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사람이 밥 한술씩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 이와 한 글자 다른 ‘십시일밥’도 맥락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한술이 아니라 자투리 시간을 모아 한 끼를 만든다는 것이다.정리. 편집실 자료 제공. 십시일밥




자투리 시간과 잠깐의 수고를 모아 친구에게 밥 한 끼

 

시간은 금이라 했다. 십시일밥의 봉사자들은 시간이란 금을 모아 친구를 위한 밥을 산다. 대학생이 십시일밥에 봉사 신청을 하면 십시일밥은 이들을 해당 학생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식당과 연결해준다. 봉사자는 주로 바쁜 점심 시간대에 투입돼 배식, 식기 정리, 홀 청소 등 식당 일손을 돕는다. 봉사자가 일한 만큼 식당은 ‘기부금’을 십시일밥에 식권으로 기부하고, 십시일밥은 이를 모아 대학 별로 식권이 필요한 취약계층 학우에게 전달한다.
봉사자들은 캠퍼스 밖으로 이동할 필요 없이 공강 시간을 이용해 캠퍼스 안 가까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또한 먼 이웃이 아닌 바로 내 옆의 친구를 도울 수 있다는 것도 뿌듯한 일이다. 학생식당은 점심시간에 일할 사람을 따로 구하는 번거로움 없이 한창 바쁠 때 일손을 덜 수 있으니 좋고,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뜻깊은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도 기분 좋은 덤이다.
십시일밥은 2014년 9월 한양대 서울캠퍼스 봉사 동아리로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대학이 늘면서 현재는 전국 20여 개의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신세계푸드, 한화푸디스트, 아워홈 등 다양한 학생식당 운영 기업도 적극적으로 동참 중이다.
규모가 커지는 동안 다양한 성과도 거뒀다. 지원이 필요한 학우와 봉사자, 학생식당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와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아 2014년 소셜벤처경연대회 대상, 2015년 서울혁신상, 2016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 서울시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되며 어엿한 봉사 단체로 거듭났다.
2014년에 시작된 이래, 2018년 1학기까지 십시일밥에 참여한 봉사자는 총 4363명. 3만 7598시간을 활동해 2781명의 학우에게 식권 6만 8047장을 기부했다.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2억 5000만 원가량. 시간은 금이라더니 자칫 흘려보낼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모여 금값, 소중한 밥값이 됐다.

 

4년 차 십시일밥의 성장통 극복기


다양한 기관과 단체에서 인정을 받으며 당당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사무국원인 서민영 학생(경영학 14)은 십시일밥이 현재 성장통을 겪는 중이라고 말한다.
“사업이 4년 차에 접어들며 고민해야 할 부분도 늘었습니다. 여러 대학에 퍼져나간 십시일밥 활동을 어떻게 더욱 효과적으로 운영할지, 수익 구조를 어떻게 정비해야 할지, 후원자를 어떻게 발굴할지 등을 늘 고민하죠.”
내실을 다지는 한편 보다 많은 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고민이다.
십시일밥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통해 성장통을 극복하려 한다. 최근 SK텔레콤과 함께하는 ‘컵클럽’ 프로젝트는 십시일밥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대표적인 신사업. 환경법 개정에 맞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십시일밥은 카페에서 소비되는 일회용 컵에 주목했다. 흔히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전공 서적과 노트북으로 묵직한 가방에 도톰한 텀블러를 챙겨 넣는 게 귀찮고 부담되기도 한다. 캐비닛에 두고 쓰자니 위생이 염려된다. 이럴 때 쉽게 쓰고, 내가 씻지 않아도 되는 텀블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바람에 십시일밥은 컵클럽이라는 훌륭한 대안을 내놨다. 우선 텀블러 등의 다회용 컵을 컵클럽 전용 컵으로 준비해 카페에 비치한다. 원하는 학생은 일회용 컵 대신 컵클럽 컵에 음료를 담아 마시고, 다 사용한 컵은 캠퍼스 안 여러 곳에 비치된 수거함에 넣는다. 봉사자들이 이 컵을 수거해 학생식당에서 깨끗하게 씻은 다음 다시 카페에 전달하는 것. 사용자는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일에 손쉽게 동참할 수 있고, 카페는 환경 운동에 힘을 보태는 한편 일회용품 구입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협력 기관인 SK텔레콤은 컵 디자인을 비롯해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한편 봉사활동 증명서를 발급해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십시일밥은 현재 어느 대학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할지 고민하며, 컵클럽에 도움을 주는 교내 카페들이 식권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더불어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십시일밥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계획도 세웠다. 감성적인 디자인의 에코백을 구상 중인데, 시범 판매로 반응을 지켜본 다음 십시일밥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담은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할 계획이다. 상품 판매로 수익을 얻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십시일밥만의 확실한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한편 지난 9월 말에는 신촌 IF 스타트업 거리축제에 십시일밥 부스를 열고 홍보 활동을 펼쳤다. 게임에 참여해 얻은 점수만큼 십시일밥이 대신 기부해 많은 시민에게 나누는 기쁨을 전하고, 십시일밥의 가치와 청년 문제에 대해 알렸다. 약 200명의 시민이 기부에 참여했으며, 기부금은 청년 구직자를 돕는 ‘열린옷장’이라는 단체를 통해 취약계층 청년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함께하는 사람’


신사업 진행과 홍보 활동으로 바쁜 가운데, 십시일밥은 봉사자를 모집하고 운영하는 일에도 공을 들인다. 십시일밥 운영진들은 십시일밥에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봉사자라며 이들이 활동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십시일밥의 가치에 공감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내어준 고마운 봉사자들. 이들의 기대와 의견을 잘 반영하는 것 또한 다른 활동만큼 중요하다. 십시일밥 부대표로 활동 중인 이지은 학생(경영학 15)은 봉사자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러한 노력에 호응해 줄 새로운 봉사자를 찾는 일도 잊지 않는다.
“함께하는 기쁨을 더욱 많은 학우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돕고 싶은 분들, 도움이 필요한 분들 모두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열어놓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십시일밥 크루들의 한마디
 

2018년 1학기 운영진과 봉사자

- 십시일밥의 취지가 마음에 들고, 제가 다니는 학교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 공강 시간을 활용해서 봉사 활동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또한 다른 학과 친구들을 만나고, 식당에서 일하시는 이모님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기회도 됐습니다.
- 식권을 받는 학우가 비교적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래서 십시일밥에 동참하게 됐죠.
- 일주일에 단 한 시간 고생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데에 뿌듯함을 느껴요. 그리고 학생식당 직원들의 고충을 몸으로 느끼며 매사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 것도 좋았습니다.

 

한 끼 든든히 먹은 학생들의 이야기
 

2017년 식권 이용자

-신청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부담이 적어서 좋았습니다. 식권을 우리 학교 학생식당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어서 편했어요.
-식권을 지원받는 것은 분명히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식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투자했어야 할 시간을 공부와 취업 준비에 사용할 수 있었어요.
-밥 한 끼를 지원받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십시일밥 덕분에 조금 더 풍족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한 시간 한 시간 일한 대가로 제가 따뜻한 밥을 먹고 배부르게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교통비나 세금은 어쩔 수가 없기 때문에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굶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주위에 그런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밥 한 끼 제대로 먹는 것이 생각보다 크나큰 행복인데, 십시일밥은 그것을 채워주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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