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놓고 말하는' 시리즈 까톡한양, 세번째 이야기
교내외 이슈에 관해 한양인의 다양한 생각을 듣는 '까톡한양' 시리즈. 세 번째 기사는 게임 속 여성 유저가 겪는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다. 대담에 앞서, 익명의 채팅방에서 재학생 여성 유저들을 만나 게임 속 성차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게임을 잘하면 '여자인데도 대단하네'라는 말을, 못하면 '여자는 역시 게임을 못해'라는 말을 들어야했다고 고백했다. 더 심도 깊은 대화를 위해 직접 네 명의 학생을 만났다. 유저 B는 남성, 나머지 셋은 모두 여성이다.
게임, 더 이상 남자만의 취미가 아니다
사회자: 국내에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출시된 이후부터 여성 유저분들이 많이 생겨났는데요. 어떤 이유로 게임을 플레이 하시나요?
유저 A: 저는 뭔가를 부수거나, 죽인다거나, 하늘을 나는 것처럼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게임으로 하면서 대리 만족을 해요.
유저 B: 저는 유희와 스트레스 해소를 하려고 하는데 요즘은 더 받는 것 같아요. (웃음)
유저 C: 저는 오버워치를 주로 하는데, 게임을 하는 동안 짧은 시간에 집중을 할 수 있는 ‘전투적인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평소에 제가 게을러서 늘어져 있는 편인데 게임을 하는 그 순간에는 집중을 하거든요.
유저 D: 맞아요! 저도 심장이 쿵쾅대고 새롭고, 짜릿한 느낌이 좋아서 게임을 해요.
사회자 : 그렇다면 게임을 하면서 직접 보거나 겪은 여성 혐오와 차별 사례가 있으신가요?
A: 게임 초반에 음성 채팅 서비스를 켜고 플레이한 적이 있어요. 제 닉네임이 라면 이름인데, 목소리를 듣고는 '아, 라면 맛있겠네'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뜻이 있는 걸 아니까 기분이 나빴죠. 게다가 제가 주로 선택하는 캐릭터인 '메르시'나 '디바'가 여성 유저가 흔히 쓰는 캐릭터예요. 그걸 보고 '죽고 나서 대기 시간에 팀원들 덕에 랭크 점수 쌓은 거 아니냐', '아이디 다른 사람한테 맡겨서 올라간 거 아니냐', '이래서 여자가 문제다' 등의 발언을 들었어요. 엊그제 일이에요.
C: 저는 그런 경험은 없어요. 모르는 사람이랑은 음성 채팅을 안 하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친구랑 할 때는 자연스럽게 음성 채팅을 하더라고요. 오버워치 내에서 여자라는 사실을 밝히면 그냥 유저가 아니라 '여성 유저'가 되고, 그때부터 하는 말이 달라진다는 걸 봐와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게임에는 음성 채팅을 하는 게 유리하니까, 친구랑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쓰게 돼요.
B: 전 여자는 아니지만 '우리 팀에 여자가 있어서 졌다'는 말은 진짜 많이 들었어요. 여성성이 드러나는 닉네임이나, 메르시 캐릭터를 사용하면 여자라고 짐작해서 게임 시작 전부터 '이번 판은 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피해 의식이 너무 강한 거죠.
C: 여성을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게임 뒤에 진짜 사람이 있다는 건 모르고, 늘 여성을 성적으로만 소비하는 거죠. 게임에서 지면 자기 능력이 부족하거나 협동심이 부족한 건데, 괜히 '여자들은 게임을 못 하니까'라고 잘못된 이미지를 내면화 시킨 거예요.

