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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 동문(국악과 03)

MBN의 <로또싱어>에 출연해 아름다운 선율과 노래로 ‘정가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하윤주 동문은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국악인이다. 앨범 발매, 방송 활동, 음악극 공연 등 국악과 정가의 저변 확대를 위해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하윤주 동문을 만나 정가의 매력과 세계화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 보았다.

글. 박영임 / 사진 제공. 프로덕션 고금

하윤주 동문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가창하고 이를 정가 식으로 재해석해 음악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펼쳤던 그는 현재 일본 활동을 준비 중이다. ⓒ 프로덕션 고금
하윤주 동문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가창하고 이를 정가 식으로 재해석해 음악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펼쳤던 그는 현재 일본 활동을 준비 중이다. ⓒ 프로덕션 고금

■ 아정한 노래 ‘정가’의 가객

하윤주 동문은 자신을 ‘정가 보컬리스트’라고 소개한다. ‘정가’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장르의 곡을 표현하고자 보컬리스트라는 말을 붙였단다. 일반 대중이 국악과 친숙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정가.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국악을 전공하는 사람 중에서도 정가를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전통 성악의 한 갈래인 정가는 아정(雅正)한 노래라는 뜻으로, 전통 시조나 한시에 곡을 붙여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하윤주 동문이 이러한 정가를 만나게 된 것은 운명이었다.

“정가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입니다. 특별활동 시간에 국악 노래를 배우게 됐는데 그때는 정가라는 것도 모르고 그저 좋아서 따라 불렀어요. 그때의 선생님이 인연이 되어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꾸준히 배웠죠. 그러다 우연히 국립국악고등학교의 신입생 모집 공고를 보고 진학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제야 제가 부른 노래가 정가라는 것을 알게 됐죠. 인연이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정가는 첫 만남부터 하윤주 동문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지금은 삶의 일부로 동행하는 사이가 됐다. 그 매력이 무엇이기에 어린 하윤주 동문을 정가의 세계로 이끌었을까. 하윤주 동문은 정가의 매력은 무엇이라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정가는 참 매력적인 노래입니다. 긴 호흡으로 노래하며 우리 선조들의 시를 담아내는 음악 장르죠. 그러다 보니 어떤 때는 선율에 젖고, 또 어떤 때는 시에 빠져 문학의 한 장르로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음악과 문학이라는 두 장르를 접목한 것이 정가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정가를 알리는 무대를 찾아 종횡무진

‘아정하다’는 것은 ‘기품이 있고 바르다’는 말이다. 절제된 감정을 단아하게 표현하는 정가를 수식하는 데 이보다 더 적확한 단어는 없을 것이다. 아정한 노래, 정가를 부르는 하윤주 동문은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로서 한국 전통 소리의 근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현대적 감정을 표현하는 보컬리스트로서 TV 프로그램 출연, 공연, 음반 발매 등 활발한 활동으로 정가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2017년 일제강점기 때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와 김계선의 이야기를 판소리와 정가로 표현한 음악극 <적로>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하윤주 동문은 2018년 KBS 국악대상 가악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정가에 현대적 감성을 입힌 <추선>과 <황홀극치>라는 음반을 발표했다.

“첫 번째 음반인 <추선>은 전통 가곡과 19세기 서양 예술가곡을 현대적 작법으로 재구성한 선율에 정가 창법을 도입한 것입니다. 전통 가곡의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현행 가곡의 선법을 넘나드는 시도로 정가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였죠. 두 번째 싱글앨범인 <황홀극치>는 ‘풀꽃’이라는 시로 사랑받는 나태주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좀 더 대중적인 선율을 가미해 정가가 현대에도 듣기 편안한 대중적인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정가를 알리기 위해 연기와 춤까지 익힌 하윤주 동문의 열정은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KBS <열린음악회>와 같은 음악 무대는 물론이고, KBS 설 특집 뮤지컬 드라마 <구미호 레시피>에서 주인공 ‘여희’ 역할을 맡으며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KBS <6시 내고향>에서 전국 방방곡곡을 방문하는 리포터로 활동하기도 하고, MBN의 <로또싱어>에 출연해 대중음악을 노래하며 일명 ‘정가 여신’으로 등극해 온라인을 달구기도 했다.

“<로또싱어>에 출연하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가창하고 이를 정가 식으로 재해석해 음악적 지평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정가라는 음악을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돼 뿌듯했습니다. 소중한 추억이자 저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준 활동이었죠.” 

하윤주 동문은 정가를 널리 알리고 정가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공연 장면.
하윤주 동문은 정가를 널리 알리고 정가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공연 장면.

■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K-컬처의 힘
정가를 비롯한 국악은 우리의 전통음악이지만 어느샌가 낯선 음악이 됐다. 자꾸 들어 귀에 익어야 그 음악에 심취할 수 있을 텐데 들을 기회조차 없으니 매력을 알 리가 없다. 다행히 최근 국악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들이 기획되고, 젊은 국악인들이 국악을 새롭게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국악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할 수 있는 대중음악 프로그램이 등장해 참 기뻤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협업하며 국악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새로운 음악 장르를 만들어내기도 했죠.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우리 음악인 국악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돼 이전보다 국악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문이 조금 더 열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K-POP처럼 K-국악도 세계인의 마음을 열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하윤주 동문은 정가가 가지는 특수성은 세계인의 이목을 끌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시조)가 가사가 되는 문학적 특징에,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창법을 사용하는 음악적 특징을 결합하는 시도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공연을 다니다 보면 이미 많은 분이 국악에 호기심을 보이며 즐겨주십니다. 국악이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충분한 매력이 있고 음악의 한 장르로서 독자성을 지니고 있음을 뜻합니다. 언젠가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에 음악을 붙이고 또 거기에 정가의 창법을 한 방울 가미한다면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K-국악의 한 장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하윤주 동문은 일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에서도 정가의 아정한 선율을 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작업했던 음악을 일본어 가사로 수정하며 녹음 작업을 하는 중이다. 이렇게 노력하는 국악인들이 있기에 분명 우리 국악도 세계로 뻗어나가 K-국악의 시대를 열 날이 올 것이다. 하윤주 동문은 K-컬처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부터 우리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컬처가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원동력은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그 가치를 알고, 소중히 여기며,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노력했기에 K-컬처의 꽃을 피우게 된 것이죠. 아쉬운 점은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오래된 것을 진부하고 촌스러운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국악에 관심을 두고 그 가치를 잘 발현시킨다면 K-무비, K-드라마, K-팝과 같이 한국의 색을 가진 문화로서 또 다른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2년 겨울호(통권 264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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