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부 장건희 교수 & 초정밀회전기기연구실

장건희 교수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마이크로로봇을 이용한 혈관 중재 원격시술에 성공했다. 이 성과는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동맥질환 등 세계 사망원인 1위인 혈관계 질환의 로봇 원격시술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가지정연구실’이자 ‘삼성-한양 초정밀 모터 선도 기술 연구센터(SHRC)’로도 지정받은 장건희 교수 연구실을 취재했다.

초정밀회전기기연구실에서 개발한 3차원 공간에서 원하는 자기장을 생성하는 자기구동 시스템을 통해 모사 혈관 내 마이크로로봇의 운동을 제어하는 실험 장면
초정밀회전기기연구실에서 개발한 3차원 공간에서 원하는 자기장을 생성하는 자기구동 시스템을 통해 모사 혈관 내 마이크로로봇의 운동을 제어하는 실험 장면

글. 박영임 / 사진. 이현구

세계적 기술력으로 초정밀 모터 및 마이크로로봇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초정밀회전기기연구실’ 구성원들
세계적 기술력으로 초정밀 모터 및 마이크로로봇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초정밀회전기기연구실’ 구성원들

Q. ‘초정밀회전기기연구실(이하 연구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연구실에서는 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요?

우리 연구실은 국내에 처음으로 동역학 진동이라는 분야를 소개한 김광식 교수가 1968년에 설립한 ‘진동공학연구실’을 1994년에 계승한 곳입니다. 당시에는 산업계에서 관심이 높았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사용되는 회전기기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는 초정밀 모터에 대한 연구로 2000년 국가지정연구실에 지정됐습니다. 그때 정보기억장치용 초정밀 회전기기 연구 분야에 전념하기 위해 ‘초정밀회전기기연구실’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현재는 주로 유체 베어링과 반도체의 기계적 신뢰성 연구, 자기구동 원리를 이용한 마이크로로봇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삼성전자, LG전자, 한국씰마스터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고가의 전원공급장치를 비롯해 100여 점의 최신 연구장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석·박사 과정 연구원은 13명이며, 지난 20년 동안 7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Q. 최근 마이크로로봇을 이용한 혈관 중재 원격시술에 성공하셨습니다. 혈관 중재 시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뛰어난 성과라고 들었는데요. 해당 연구에 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약 20년 전 혈관 속을 움직이는 로봇 제어에 대한 공동연구를 제안받았습니다. 자기장을 제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이 분야 최고의 연구실인 우리 연구실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마침 그때 어머니가 심혈관 수술을 받으셔서 혈관수술에 관심을 두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렇게 2007년부터 영구자석을 장착한 마이크로로봇의 운동을 제어하는 방법을 한국연구재단 등의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시작했고, 3년 전 보건복지부로부터 3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발전시켰습니다.

기존의 혈관 중재 시술은 의료진이 직접 엑스레이(X-ray)로 환자의 혈관을 확인하면서 혈관 내부로 가이드 와이어와 카테터를 밀어 넣어 치료하기 때문에 정밀도가 떨어지고, 의료진의 엑스 레이 방사선 노출 문제도 있습니다. 마이크로로봇을 이용한 혈관 중재 원격시술의 원리는 외부 자기장을 생성하는 자기구동 시스템으로 영구자석이 장착된 마이크로로봇의 운동을 생성, 제어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자기구동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기장을 생성해 정밀하게 로봇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약물도 전달하고, 회전운동으로 막혀있는 혈관을 뚫을 수 있으며, 혈전을 빨아들일 수 있죠. 혈관뿐 아니라 소화기, 호흡기, 비뇨기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기구동 시스템을 이용해 모사 위에서 무선 캡슐 내시경의 운동을 제어하는 실험 장면
자기구동 시스템을 이용해 모사 위에서 무선 캡슐 내시경의 운동을 제어하는 실험 장면

Q. 해당 성과가 동물실험이라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상용화를 위해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의료기기를 개발해 상용화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우선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탐색 임상시험과 확증 임상시험으로 나뉩니다. 현재는 탐색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궁극적으로 확증 임상시험까지 진행해야 제품화를 할 수 있습니다. 임상시험 계획서 승인을 위해 실험실 창업기업인 ‘인터마그’도 설립했습니다. 자기구동 시스템 외 카테터 등은 의료기기 업체의 도움을 받아 만들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로봇을 이용한 혈관 중재 원격시술에 대해 의료기기 업계의 관심이 높은 편이라 올해 보건복지부의 과제가 완료되면 정부나 외부 투자기관의 추가 지원을 받아 상용화를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

Q. 그 밖의 연구 성과와 연구실만의 자랑거리를 말씀해주세요.

소화기관 진단용 캡슐 내시경을 제어하는 자기구동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캡슐 내시경을 정밀하게 구동할 수 있고 시술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주며 전 소화기관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베어링이 부드럽게 회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체 베어링에 대한 연구는 정밀한 기계에 많이 쓰여 LG전자, 한국씰마스터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정밀 모터가 대한민국 유망기술로 선정되며 과학기술부에 의해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됐고 2005년에는 최우수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됐습니다. 또한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의 성과를 삼성전기의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2006년 한양대학교 최초로 민간 기업이 100% 지원한 ‘삼성-한양 초정밀 모터 선도 기술연구센터(SHRC)’를 개소했습니다.

