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의료장비 개발…융합연구로 사회 기여

임태호 의학과 교수는 11월, 국민생활연구분야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국민생활연구’는 과학기술로 국민들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개발(R&D) 분야다. 임 교수는 의학과 의공학을 접목해 실제 보건의료현장과 국민에게 필요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임태호 의학과 교수
임태호 의학과 교수

임 교수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동문으로 2003년부터 모교 응급의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며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을 역임했다. 또한 2015년 한양대학교 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응급의료인으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하고 119 구급대원들과 교육 등을 통해 소통하면서, 임 교수는 보다 나은 응급의료 장비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임 교수는 소독기 개발에 주목했다.

대한민국의 메르스 최종 사망률은 20.4%였다. 다섯 명이 걸리면 한 명은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다. 의료현장에서의 방역은 절대적이었다. 환자가 진료실에 다녀갈 때마다 의료진은 진료실 전체 공간을 손으로 닦아가며 소독해야 했다. 전염병 사태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던 의료진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부담이었다. 외국산 소독제와 장비는 너무 고가여서 마련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메르스는 7개월 후에 종식됐지만 임 교수는 안도하지 못했다.

“2003년에 SARS, 2009년에 신종플루, 2015년에 메르스. 일정 주기로 전염병은 계속 오거든요. 저는 메르스를 겪고 나서 5년 정도 뒤에 무언가 또 오리라고 확신했습니다. 다음번에도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환자들을 맞으면 환자도 의료진도 견딜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공포가 연구를 시작한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임태호 의학과 교수
임태호 의학과 교수

임 교수는 과기부에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간 살균소독기와 살균액 개발의 필요성을 개진했고 국민생활연구사업의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해외 제품보다 성능은 우월하면서 가격은 저렴한 제품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착수했다. 설계와 소독약 개발을 위해 기계공학과와 화학과 교수들에게 적극적으로 자문을 구했다. 임 교수는 총 5년간의 연구 검증을 거쳐 공간·표면 살균소독기 ‘플라크린(PlaClinⓇ)'의 개발과 양산에 성공했다.

플라크린 살균 소독기는 과산화수소를 기반으로 제작한 소독액을 미스트로 분무하여 공간 소독을 할 수 있는 기기이다. 플라즈마로 활성화한 공기를 이용해 살균효과를 높였다. 임 교수는 제품 사업화를 위해 설립한 실험실창업기업 ㈜코드스테리의 이름으로 지난 7월 한양대에 1억원 상당의 플라크린 기기와 소독액을 기부했다. 기부된 플라크린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한양대병원(서울·구리)과 올림픽체육관에 설치됐다.

 2020년 7월 21일 (주)코드스테리 공간·표면 소독기 플라크린(PlaClinⓇ) 기증식에서 임태호 교수(왼쪽), 김우승 총장(오른쪽)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0년 7월 21일 (주)코드스테리 공간·표면 소독기 플라크린(PlaClinⓇ) 기증식에서 임태호 교수(왼쪽), 김우승 총장(오른쪽)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임 교수는 국민생활연구사업을 통해 플라크린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비디오 후두경 '아이링고(i-LRYINGO) 개발도 주도했다. 그는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의 기도 확보를 위해 튜브를 삽관할 때 기도와 식도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고 연구에 착수했다. 아이링고는 5년의 개발 끝에 실험실창업기업 AIMD에서 시판을 준비하고 있다.

“보통 교수로서 R&D를 수행하면 시제품 제작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아이링고도 처음엔 ‘내가 더 싸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무모한 생각으로 연구에 뛰어들었죠. 하지만 그것을 시장에 내놓고, 실 사용자들이 쓸 수 있도록 하기 까지는 연구와 비즈니스 측면에서 어려운 단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과기부에서는 국민생활연구사업 연구비 지원에 연구책임자가 실험실창업기업을 설립하고 그 대표자로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조건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임 교수는 플라크린과 아이링고를 위해 두 실험실창업기업의 경영 또한 수행해야 했다. 그는 “개발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기업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다시 연구개발에만 매진하고 싶습니다.”라는 바람도 밝혔다.

임 교수는 지난해 7월, ‘플라즈마융합의학연구센터’를 설립하여 융합 연구를 통한 신 의료기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센터 소속 교수들의 전공은 의학과부터 기계공학부, 생명나노공학과를 비롯해 인문사회계열인 파이낸스 경영학과까지 다양하다. 그는 다학제 연구의 시너지에 대해 "물론 다학제 연구에도 어려움은 있습니다. 같은 학술용어라도 전공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다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그 조그만 차이를 넘어서면 굉장히 창의적인 솔루션들이 많이 나옵니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의 말은 센터의 결과물이 입증한다. 플라즈마융합의학연구센터에서 개발한 플라즈마 데오드란트 기기 ‘프래그런트(Pragrant)’와 플라즈마 커튼 ‘플라카(PLACA)’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 정보기술 전시회 CES(Consumer Technology Show)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센터 설립 반 년 만에 거둔 값진 성과였다.

CES2020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전자 데오드란트 기기 프래그런트(Pragrant/왼쪽)과 플라즈마 커튼 플라카(PLACA/오른쪽)
CES2020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전자 데오드란트 기기 프래그런트(Pragrant/왼쪽)과 플라즈마 커튼 플라카(PLACA/오른쪽)

학문간 경계를 넘어 소통하고 연구했기에 그간의 결과물이 가능했다고 말하는 임 교수, 그는 한양 의대 재학시절에도 사람들과의 만남을 중시했다고 한다.

“공부만 열심히 하는 ‘범생이’는 아니었어요(웃음). 대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연합동아리를 통해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만나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의대생은 물론 치과대학, 약학대학, 간호대학, 치위생학과 등 다양한 직역의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 했었거든요.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다학제 융합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바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임태호 의학과 교수
임태호 의학과 교수

임 교수는 지속적으로 융합 연구를 통해 국민 생활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단 국민생활연구사업을 통해 개발한 제품들로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어요. 제 연구의 목표가 해외 제품보다 우월한 제품을 반 이하의 가격으로 필요한 현장에 널리 보급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윤 창출 보다는 사회 기여에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 후배 연구자들이 본인들의 지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습니다."

임 교수는 또한 "연구개발과 더불어 개발도상국에서 원조 사업을 벌이고 싶은 계획도 있어요. 제 전공인 응급의학은 진료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학문이기 때문에 의료 환경이 열악한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라며 국내를 넘어 국제 사회에도 기여하고픈 바람을 밝혔다. 

 

*취재 및 작성 : 미디어전략센터 손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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