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회, 한양에서 보는 세 번째 세상
‘갓(God)+생(生)’을 의미하는 신조어, 성실하게 사는 삶을 표현
코로나19로 인해 MZ세대를 중심으로 열풍 지속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난 6월부터 자사 블로그 서비스에 주 1회 일기를 작성하는 ‘주간일기 챌린지(이하 챌린지)'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박희진(원자력공학과 3) 씨는 ‘갓생(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을 실현하고자 네이버 블로그에서 진행하는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박 씨는 “블로그에 일기를 작성하며 나의 일상을 주변인들과 공유하는 것이 재밌고, 갓생을 살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챌린지 참여 이유를 답했다.

▲ 네이버 블로그에서 진행하는 '주간일기 챌린지'는 한 주간의 일상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블로그 기록 루틴 형성을 목표로 한다. 주간일기 챌린지를 통해 네이버 블로그는 갓생 열풍의 대표 SNS로 불리고 있다. ⓒ 게티이미지
▲ 네이버 블로그에서 진행하는 '주간일기 챌린지'는 한 주간의 일상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블로그 기록 루틴 형성을 목표로 한다. 주간일기 챌린지를 통해 네이버 블로그는 갓생 열풍의 대표 SNS로 불리고 있다. ⓒ 게티이미지

 

갓생이란?

요즘 여러 매체를 중심으로 ‘갓생’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갓생은 영어의 ‘갓(God)’과 한자의 ‘생(生)’을 조합한 신조어다. 개인에게 집중하고 목표지향적인 루틴을 세우는 것을 표현하는 말로, 흔히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실천할 때 ‘갓생산다’고 표현한다. 갓생은 아이돌 팬 문화에서 유래한 말로 팬데믹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들은 영어 단어 50개 외우기, 10분 스트레칭 하기 등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하루 목표를 세우고 목표 행동을 꾸준하게 실천하고 있다.

MZ세대의 활발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사용은 갓생 열풍에 힘을 실어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MZ세대 미디어 이용행태’에 따르면 MZ세대는 타인의 게시글 확인, 게시글 작성, 댓글 작성 등 모든 측면에서 SNS 이용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블로그는 갓생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2003년 서비스 출시한 네이버 블로그는 챌린지를 시작하며 지난해 총 3억 개의 콘텐츠가 새로 생성됐다. 전년 대비 약 50% 이상 증가한 수치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또한 ‘갓생’, ‘갓생살기’ 등의 해시태그를 걸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 인스타그램(위)과 유튜브(아래)에 '#갓생'을 검색하면 수천 개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MZ세대는 SNS로 갓생을 전시하며 갓생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 전하연 기자
▲ 인스타그램(위)과 유튜브(아래)에 '#갓생'을 검색하면 수천 개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MZ세대는 SNS로 갓생을 전시하며 갓생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 전하연 기자

 

갓생을 실천하는 한양인

갓생 살기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라클 모닝’이다. 미라클 모닝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자기 계발을 하는 습관이다. 지선정(경제금융학과 2) 씨는 1년째 미라클 모닝을 실천 중이다. 지 씨는 “지난해에 휴학을 결심하며 느슨해진 일상을 바로잡기 위해 친구들과 미라클 모닝 그룹을 만들었다”며 “SNS를 통해 매일 기상 시간을 인증하고 아침 시간을 활용해 운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씨는 갓생 프로젝트로 경제 공부와 운동을 선택했다. 그는 “전공 공부 외에도 경제 공부를 시작하며 주식 투자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며 “건강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 주 3회 필라테스를 시작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갓생은 개인의 이상향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기준을 남에게 두는 것이 아닌 스스로 정한다는 Z세대의 특징을 담고 있다.

 

▲ 갓생을 실천하는 이들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매일 실천할 목표를 설정한다. 갓생은 자기 계발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 게티이미지
▲ 갓생을 실천하는 이들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매일 실천할 목표를 설정한다. 갓생은 자기 계발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 게티이미지

 

갓생 열풍의 명과 암

갓생 열풍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부각됐다. 동아대학교병원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일반 대중의 우울증과 불안 요인의 유병률'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실내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좌절감과 불확실성을 느낀 사람들이 증가했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은 "갓생 열풍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안정을 추구하려는 심리로 발현된 행동 패턴이며, 가치 있는 시도를 추구하는 건강한 트렌드"라 평가했다. 박 씨는 “지난 2년간 비대면으로 수업하며 규칙적인 생활이 어려웠는데 갓생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무기력함을 이겨냈다”며 “코로나19 이후 규칙적이고 목표를 달성하는 삶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에 등장한 용어인 ‘N포세대’에서 갓생으로 신조어가 변하기까지의 시대적 변화도 나타났다. N포세대는 극심한 취업난과 사회 갈등, 심화된 양극화 속에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반영한 신조어다. 포기와 좌절을 내포한 N포세대에서 갓생을 추구하는 세대로의 움직임은 긍정적인 현상이라 평가받고 있다. 다만 갓생의 유행은 자기 계발과 목표 달성에 강박적인 관념을 만들고 성공을 향한 채찍질로 여겨지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예시로, 건강을 위해 갓생을 시작한 이들 중 일부는 과도하게 체중 감량에 집착하는 거식증 문제인 ‘프로아나’에 빠지기도 한다.

 

▲ 갓생은 강박과 완벽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건강한 갓생을 위해 일상 속의 예외를 인정하고 여유를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 ⓒ 게티이미지
▲ 갓생은 강박과 완벽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건강한 갓생을 위해 일상 속의 예외를 인정하고 여유를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 ⓒ 게티이미지

성실하고 계획적인 실천 경향처럼 갓생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루틴 수행 과정에서 ‘강박’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지 씨는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갓생 프로젝트가 어느 순간 강박과 완벽주의로 변질해 되려 불행해지는 사례를 봤다”며 “SNS에 갓생을 전시하기 위해 일상을 꾸며내고 거짓말을 하는 등 본래 취지에서 변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갓생은 최종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함이다. 보이는 삶과 완벽주의로 인한 강박에서 벗어나고 자신만의 기준을 설정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마음을 지킨다면 갓생을 통해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