Q. 연구실이 초정밀 모터, 마이크로로봇 분야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십니까? 더불어 우리나라가 세계적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수십 년 동안 유체 베어링 관련 해석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는데 이러한 연구실은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습니다. 한 10년 전쯤 IBM이 전 세계를 조사한 후 우리 연구실의 해석 프로그램을 도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독보적이라는 의미이겠죠. 마이크로로봇 관련 연구에서도 우리 연구실이 선두주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체는 순환기(혈관), 소화기, 비뇨기 등 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기관들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자기구동 시스템은 우리 연구실의 강점입니다. 우리 연구실의 마이크로로봇 기술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IEEE 스펙트럼(IEEE spectrum)> 3월호에도 실렸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전정신이 필요합니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라도 필요한 연구라 판단되면 열정을 쏟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조직과 정부 차원에서 그런 연구자들을 응원하고 지원해야겠죠. 열심히 연구해도 실패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이런 실패를 용인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향후 연구실 운영 계획,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의료진들의 제안을 수용해 현장에서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자기구동 시스템의 성능을 개선하고 고도화시키는 연구를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그동안 연구 지원받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임상시험을 통과해 상용화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연구실이 개발한 기술이 많은 민간기업에 쓰였는데, 앞으로는 의료복지 분야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초정밀회전기기연구실은 초정밀 모터 분야 ‘국가지정연구실’이자 ‘삼성-한양 초정밀 모터 선도 기술연구센터(SHRC)’이기도 하다. 사진은 연구실 기기 모습
초정밀회전기기연구실은 초정밀 모터 분야 ‘국가지정연구실’이자 ‘삼성-한양 초정밀 모터 선도 기술연구센터(SHRC)’이기도 하다. 사진은 연구실 기기 모습

 

초정밀회전기기연구실 장건희 교수는?

• 1984년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학사

1986년 한국과학기술원 석사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박사

1993~1994년 미국 퀀텀사(Qunatum Corp.) 연구원

1994년~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2015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2021년 한양대학교 석학교수 임명

국제 저명학술지(SCI) 논문 180편 게재, 국내외 특허 41건 등록, 한양대학교 최우수 연구 교수상 3회 수상

 

MINI INTERVIEW

의료수술 로봇은 미래지향적 연구 분야

정은수

융합기계공학과 석박통합과정 13기

우리 연구실의 가장 큰 장점은 의료수술 로봇이라는 미래지향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앞으로 해당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연구실에서는 제작하기 힘든 고가의 장비도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또한 스스로 생각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실현해볼 수 있다는 점도 연구자에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최종 목표는 공학박사로서 제가 연구하는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을 창업하는 것입니다. 실용화와 창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발전은 물론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열정과 긴밀한 협력으로 시너지 발휘

김나현

융합기계공학과 석박통합과정 11기

새로운 의료기기인 혈관 중재시술용 마그네틱 로봇에 대한 연구 주제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연구실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을 비롯한 선배 연구원들이 진심으로 연구에 흥미를 갖고, 꾸준히 성과를 이뤄내는 열정이 좋았습니다. 연구 분야가 수술로봇 시스템 전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보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전자기학 등 연구원마다 특화된 전공이 있어 함께 협업하며 자연스레 융합공학을 경험하게 되는 것도 특장점입니다. 제 인생의 꿈은 장학재단을 만들고 그 일환으로 후배들을 위해 학교에 제 이름을 딴 라운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영감 주고받으며 창의적인 연구 수행

싸쥔츠

융합기계공학과 석박통합과정 6기

로봇기술을 연구하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위해 로봇 관련 연구실을 살펴보던 중 마이크로로봇의 구동 영상을 보고 마법처럼 자기장에 의해 제어되는 것에 호기심을 갖게 됐습니다. 장건희 교수님이 해당 분야에서 풍부한 연구 경험을 보유하고 계시고, 기계, 전자기, 재료, 의학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연구실에 지원했습니다. 활발한 소통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아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점과 문제해결 시 협력을 통해 종합적인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 연구실의 장점입니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3년 여름호 (통권 266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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