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캠퍼스 문화인류학과 최경철 교수(한양대 문화재연구소 소장)

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지난 4월 문화재청의 중요출토자료 전문기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인골·미라 등 인체 유래물 및 동물 뼈, 초목류 등 중요출토자료의 체계적인 연구 및 보관을 담당하게 된다. 중요출토자료 연구 전문기관 선정의 의의에 관해 공유한다. 

글. ERICA캠퍼스 문화인류학과 최경철 교수(한양대 문화재연구소 소장) / 정리. 편집실 

■ 그동안 간과되어 온 자연유물의 중요성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기존의 생리의학상 수상과는 달리, 오늘날 현대인의 조상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해독한 스웨덴의 진화인류학자에게 돌아갔다. 그는 중부유럽의 동굴에서 출토된 네안데르탈인과 러시아 동굴에서 멸종된 인류 조상의 고대유전자를 해독해서 인류 진화의 여정을 밝힌 공로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5만 년 전에 출토된 고인류의 유골에 분자생물학적 과학기술을 적용해 인골에서 과거의 유전자를 추출하고, 이것을 현대인의 유전자와 비교해 인류 진화 여정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낸 것이다.

이러한 연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고학적 유적에서 고대인 유골의 발굴이 이뤄져야 하고, 그 유골에 대한 충분한 연구 성과가 전제돼야 한다. 다시 말해, 이와 같은 연구가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 전통을 지닌 유럽 고고학의 학문적 성과가 있었다.

우리에게는 이번 노벨상 시상의 주제가 매우 낯설지만, 서구의 고고학계는 유적에서 출토된 인골이나 미라, 동물 뼈, 식물의 씨앗, 토양시료 등의 자연유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들을 잘 보존하며 다양한 연구 방법을 통해 분석해오고 있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고대인 인골의 유전자 분석 연구가 어려운 실정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의 고고학적 연구는 주로 유적에서 출토되는 토기, 금속기, 석기에 집중돼 있고 유적에서 출토되는 인골, 동물 뼈, 식물의 씨앗과 같은 자연유물에는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적에서 출토된 사람의 뼈는 실제 유적을 형성하고, 유물을 제작했으며, 그 당시를 살았던 실제 주인공이다. 그리고 유적에서 나온 동물 뼈와 곡물은 당시에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먹었던 중요한 식재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적에서 확인된 이러한 유물들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고, 심지어 사람의 뼈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경스럽다는 선입견까지 존재했다. 죽은 동물 뼈들에 커다란 의미를 두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위에서 언급한 자연유물들은 오랫동안 중요한 유물로서 취급받지 못했다.

■ 유적에서 출토된 인골과 미라, 문화재가 되다

하지만 인골, 동물 뼈, 식물유체 연구는 지난해 노벨상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 학계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매우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고고학적 유적에서 출토된 인골과 미라, 동물 뼈 등의 자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늦었지만 지난해인 2022년, 문화재청이 처음으로 매장문화재가 있는 지역에서 발굴된 인골과 미라, 동물 뼈, 식물유체 등을 중요출토자료로 규정했다. 이들 자료를 발굴지에서 수습하면 문화재 당국에 신고하고 2인 이상의 전문가 조사를 거쳐 연구·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재보호법 시행령」과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일부 개정을 공포했다. 지금까지 인골은 문화재에 포함되지 않아 발견해도 맡길 곳이 없었다. 그 때문에 화장하거나 다시 매장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위의 시행령에 따라 인골과 동물 뼈가 과거 환경과 과거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학술적으로 연구되고, 보관할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그리고 발굴 시 인골과 동물 뼈 같은 중요한 학술자료가 출토될 경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조상들의 삶을 파악하는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 이제부터는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인골과 동물 뼈도 신라의 금동관이나 백제의 금동대향로만큼 중요한 문화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 중요출토자료 연구소로 선정된 한양대 문화재연구소

인골과 동물 뼈의 중요성을 인식한 문화재청에서는 법 개정의 후속 조치로 인골과 미라, 동물 뼈, 식물유체 등의 중요출토자료를 확보하고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가가 선정하는 ‘중요출토자료 전문기관’을 공모했다. 그리고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문화재연구소가 인골과 동물 뼈, 식물유체 분야의 중요출토자료 전문기관으로 선정됐다. 3년간 고고학적 유적에서 출토된 자연유물 자료를 보관하고 분석하는 임무를 맡게 된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출토되는 인골, 동물 뼈 등 자료의 이송, 연구, 조사보고서 제출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법 개정 이전부터 국내에서 출토된 인골 자료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보관해온 몇 안 되는 연구기관이다. 일찍이 인골이나 동물 뼈와 같은 자연유물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해당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나라 유적에서 출토된 인골 시료의 보관과 분석,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조선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인골 다수를 보관하고 연구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신석기시대에 출토된 인골과 동물 뼈나 삼국시대 대형고분 무덤에서 출토된 인골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고인돌에서 출토된 사람 뼈나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사람 뼈의 화학적 구성을 확인하고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와 신라시대 사람들이 주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신석기시대 화덕의 흙에 스며든 음식의 찌꺼기나 기름 분석을 통해서 과거 사람들이 불을 피우고 어떤 음식을 요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순수한 학문적 연구 외에도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인골 자료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함께 6.25 전사자 유해 발굴에 대한 협력과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전사자 유해를 확인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전쟁 중에 진행된 양민 학살이나 오늘날의 화재, 대형 재난 현장에서 확인된 사람의 유해를 분석하는 일도 협력하고 있다.

■ 자연유물은 우리 과거의 삶을 이야기한다

국가 지정 기관으로 자리 잡은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유적에서 출토되는 인골과 동물 뼈를 집중해 연구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출토자료를 이용해 다양한 자연과학적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최근에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로는 유전자 고고학을 들 수 있다. 유전학의 발달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십만 년 전의 인골, 오래된 동물 뼈와 식물에서 DNA 추출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인골이 함께 매장되었더라도 그들 사이의 친족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유전자 고고학을 활용하면 인골의 유전자를 분석해 매장된 인골 간의 가족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고고학과 유전학이 결합된 유전자 고고학의 연구 적용 범위는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이 방법은 현재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장병의 유골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에도 적용된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국내 고고학적 유적에서 출토된 여러 인골의 유전자를 분석할 예정이다.

유전자 분석과 더불어 최근에 주목받는 연구는 유적에서 발굴된 인골의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원래 인간이나 동물은 생전에 다양한 음식을 먹고 그 음식의 화학성분을 몸에 그대로 축적한다. 또 사후에 매장되더라도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면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이런 화학원소들이 없어지지 않고 남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과거 사람들의 식생활을 추적하거나 그들의 생업 활동을 알아낼 수 있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중요출토자료 전문기관 선정을 계기로 우리나라 선사시대에 출토된 사람 뼈나 삼국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사람 뼈의 화학적 구성을 확인하고, 우리나라 선사시대와 신라시대 사람들이 어떤 음식 먹고 어떻게 삶을 영위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골의 화학적 분석 방법을 이용해 본 연구의 영역을 법의학이나 생태학 연구에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골, 동물 뼈, 식물유체와 같은 고고학적 중요출토자료 연구를 통해 과거 조상들의 삶을 복원하고 현재의 삶을 이해하며, 이를 앞으로 우리 미래의 방향을 가늠할 지표로 이용하고자 한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3년 여름호(통권 266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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