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부 김동립 교수

기계공학부 김동립 교수가 태양열을 차단하면서도 투명해 스마트유리, 전자기기, 태양전지 등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는 투명 복사냉각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페인트처럼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번 연구성과가 실생활에 도입되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생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글. 박영임 / 사진. 이현구

투명한 복사냉각 메타물질 개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합니다. 실내온도 1도를 낮추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투명 복사냉각 메타물질을 이용해 유리를 제작한 결과 태양열에 의한 실내온도 상승을 크게 낮출 수 있었습니다.”

나노기술을 이용해 우수한 복사냉각 성능을 가진 메타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김동립 교수의 설명이다. 한여름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뜨거운 태양열은 자동차나 건물 안을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으로 만든다. 만약 태양의 파장을 반사하거나 외부로 방출할 수만 있다면 굳이 냉방기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실내온도를 낮출 수 있다. 이 점에 착안해 김동립 교수는 투명 복사냉각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자세한 설명을 듣기 전에 우선 메타물질의 의미부터 알아보자. 

“메타물질은 자연에서 볼 수 없는 특성을 지니도록 설계된 신물질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복사냉각 메타물질이란 태양열 유입을 차단해 온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신물질을 가리키죠.”

그런데 김동립 교수가 개발한 복사냉각 메타물질 앞에는 ‘투명’이라는 말이 붙는다. 이 점이 바로 본 연구의 차별성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도 복사냉각 메타물질이 개발되었으나 대개 가시광선을 최대한 반사하기 위해 흰색을 띠었다. 그러다 보니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김동립 교수가 개발한 투명 복사냉각 메타물질은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어 자동차나 건물 외벽 유리, 전자기기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만약 투명한 복사냉각 메타물질을 만들 수 있다면 그 활용처가 많겠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가시광 영역은 투과하지만, 대신 적외선처럼 열을 발산하는 다른 영역을 최대한 반사하거나 외부로 방출시켜 복사냉각 성능을 높였죠. 투명하기 때문에 기존의 불투명한 복사냉각 소재가 쓰이지 못한 곳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가시광선을 투과시키면 로스율이 커져 복사냉각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데, 김동립 교수는 적외선 등 다른 영역을 최대한 방출시켜 복사냉각 효과를 높인 것이다.

▲ 기계공학부 김동립 교수
▲ 기계공학부 김동립 교수

바르거나 붙일 수 있어 활용도 만점

투명 복사냉각 메타물질은 실리카 에어로겔(aerogel) 마이크로 입자와 광조절 소재를 유연한 탄소중합체(elastomer)와 복합화해 만들었다. 이 중 실리카 에어로겔이 복사냉각 성능을 지니고 있는데 하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실리카 에어로겔 사이의 공극에 광조절 소재를 채워 넣어 투명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사실 메타물질의 색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어느 날 새로 개발한 복합소재를 촬영하기 위해 오일에 담갔더니 투명해져 보이지 않더군요. 그 원리가 궁금했습니다. 또 이를 응용하면 투명 메타물질을 개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소재가 투명해지는 원리를 찾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다양한 소재들을 조합해 실험을 거듭해야 했던 것. 원리를 밝힌 후에도 실제 공정에서 더욱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공정기술까지 개발하다 보니 2년이 훌쩍 넘는 연구 기간이 소요됐다. 그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페인트처럼 바르거나 코팅지처럼 붙여 활용도를 높이게 된 것이다.

“저는 소재 개발자라기보다는 신소재를 이용해 제품의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성능 좋은 신소재가 성공적으로 제품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과 소재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것 모두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기계공학이라 하면 전통적인 기계장치를 개발하는 학문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기계공학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해주는 학문으로도 볼 수 있다. 우수한 특성을 지닌 신소재도 기계장치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신소재를 원하는 대로 가공할 수 있는 공정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김동립 교수는 기계공학은 시스템공학이라고 강조한다. 

“저는 기계공학을 요리에 비유합니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를 구해도 요리를 못하면 맛없는 음식이 되죠. 최근 사회는 전통적인 기계장치의 한계를 뛰어넘어 환경, 위생, 안전 등의 착한 기능이 접목된 착한 기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기능성 소재를 제품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에 적용하는 연구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에너지 절약하는 착한 공정기술 연구

김동립 교수 또한 첨단소재를 접목해 똑똑하고 착한 기계로 거듭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항균 내오염 플라스틱, 방오 기능을 가진 스테인리스강, 열관리 성능이 탁월한 상변화 복합소재 등을 개발했다. 한-미 공동연구로, 스스로 녹으면서 지속적인 약물 전달이 가능한 투명 패치도 개발한 바 있다. 모두 소재 공정기술을 통해 신소재가 제품으로 상용화될 수 있도록 한 연구였다. 특히 나노기술 에너지 변환 연구실을 이끄는 김동립 교수는 기계 에너지 분야의 소재공정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는 기계 공정기술, 다양한 열교환 기기 개발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시대의 기계공학은 친환경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응용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투명 복사냉각 메타물질 및 공정기술도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메타물질은 유리뿐 아니라 태양전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실험 결과 태양전지의 온도 상승을 크게 낮춰 태양전지의 전기변환 성능을 1.5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공학자에게 가장 큰 보람은 연구성과가 실제 제품에 적용돼 많은 소비자가 사용하는 것입니다. 연구성과들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의 영원한 과제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김동립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투명 복사냉각 메타물질을 다양한 제품에 적용,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품별로 충족되어야 할 요구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도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름에는 더 시원하고 겨울에는 더 따뜻한 유리도 개발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2 봄호(통권 261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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