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 연구자로서의 20년을 이야기하다

간은 뇌와 더불어 신체에서 가장 많은 작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가 까다로운 기관 중 하나다. 최동호 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시절부터 간에 대해 흥미를 느낀 몇 안 되는 의사다. 어느덧 의사로서 20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그는 간 연구에 대한 열정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최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개구리 실험을 통해 해부에 흥미를 느꼈고, 자연스럽게 인체를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다. 이는 의대 입학 후에 상대적으로 힘든 외과 전공을 망설임 없이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외과 의사를 선택한 과정과는 달리, 최 교수는 처음부터 간 연구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그가 학생이었을 당시 한국에서 간이식이 최초 시행됐다. 그만큼 간 연구에 대한 상황은 열악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오히려 그에게 도전 정신을 일깨웠다. 최 교수는 “열악했던 간 연구 분야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성과를 내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간담췌외과를 전문 분야로 선택했다.

꿈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다

인공 간 개발 역시 처음부터 최 교수의 목표가 아니었다. 그는 “그때만 하더라도 누군가가 인공 간을 개발하리라 생각했다”며 인공 간을 활용할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관련 연구 기반이 전혀 없어 국내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현실을 깨달은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인공 간 연구를 시작했다. 쉽게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는 그는 연구를 삶의 원동력이라 덧붙였다. 최 교수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여러 힘든 과정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연구 끝에 그는 지난 2019년, 인공 장기 개발의 초석을 다진 간세포 복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인공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포가 기반이 돼야 한다. 하지만 간세포 추출이 쉽지 않고, 대체로 사용하는 돼지의 간세포는 연구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간세포에 특수 화합물을 첨가해 세포의 양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신기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 최동호 의학과 교수가 지난 5월 발표한 바이오 인공 간의 모식도. © 최동호 교수
▲ 최동호 의학과 교수가 지난 5월 발표한 바이오 인공 간의 모식도. © 최동호 교수

이에 그치지 않고 최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 18일 국제학술지 ‘Biomaterials’에 ‘환자 맞춤 간 전구∙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 간의 간 손상에 대한 재생 치료 증진 효과 확인(Hepatic patch by stacking patient-specific liver progenitor cell sheets formed on multiscale electrospun fibers promotes regenerative therapy for liver injury)’을 발표했다. 현재는 간이 손상되면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이식 공여자의 부족과 면역 거부반응 등으로 인해 수술 성공률이 현저히 낮다. 최 교수는 이식 수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3D 프린터를 이용해 주위의 혈관 세포까지 재현한 바이오 인공 간(刊)을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인공 간을 쥐에게 이식했을 때, 기존보다 생존율이 200% 이상 늘어나는 결과를 보여줬다. 그는 “아직은 동물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인간에게도 이식 가능한 인공 간 개발에 있어 중요한 연구”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제시했다.

환자를 위해 무수혈 수술을 시작하다

인공 간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최 교수는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는 드문 무수혈 수술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최 교수가 모교로 돌아오기 전 근무했던 병원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해 이송된 환자들이 많았다. 수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수술의 난이도가 현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한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어떤 이유에서건 다들 똑같은 환자지만, 수술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무수혈 수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때부터 그에게는 의사로서 또 하나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무수혈 수술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지금도 수많은 환자의 감사 인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의사는 환자가 힘들 때 도와주는 조력자"라며 자신의 손을 거친 많은 환자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또렷하다고 말했다.

 

▲ 최 교수는 자신이 인공 간을 개발하지 못하더라도, 그 노력이 밑바탕이 돼 훗날 우리나라에서 인공 간을 최초로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 김도엽 기자
▲ 최 교수는 자신이 인공 간을 개발하지 못하더라도, 그 노력이 밑바탕이 돼 훗날 우리나라에서 인공 간을 최초로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 김도엽 기자

목표를 향한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인공 간을 만들고 싶다"는 평생의 꿈을 다시 한번 언급한 최 교수. 자신의 연구가 간을 연구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며 의학과 환자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관련기사

키워드

'한양위키' 키워드 보기 #최동호 #의과대학 #SDG3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