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s Review
경영학부 신민수 교수

‘플랫폼’이라 불리는 모호한 존재들이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구글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페이스북에 일상을 남긴다. 카카오로 대화하며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필요한 물건을 오픈마켓에서 구입한다.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플랫폼’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요체인 초연결사회를 열어가고 있다.

글. 경영학부 신민수 교수

플랫폼과 우리의 일상

플랫폼이 우리 일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해주는 사건이 얼마 전에 있었다. 바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이다. 지난 10월 15일에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월간 사용자가 무려 4천750만 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의 서비스 사용이 어려워졌고, 주말 동안 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었다. 복구가 지체되는 과정에서 사진과 동영상 등 용량이 큰 파일 전송은 불가능했고, 메일 서비스는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다. 카카오톡과 연동되는 카카오페이 기반의 결제 서비스와 계좌 송금 등의 금융 서비스,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도 이용이 어려웠다.

플랫폼 사의 역대 최장 시간 장애에다 복구까지 더뎌지면서 주말 근로자의 업무 처리부터 택시 등 교통수단 이용, 금융 업무 등 일상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많은 소상공인 역시 피해를 호소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접수된 피해 접수 상황을 살펴보면 외식업이 26.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비스업(20.8%), 운수업(20.2%), 도소매업(18.7%) 등이 뒤를 이었다. 외식업의 경우 카카오페이 결제 불가에 따른 피해가 가장 컸다. 카카오톡 채널 마비에 의한 주문 접수 불가, 카카오맵을 이용해야 하는 배달대행업체의 배달 불가 등으로 인한 피해도 컸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일상이 플랫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줬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부가통신사업자도 기간통신사업자처럼 데이터 이중화 조치를 취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마침 한양대학교가 이런 데이터 이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카카오가 4천억 원을 투입해 ERICA캠퍼스 내 혁신파크 도시첨단산업단지 1만8천여㎡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3만㎡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2023년에 완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망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

경제, 미디어, 정치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프라이버시, 시장 지배력, 표현의 자유, 기술 패권과 국가 안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전 세계의 규제 기관들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 규제 기관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는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이하 CP, Contents Provider)의 인터넷망 무임승차에 대한 것이다. 통신망과 연결해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건 기본 시장 원리이지만, 2017년부터 촉발된 구글·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논란은 5년째 공전하고 있다. 망 무임승차 논란은 통신사들이 구축한 망을 CP들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사용한다는 통신사들의 주장에 의해 제기되었다. 망 이용 대가 논의 배경에는 트래픽량과 수입 사이의 불균형으로 인해 인터넷 가치사슬 업체들 간 자본 수익성이 크게 차이 나고 있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인터넷 트래픽 급증이 예상되나, 통신사업자와의 투자에 따른 수익 간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의 고도화에 따라 인터넷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산업을 구성하는 통신사업자, CP, 단말제조사 등 계층별 사업자들의 시장 성과 격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미 국내 대표 CP들의 매출 성장률, 영업 이익률 및 기업 규모가 대규모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운용하는 통신사업자를 능가해 시장 내 위상이 역전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생태계 내에 급증하고 있는 트래픽을 통신사업자의 투자만으로 지탱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2018년 다보스포럼에서도 인터넷망 재원 분담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망 이용 대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 수립이 필요한 이유는 망 이용 대가를 사업자 사이의 계약 문제로 남겨둔다면, 협상력이 강한 글로벌 CP들에게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하기 어렵고, 국내 CP의 역차별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사업자들 사이의 분쟁으로 인해, 요금 인상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이용자들의 이익 저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또한 킬러콘텐츠의 지배력 및 필수성을 바탕으로 한 CP의 지위 상승, CP 콘텐츠로 인한 트래픽 증가 같은 인터넷 생태계 환경 변화 등에 따라, 통신사업자와 CP 간의 관계가 기존의 ‘이용자 관계’에서 ‘B2B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인터넷 시장이 소수의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과점화됨에 따라 해당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콘텐츠의 대체 불가능성, 유일성이 하류 시장인 통신 시장의 필수투입 요소가 되고 있다.

통신망의 품질을 중심으로 경쟁하던 시대에서 콘텐츠 경쟁 시대로 진입하면서 통신사업자에 대한 CP들의 지위가 점차 향상되고 있음에 주목해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통신 사업자가 CP에 부과하는 네트워크 이용 대가가 CP의 망 사용량에 연동되어 있어야 지속적인 네트워크 개선과 투자라는 관점에서 적정 수준을 반영할 수 있다. 망 이용 대가를 제도화한다면, 적정한 망 이용 대가의 산정기준, 망 이용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CP의 범위, 외국 사업자에 대한 법 적용 및 실효성 담보 방안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새로운 질서 수립 필요

치열한 논란과 다툼이 예상되는 플랫폼 규율 문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 문제를 원만하게 풀려면 반드시 논의의 배경을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플랫폼 경쟁 행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 대부분이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그렇다고 소비자 후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소비자는 자신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한다. 그뿐 아니라 플랫폼은 광고 수익을 얻는다. 그리고 광고 비용은 상품 가격에 전이된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품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플랫폼 기업이 혁신을 거듭하며 인터넷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성장했다는 점이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뜻은 아니다. 인공지능 등을 이용한 플랫폼 기업의 가격차별 행위는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다. 하지만 독점이나 정보 비대칭 이용 등의 불공정 행위는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플랫폼의 혁신적인 강점을 살리면서 사회적·법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도록 논의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기존 시장 획정 등 전통적인 방법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플랫폼 시장에서의 바람직한 경쟁 방식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관련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의 관문 역할에 따른 반경쟁적 행위가 그 기준이 된다. 데이터 우위를 기반으로 병목 효과를 증대시키거나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기업의 시장 접근을 배제하는 행위 여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반경쟁적 행위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와 깊이를 정확히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한 정책 기획 및 추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급속도로 발전하는 플랫폼 경제에 대응할 수 없으므로 반경쟁 행위 없이도 빅데이터와 AI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데이터 집중과 프라이버시 제공의 대가로 얻은 소비자 후생의 적정성 등이다. 이러한 잠재적 문제들을 예견하면서 플랫폼의 혁신성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플랫폼 산업의 진화에 필요한 어젠다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그러자면 전반적인 규제 체계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플랫폼이 광범위한 산업에 걸쳐 제품과 서비스를 중계한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관련된 일반 규제체계가 적합한지, 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방송통신 관련 법들을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법, 플랫폼 규제를 담당할 기관의 성격 규정 등도 점검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의 광범위한 사업영역 특성 때문에 규제 기관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정보수집 범위와 권한 부여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국가 산업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혁신과 공정의 균형을 갖춘 미래 지향적 플랫폼 정책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국내 플랫폼들이 활발하게 등장할 수 있는 법 제도 환경, 상생의 생태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2년 겨울호 (통권 264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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