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환경공학과 전병훈 교수

오염과 기후변화 등 환경 위기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며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탄소배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준수하고자 노력 중인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신재생에너지가 환경 위기의 해법을 찾을 것이라 확신하는 전병훈 교수를 만났다.

글. 김현지 / 사진. 손초원

전병훈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전병훈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 당연하고, 절실한, 신재생에너지 연구

신재생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를 아우르는 용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해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변환해 이용하는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정의하고 있다. 태양열·태양광 발전·바이오매스·풍력·소수력·지열·해양 에너지·폐기물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8개 분야와 연료전지·석탄액화가스화·수소 에너지 등 신에너지 3개 분야를 통칭한다. 전병훈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야말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요건이라 말한다.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와 달리 탄소배출이 적거나 없는 에너지로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이 적고, 자연에서 계속해 생성되는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설명하다 보면, 석탄액화가스가 포함되는 것에 의아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석탄을 가스화하는 것은 불순물을 거르고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주성분인 합성가스를 만드는 일인데, 대기오염을 발생시키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을 90% 이상 저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는 것이죠.”

기후 위기를 논할 때 빼놓지 않는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 문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입장에서 본다면 억울한 면이 많다. 사실 모든 유기물은 반드시 이산화탄소로 돌아간다. 꽃과 나무, 곤충과 동물, 그리고 우리 인간까지도. 이것은 지구 위 모든 유기물에 해당되는 자연계의 흐름이자 법칙이다. 다만 그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인류문명이 지각에 묻혀있던 화석연료를 채굴해 태우는 과정에서 대기 중 탄소 총량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전병훈 교수는 화석연료 기반 발전을 재생가능한 대안으로 대체함으로써 탄소 집약적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과 같은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은 화석연료와 달리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습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 생태계를 보전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며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초기 인프라 투자 비용이 비싼 단점이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는 환경,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미래지향적인 장점을 두루 갖췄어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일 수 있어 에너지 안보 위협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전병훈 교수가 이끄는 ‘바이오에너지&토양공학연구실’은 우리나라 바이오 에너지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전병훈 교수가 이끄는 ‘바이오에너지&토양공학연구실’은 우리나라 바이오 에너지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 기술 전쟁으로 치열한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며 정치·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에너지 발전의 약 5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고 있으며 바이오가스 생산기술도 상당히 발전했다. 유럽의 여러 국가도 재생에너지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사실 재생에너지 산업은 해당 국가 및 지역의 특이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바람이 많이 부는 오스트리아는 풍력 에너지, 온천이 많은 헝가리는 지열 에너지, 커다란 산맥에 위치한 노르웨이는 수력 에너지에 주력하는 식이다.

전병훈 교수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협약’에 참여하는 등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력, 풍력, 태양광이 상용화돼 있고 그 밖에 폐기물 에너지, 바이오 에너지, 연료전지, 수소 에너지 개발이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중 수력, 풍력, 태양광이 상용화돼 있으며, 수력 에너지 기술이 뛰어난 편이다. 사진은 섬진강댐 이미지.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중 수력, 풍력, 태양광이 상용화돼 있으며, 수력 에너지 기술이 뛰어난 편이다. 사진은 섬진강댐 이미지.

“우리나라는 댐 사업을 많이 해 수력 에너지 기술이 뛰어난 편입니다. 풍력은 해상 풍력 에너지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해상 석유 개발을 진행했던 국가들에 비해 기술이 뒤떨어지는 상황입니다. 태양광은 기술 자체로는 우수하지만 지리적 특성상 일조 시간이 짧은 게 걸림돌이죠. 또 중국의 기술 단가가 매우 낮아 태양광 기술 수출에도 어려움이 있어요. 바이오 에너지 기술은 유럽의 80%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료전지 기술은 선진국과 5~10% 격차가 나지만, 특정 부문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우수하기도 합니다.”