심각해져 가는 게임 속 여성혐오
사회자 : 게임 유저들 간에 만연한 편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D: 여자는 게임을 못 한다는 편견이요. 전 게임하면서 여자인 게 밝혀질까봐 무서워요. 하루는 팀 원들이 음성 채팅을 하자고 해서, 켜놓기만 하고 말을 안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다급한 마음에 모르고 '메르시 힐!'이라고 외쳐버린 거예요. 그랬더니 '여자라서 졌다'는 기본이고, '남자친구 아이디 빌려서 왔냐', '남자친구 승률 다 떨어뜨리겠네'하고 욕설이 우르르 쏟아지더라고요. 그거 제 아이디였거든요. 무서워서 게임에서 탈주해버렸어요.
C: 사람인지라 감정 기복이 있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잖아요. 성별을 모르는 상태라면 유저가 이번 판에서 실수했을 때는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할 뿐 심한 욕을 듣지는 않을 텐데, 여성 유저라는 게 밝혀지면 '너 때문에 졌다'고 발언이 극단적으로 옮겨 가요.
A: 일상 생활에서 게임 얘기를 할 때도 이런 편견이 드러나요. 남자가 '다이아' 계급이라고 하면 평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여자가 그 계급이라고 하면 놀라면서 보게 돼요. 저조차도 여자인 친구가 다이아라고 하면 다시 보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 오버워치를 접했을 때는 캐릭터 안에 인종 차별이 없고, '자리야'나 '피라' 같은 당당한 여성캐릭터가 많아서 차별을 넘은 게임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게임의 가장 기본인, 유저 사이의 대화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것 같아서 최근에 많이 실망했어요.
D: 저도 한 여성 유저가 겐지(여성 유저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편인 캐릭터)를 잘 한다는 말에 놀랐던 적이 있어요. 저도 그런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요.
사회자 : 게임 속 여성 혐오가 실제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닿아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B, C, D: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B: 제 주위에서는 못 봤지만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정말 심각하더라고요. 여성을 이유 없이 흉 보고, 성 상품화에 가까운 발언을 하는 등 게임 속에서 여성 유저가 겪는 것과 같은 혐오가 작동해요.
D: 오버위치를 좋아하면서 게임 스트리밍 방송도 많이 즐겨 봐요. 그런데 예전에 봤던 스트리밍 영상 제목이 ‘여성캐릭터 속옷 보기’더라고요. 여성 캐릭터 속옷 보겠다고, 절벽에서 떨어져서 올라가는 모습의 동영상인데 조회수도 정말 높았어요. 여성캐릭터를 주제로 유사 포르노 류의 콘텐츠를 제작해서 소비하는 경우 정말 많아요.
C: 실제로 성희롱적인 언행을 담은 제작물이 음지에서 돌아다니더라고요.
B: 그 사람들은 여성 유저들이 하지 말라고 해도 들은 체도 안 해요.


게임 속 성차별의 해결방안은
사회자 : 게임 속 성차별적 편견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D: 신고 조항에 여성혐오란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신고하려고 보니까 여성에 대한 모욕이나 성적인 희롱 관련 사례는 없더라고요. 단순히 욕설 신고만 있었어요. 또 다른 이유는 게임을 게임자체로 즐기지 못하고 내가 이김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착각하니까 즐기지 못하고 목숨 거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지면 화가 나는데, 그 비난을 제일 만만하고 약자인 여성유저에게 돌리거든요.
B: 참신하네요. 진짜 담배 경고문구랑 비슷하게 띄워줘도 괜찮을 듯해요. 게임 내 차별에 대한 해결책을 말하자면, 게임 속은 처벌로 가능해요. 처벌이 강하면 그런 말은 하질 않을 테니까. 일상 속 인식개선은 벌을 준다고 해결되지 않겠죠. 더 크고 본질적인 사회적 노력이 필요해요.
C: 비슷한 맥락으로 남성에 대한 시선도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로듀스 101' 방송 쉬는 시간에 남자 연습생들이 옷에서 주섬주섬 꺼내서 팩트 바르는게 방송에 나오는데, 남자가 화장을 하는 게 신기하면서도 그런 모습을 대중 매체인 TV에서 보여주는걸 보고 저렇게 인식이 개선되는 거구나 싶었어요.
D: 여성 스트리머(개인 방송자)가 많아진 게 도움이 됐어요. 자기가 느낀 차별을 말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시청자가 보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보여주게 되거든요.

글/ 추화정 기자 lily1702@hanyang.ac.kr
사진 / 추화정 기자, 윤지현 기자 uni27@hanyang.ac.kr
디자인/ 김혜임 기자 hitgirl@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