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훈 교수의 자문 비하인드!
드라마에 등장하는 신경외과 팩트체크까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1>이 시청률 14.1%로 막을 내렸고, 현재 시즌 2의 시청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특정 직업이 다뤄지는 전문 드라마이기에 자문이 필수적이었다. 그중 신경외과의 자문을 한명훈 의학과 교수가 맡았다. 한 교수와 드라마 속 신경외과에 대해 살펴봤다.

 

2019년부터 시작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자문 활동

▲ 한명훈 의학과 교수
▲ 한명훈 의학과 교수

한명훈 의학과 교수는 한양대 구리병원에서 수술 및 방사선 치료를 주로 하고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 홍보팀을 통해 시작된 자문은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한 교수는 드라마에서 신경외과와 관련된 전반적인 에피소드에 대해 자문했다. 작가진에서 신경외과와 관련된 질병으로 수술받는 환자를 등장시키고 싶다고 요청하면 한 교수가 관련 질병을 정해준다. 이어 환자에 대한 상태, 수술법, 수술 도중 이뤄지는 대사, 치료 과정, 의학용어 등 전반적인 것에 대해 설명해준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신경외과 의사 역을 맡은 전미도 배우는 한 교수와 함께 실제 회진을 돌기도 했다. 한양대 구리병원에 방문해서 한 교수의 외래 진료나 수술방 등에 방문해 실제 의료 상황을 참관했다. 한 교수의 이야기가 드라마에 실린 적도 있다. 시즌 1 때 한 교수가 의사 생활을 하며 실제로 겪었던 인상 깊었던 일들을 드라마 작가에게 전달했고, 그 사례가 방송에 나간 것이다. 한 교수는 “전공의 때 환자 뇌혈관 조영술이라는 것을 해야 해서 너무 바빠서 인턴의에게 쉐이빙하라고 했는데 그 인턴의가 환자 머리를 쉐이빙 했던 웃지 못할 상황이 있었는데 그게 방송에 나갔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드라마에 대해 “실제 의사 생활에서도 인간적이며 따뜻한 일들이 꽤 있지만, 이 드라마가 ‘메디컬 판타지’라는 별명도 있듯이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들이 훨씬 인간적이고 감동적인 것이 사실이다”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신경외과 분야는 마음이 조급하고 힘들며,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 많아서 실제 드라마 상황들과 괴리가 있는 경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신경외과의 응급 상황 장면, 자세한 신경외과 관련 대사, 수술 장면들이 잘 구현됐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신경외과 학회나 다른 교수들이 자문이 잘된 것 같다고 격려도 해줬다”며 “직접 자문해서 그런지 신경외과 내용에선 더 집중해서 보는데, 그러다 보면 아쉬운 장면이나 대사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한 교수(왼쪽)가 가족들과 함께 세트장인 율제병원에 방문했다. 한 교수는 극 중 신경외과 교수인 전미도 씨와 PD 신원호 씨 등과 함께 실제 회진을 돌기도 했다. ⓒ 한명훈 교수 
▲ 한 교수(왼쪽)가 가족들과 함께 세트장인 율제병원에 방문했다. 한 교수는 극 중 신경외과 교수인 전미도 씨와 PD 신원호 씨 등과 함께 실제 회진을 돌기도 했다. ⓒ 한명훈 교수 

드라마에서 신경외과는 혹독해 많은 의대생이 기피하는 과로 나온다. 한 교수는 “인턴 당시 ‘신경외과 들어가면 100일 동안 매일 당직서야 해서 1월 1일에 병원 들어갈 때 팬티 50장 사가야 해’라는 소문, ‘과 분위기가 험악하다’ 등 신경외과에 대한 많은 경고를 들었다”며 “하지만 인턴을 돌며 독특한 카리스마를 느꼈고, 사람의 뇌는 신경외과 의사만 다룰 수 있다는 숭고한 전문성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뇌출혈의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의사로서 최고로 보람되리라 생각해 신경외과를 택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와 함께하는 신경외과 팩트체크!

신경외과는 앉아서 하는 수술이 많다?

드라마 속 신경외과 채송화 교수(전미도 분)는 앉아서 하는 수술이 많아 신경외과를 택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머리 수술인 경우는 수술 부위의 높이나 수술 자세 등을 고려할 때 수술자가 앉아서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하지만, 척추 수술 같은 경우는 대부분 수술자가 서서 수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경외과는 뇌뿐만 아니라 척추 등을 다루기에 상황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

두개골을 여는 수술 중 환자의 의식을 깨울 수 있다?

