 항상 레이더를 켜놓아야 합니다.”

동형암호 알고리즘인 CKKS 스킴이 많은 연구자에게 쓰이면서 다른 연구로 확장되는 것을 보면 연구자로서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김미란 교수. 그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자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NIH이 후원하는 iDASH 3회 우승, ‘2018 한국 젊은 여성 수학자상’ 수상 등 국내외의 인정을 받는 김미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동형암호’ 분야를 이끄는 선두그룹 연구자다.
NIH이 후원하는 iDASH 3회 우승, ‘2018 한국 젊은 여성 수학자상’ 수상 등 국내외의 인정을 받는 김미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동형암호’ 분야를 이끄는 선두그룹 연구자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2년 겨울호 (통권 264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키워드

'한양위키' 키워드 보기 #김미란 #수학과 #HYPER #HYPER264 #SDG9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