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소속 수원삼성블루윙즈 감독, 이병근 동문을 만나다
수원삼성의 ‘리얼 블루’, 선수부터 감독까지
이병근 동문의 축구 일대기
유독 파란색이 잘 어울리는 동문이 있다. 바로 K리그 소속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삼성) 감독 이병근(경영학과 92) 씨다. 이 씨가 감독으로 있었던 대구FC(이하 대구)와 현재 감독으로 있는 수원삼성이 각각 파란색, 하늘색을 상징색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삼성의 창단 멤버로 시작해 대구, FC 오버노일란트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 이 씨를 만나 그의 축구 인생을 들었다.
육상부에서 시작한 운동 생활
경남 산청군의 조그만 초등학교에서 발 빠른 아이로 유명했다. 축구부도 없는 학교에서 육상부에 소속돼 운동을 시작했다. 이 씨가 축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12살 때 산청군에서 주최한 축구 대회 때문이다. 그는 “우리 학교는 축구부도 없었는데 시합을 나가기 위해서 6학년 형들을 위주로 선수들을 모집했다”며 “대회에 나가기 위해 학교 축구부가 생긴 것인데, 6학년 형들이 당시 발이 빨랐던 저를 추천해서 축구부에 들어가게 됐다”고 축구 시작 계기를 말했다.
첫 출전에 결승까지 진출했다. 축구가 처음이었던 이 씨가 결승전에서 득점도 했다. “우리 어머니가 장에 가셔서 축구화를 사주셨어요. 그때는 어떤 게 축구화인지도 잘 모르잖아요. 운동화 신고 축구를 했는데, 아들이 대회에 나간다니까 하나 사주신 거예요. 그게 아직도 정확히 기억나네요. 그걸 신고 득점까지 했죠.”
초등학교 축구부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은 이 씨는 더 큰 도시인 진주로 넘어가게 된다. 시골의 발 빠른 아이였던 이 씨는 도시 생활에 벽을 느꼈다. “시골에서 잘한다곤 했지만, 막상 도시에 가니 잘 뛰는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며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기본기 등이 많이 부족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그때부터 전문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양대 축구부는 항상 따뜻한 진주로 동계 전지훈련을 갔다. 그때 감독의 눈에 이 씨가 띄었다. 상경대(현재 경영대학)에 진학하면 학점을 잘 준다는 소문을 듣고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학교생활에 대해 “졸업장을 받기 위해 경영학과에 진학했는데,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며 “야구 박찬호 선수랑 동기였는데 서로 수강 신청도 대신해주고 그랬다”고 웃으며 추억을 회상했다.
특히 한 시험에서의 일화를 공유했다. “시험을 보는데 항상 공부를 안 하니까 적을 게 없어서 이름만 쓰고 나왔었어요. 근데 한 교수님께서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시험지에 쓰라고 하신 거예요. 성심성의껏 썼는데 돌이켜 보면 이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한양대에서는 재밌는 일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쉽게 놓을 수 없던 축구, ‘리얼 블루’ 감독까지
1996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신생팀인 수원삼성에 우선지명을 받아 창단 멤버가 됐다. 약 10년간 수원에서만 350경기를 뛰는 등 기록을 세웠다. 이 씨는 수많은 경기 중 포항과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해당 시즌은 스쿼드가 좋다고 극찬을 들을 때였어요. 근데 포항전에서 옐로카드 누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이 다 빠진 거예요. 다들 우리가 진다고 얘기했죠. 그 말에 부응하듯 전반전은 3:0으로 졌어요. 후반 시작 전에 선수들끼리 ‘해보자’고 격려하며 4:3으로 역전승했어요. 두 번째 골은 헤딩으로 제가 넣었죠. 이 경기가 잊히지 않네요.”
대구에서 은퇴할 목적으로 2년간 열심히 뛰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축구를 놓기란 쉽지 않았다. 이 씨는 “모든 선수가 그러겠지만, 은퇴할 시점이 되면 좀 더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며 “선진 축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일 브레멘에 위치한 FC 오버노일란트에 들어가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경남FC의 조광래 감독의 부름을 받아 첫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경남FC에서 약 3년 간의 코치 생활을 끝내고 수원삼성, 대구 등 선수 시절 몸담았던 구단에서의 코치직을 맡았다. 그러던 중 2020년, 대구의 감독대행을 맡으며 21년에는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간의 경력을 인정받은 이 씨는 수원삼성의 감독직 제안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한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코치직이나 감독직을 하면서 여러 어려움에 놓였었는데, 그때마다 어느 정도 좋은 결과를 가져와서 이런 팀에 올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감독이라는 자리는 책임감이 필요하기에 부담감도 있지만, 잘 해낼 수 있는 그런 자신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원삼성은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의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해 선수단과 코치진은 와신상담해 준비 중이다. 이 씨는 “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전부 엄청난 각오를 하고 있고, 반드시 도약해 상위 스플릿 더 나아가 ACL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는 3위 위로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고 포부를 밝혔다.
“축구는 정답이 없어요”
30년 이상 축구 생활을 한 축구 외길 인생 이 씨에게 축구에 관해 물었다. “너무 어려운데요. 축구는 정답이 없어요. 좋은 전술이 있다고, 좋은 선수들이 있다고 꼭 이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이길 수 있어서 아직도 어렵네요. 선수들과 코치진 등이 잘 융화돼야 경기장에서 더 단단한 팀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느냔 생각을 해요.”
이번해 목표 중 하나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이 씨는 팬들에게“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행복한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는 게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축구를 보여주기 위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 모두가 땀 흘리며 노력 중이니 항상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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