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부 하성규 교수

기후 위기로부터 지구를 살릴 골든타임은 앞으로 수년. 이에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발전 방법 및 재료 또한 결국엔 폐기물이 되어 환경을 훼손하고 만다. 하성규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이송, 저장 설비 및 재료도 재생가능하도록 해야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글. 박영임 / 사진. 손초원

■친환경 에너지의 오점, 폐기물

“기존 화석연료 사용 시 비싼 단가에서 야기되는 경제적인 문제와 환경 문제 등을 극복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데, 그 장비와 부품 및 재료가 친환경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방법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현재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과거 10년 전만 해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에서 대부분 효율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그 방법이 추후에 야기할 환경 문제 영향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20~25년의 수명을 다한 풍력발전기 날개가 쏟아지면서 환경 부하를 가중시키는 데 대해 하성규 교수가 일침을 놓았다. 현재의 친환경 에너지가 중요하듯이 미래의 환경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여 년간 섬유와 플라스틱을 합체한 복합재료를 에너지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를 펼쳐온 하성규 교수 또한 과거에는 성능을 높이는 데만 주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소명으로 재생가능한 복합재료 개발에 연구를 집중하게 됐다.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분야 중에서 항공, 차량, 해상 등의 운송이 중요한데, 튼튼하면서 가벼운 복합재료로 제작돼야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풍력발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수소 저장탱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부품과 장비에 적용되는 복합재료 개발 시 그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부품과 재료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합니다.”

즉, 탄소섬유·유리섬유 복합재료로 제작되는 풍력발전기의 날개나 수소 저장탱크도 이제는 성능뿐 아니라 추후 폐기했을 때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친환경 소재로 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하성규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소재(수지)를 공급하는 프랑스의 아케마(Arkema), 인도의 아디트야벌라(Aditya Birla), 대만의 스완코(Swancor)와 각각 재생가능한 복합재료를 개발하고 있다.

하성규 교수는 성능은 뛰어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복합재료 개발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관련 실험 및 연구 장비들.
하성규 교수는 성능은 뛰어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복합재료 개발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관련 실험 및 연구 장비들.

■복합재료의 장점에 재생가능성 추가

복합재료의 기능과 재생가능성을 높이려면 재활용 재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설계 및 부품 제작 기술이 필요하다. 하성규 교수 연구팀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로 여러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풍력발전이 보급된 유럽에서는 이미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 법적 규제에 이른 상황입니다. 그래서 재생가능한 소재 개발을 서둘러야 합니다.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중이라 관련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개발에 나섰죠. 어떻게 재료를 조합해야 자연 친화적으로 재생가능하면서도 더 가볍고 우수한 소재를 개발할 것인가, 이는 재료 공급업체뿐 아니라 이를 제품에 적용하는 기업에도 궁극적인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하성규 교수는 풍력발전기 날개 소재뿐 아니라 궁극의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 에너지 저장 압력용기(수소 저장탱크)도 친환경 기술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의 수소 용기는 풍력발전기 날개와 마찬가지로, 친환경 자동차에 적용됨에도 그 자체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수명이 다하는 15~20년 후에는 폐기물로 버려져야 한다.

“수소 용기 분야에서 아직은 안전성을 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친환경의 재생가능한 압력용기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수명을 다하게 될 수소 용기 폐기물 대처 방안을 지금부터 미리 고민해야 합니다.”

풍력발전 사례와 같이 수소 압력용기도 향후 법적 규제가 진행될 것이다. 하성규 교수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를 선도하며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는 데 친환경 기술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수소 저장용기 설계와 제작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하성규 교수는 지난 2020년 ‘쓰리피닷컴’이라는 사명으로 창업도 했다. 현재는 직접 생산은 하지 않고 국외 업체에 기술이전 형태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4월에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JEC(국제복합소재전시회)에 대학 연구팀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수소 용기 신제품을 선보이며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재생 소재를 사용할 때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을 혁신적인 설계로 보완하고, 자연 친화적인 수소 저장용기의 여러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재생 소재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하성규 교수가 이끄는 복합재료구조해석연구실 실험 모습.
하성규 교수가 이끄는 복합재료구조해석연구실 실험 모습.

■어떤 기술이 인류를 위한 기술인가

하성규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복합재료를 연구하면서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설계와 제조공정 개발, 실험을 통한 복합재료의 구조적 성능 평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국내는 물론 프랑스, 독일, 중국, 인도, 대만, 브라질 등 여러 국가의 산업체와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성규 교수는 기술 개발을 의뢰받아 진행하는 것뿐 아니라, 전문가로서 수요와 공급의 흐름을 읽고, 각 기업의 특성에 따라 무슨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제안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기술 개발은 우리 인류의 삶을 이해하고 만족시켜야 하지만, 동시에 식욕을 억제하듯이 욕구를 절제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가치에 대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각국의 전문가 및 산업체와 교류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연구자의 사회적 책임을 깊게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이다. 하성규 교수가 창업에 도전한 것도 사실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하성규 교수는 정년을 2년 정도 앞두고 있는데, 그동안의 은퇴 교수의 예를 보면 평생 연구해온 훌륭한 기술 성과와 노하우가 은퇴와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하성규 교수는 그동안 축적한 재생가능한 복합소재 기술 개발이 계속 이어져 산업계에서 잘 쓰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창업을 추진했다.

“이제는 엔지니어가 추구하는 성능, 편리성, 가격경쟁 확보의 가치에 친환경과 재료의 순환이라는 가치까지 추가해야 합니다. 즉, 기존에는 현재의 우리가 누리는 가치만 추구했지만, 앞으로는 시야를 미래로 확장해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술이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이는 단지 재료가 친환경일 뿐 아니라 얼마나 순환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자연 친화적인 재생 소재와 이를 제품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하성규 교수의 소명이다.

엔지니어링에 친환경의 가치를 추가해온 하성규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및 재료도 재생가능해야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엔지니어링에 친환경의 가치를 추가해온 하성규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및 재료도 재생가능해야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엔지니어링의 기능과 가치에 친환경과 재료의 순환이라는 가치를 추가하고, 시야를 미래로 확장해 지속가능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3년 여름호 (통권 266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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