드라마 시즌 1에서 채송화 교수가 수술 중간에 두개골을 열던 중 환자의 의식을 깨우는 장면이 있었다. 많은 시청자가 드라마여서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 수술은 ‘각성 수술(awake surgery)’이라 부르며 실제 가능하다. 뇌종양이 몸의 운동이나 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중요한 부위 근처에 있는 경우 뇌종양을 최대한 제거하며 뇌의 중요한 부분을 살리기 위해 시행된다. 수술 중 환자를 마취에서 깨우고, 종양 주변부를 절제해도 환자의 움직임이나 언어에 문제를 주지 않는지 해당 부위에 약한 전기 자극을 줘 수술 도중에 직접 확인한다.

한 교수는 “각성 수술은 닥터 하우스나 미국 의학 드라마 등에서도 나오며 관심이 오르긴 했으나 최근에는 실제 여러 장비나 인력, 환자 그리고 기술상의 문제로 시행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간편하게 내비게이션 장비나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실시간으로 뇌의 중요한 위치를 확인하며 수술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대형병원에선 아주 가끔 시행한다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을 떴는데 NS(신경외과), GS(일반외과), PSD(소아외과), OG(산부인과), TS(흉부외과) 의사가 다 같이 있다. 살 수 있는 걸까?’

SNS에서 드라마 배우들이 다 모인 장면을 ‘눈을 떴는데 NS, PSD, GS, OG, TS 의사가 다 같이 있다. 살 수 있는 걸까?’라고 해석한 글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해 “거의 죽었다고 봐야 한다”며 웃으며 답했다. 한 교수는 “저기 5개 과중 보통 NS(신경외과), GS(일반외과), TS(흉부외과)가 같이 한 환자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예를 들어 교통사고 환자가 뇌출혈이 있으면 신경외과, 갈비뼈 골절이나 가슴에 공기, 피가 차는 경우는 흉부외과, 외상으로 인해 간이나 비장 파열 등의 경우는 일반외과 등의 외과 계열이 같이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트위터에서 한 누리꾼이 주연들의 모습을 재밌게 표현해 큰 호응을 얻었다. ⓒ 트위터 
▲ 트위터에서 한 누리꾼이 주연들의 모습을 재밌게 표현해 큰 호응을 얻었다. ⓒ 트위터 

 

신경외과에서는 다른 과들과 달리 현미경으로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경외과는 미세 수술 현미경(microscope)을 사용하는 수술을 많이 한다. 뇌에는 중요한 뇌 신경 12개가 지나가고, 아주 가는 무수히 많은 혈관 다발이 지나다닌다. 이 뇌 신경 혹은 혈관 다발들, 조직들에 잘못 손상이 가는 경우 말을 못 하게 되거나 팔,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등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영구적인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한 교수는 “뇌종양이나 뇌혈관 수술을 할 때 정상 뇌 조직에 손상을 주면 안 되기에 수술 공간과 시야가 매우 좁고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손상을 최소화하며 수술하려면 밝은 빛을 내며 현재 보이는 상을 크게 확대할 수 있고, 화질이 좋은 현미경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신경외과는 실제로 콜을 많이 받을까?

드라마에서 채송화 교수는 휴가 중에도 콜을 받아 병원에 들어간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신경외과 교수는 항상 응급 상황이 있을 수 있기에 병원 밖에서도 계속 긴장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에 있는 전공의나 펠로우 선생님들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경우 교수가 오프로 병원 밖에 있어도 콜을 받아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외과에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로 있기에 드라마에서 채송화가 콜을 받아 들어가는 것은 실제 신경외과 교수들의 생활과도 가깝다”고 덧붙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는 9월 중 종영 예정이다. 한 교수는 “요즘 삶이 여러 가지로 힘들어지고, 사람들끼리 서로 냉정해지는 세상인데 여러 드라마, 영화 소재들도 대부분 자극적이며 우울한 내용이 많은 것 같다”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런 자극적인 소재에서 다소 벗어나 사람 사이의 정이나 따뜻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한 교수가 속해있는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외과학교실. ⓒ 한명훈 교수 
▲ 한 교수가 속해있는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외과학교실. ⓒ 한명훈 교수 

한 교수는 이어 자문 소감을 밝혔다.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이나 사랑이 그리운 시대인데, 요즘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드라마에 자문하게 돼 기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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