전병훈 교수는 우리나라가 폐기물 에너지, 수소 에너지 기술 발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함께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환경오염 해결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기여해온 전병훈 교수는 지금까지 토양/지하수 오염정화, 바이오 에너지 생산, 폐수처리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환경미생물학, 오믹스(Omics) 연구 등 새로운 연구 분야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왔다. 현재까지 450편에 달하는 논문을 『재생 지속 가능 에너지 리뷰(Renewable and Sustainable Energy Reviews)』, 『미생물학 트렌드(Trends in Microbiology)』, 『생명공학 동향(Trends in Biotechnology)』, 『배위화학 리뷰 (Coordination Chemistry Reviews)』,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등 유수의 SCI(E) 저널을 통해 출판했고, 30건의 특허를 출원·등록했다. 4건의 산업체 기술이전 성과도 거뒀다. 지난해 열린 ‘2022 대한민국 산업기술 R&D대전’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지난 3년간 수행한 ‘유분 폐기물 FOG의 병합소화를 통한 고효율 바이오가스의 생산 기술 개발’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일상에서 접하는 유분 폐기물은 음식물에 포함된 기름진(Oily) 성분에서 유래합니다. 이들은 다량의 탄소를 함유한 고분자 화합물로 물과 섞이지 않아 하수관망을 막거나 하수처리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죠. 혐기성 소화조를 이용해 유기성 폐기물로부터 메탄을 얻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공정에서도 장애요인이 됩니다. 따라서 기존 혐기성 소화 공정에서 유분 폐기물의 혼화성을 높이고, 고농도의 유분에도 저해 받지 않고 이를 쉽게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확인하며, 이들 미생물의 대사 활동에 최적화된 반응조건을 조성하는 연구가 꼭 필요합니다.”

전병훈 교수는 3년간의 연구 끝에 유분 폐기물을 신속하게 생분해하고, 메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2단 혐기성 소화조를 성공적으로 개발해냈다. 현재 국내 모 건설사와 함께 국내 D시의 하수처리장에 해당 기술을 활용한 실규모 플랜트를 건설, 운용 중이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기름과 지방 성분인 이른바 FOG(fat, oil, grease)에 대한 미생물 대사 순응 및 혐기성 소화 과정에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접목하고 그 기저 원리를 규명함으로써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전병훈 교수는 지금까지 토양/지하수 오염정화, 바이오 에너지 생산, 폐수처리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환경미생물학, 오믹스(Omics) 연구 등을 진행해왔다.
전병훈 교수는 지금까지 토양/지하수 오염정화, 바이오 에너지 생산, 폐수처리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환경미생물학, 오믹스(Omics) 연구 등을 진행해왔다.

■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에너지 소스

인류문명이 발전할수록 에너지 의존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날 에너지는 공기나 물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모든 일상생활과 산업이 에너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에 탄소중립이라는 제약이 걸렸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소스가 필요하다.

“2030년까지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8% 이상 혼합해야 하는 제도가 추진되고, 정부는 로컬 그리드 전력 사업이라 해서 지역마다 특색에 맞는 에너지원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가 개발되면 산업 구조가 바뀌고 일자리도 새롭게 생길 겁니다. 지금 당장은 이미 시스템화돼 있는 석유나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게 가성비가 좋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초기의 어려움을 이기고 인프라를 조성한다면,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더욱 생산적인 친환경 산업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연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다는 전병훈 교수는 앞으로도 다양한 성과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바이오 연료,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선박유와 항공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병훈 교수는 특히 미세조류에 주목하고 있다. 미세조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녹조현상을 유발하는 미생물인데, 광합성을 통해 무기물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유기물을 생산한다. 그 유기물에는 바이오 오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질이 포함돼 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 연료도 얻을 수 있어 가능성이 큰 연구다.

“환경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환경문제의 원인인 미세조류도 친환경 바이오 에너지로 탈바꿈되고 탄소 저감의 열쇠가 됩니다. 이처럼 친환경 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연구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그 길이 인류 발전의 열쇠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3년 여름호(통권 266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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