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가브랜드대상’ 문화부문 대상 수상 쾌거
도니제티 ‘여왕 3부작’ 중 하나인 ‘로베르토 데브뢰’ 26일 한국 초연
"많은 사람이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오페라 시장 만드는 게 목표"

                  ▲ 이강호(성악과 84) 동문.
                  ▲ 이강호(성악과 84) 동문.

이강호(성악과 84) 동문이 이끄는 라벨라 오페라단이 지난달 4일 '2023년 국가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문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라벨라오페라단은 지난 2007년 5월 창단된 민간 오페라단으로, 2018년과 2020년에도 국가브랜드 대상 문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라벨라오페라단은 도니제티의 오페라 '여왕 3부작'을 국내에 초연하는 등 오페라 시장을 활성화한 공을 인정받아 이 상을 받았다.

라벨라오페라단은 2015년 오페라 <안나 볼레나>, 2019년 <마리아 스투아르다>에 이어 올해 <로베르토 데브뢰>를 초연해 '여왕 3부작'을 마무리한다. '여왕 3부작'은 영국 튜더가의 세 여왕에 관한 이야기로, 오페라의 거장인 도니제티(G. Donizetti)의 숨겨진 걸작이다. '여왕 3부작'의 마지막 오페라인 <로베르토 데브뢰>는 이번달 26일부터 3일간 예술의 전당에서 초연된다.

국가브랜드 대상을 세 번이나 받으며 국내 최고의 민간 오페라단으로 성장한 라벨라오페라단은 그동안 200여 개의 작품을 제작 및 공연했고, 누적 관객 30만 명을 동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라벨라오페라단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이 씨로부터 그간의 성과와 오페라에 대한 철학을 들었다.

 


'2023년 국가브랜드 대상' 문화 부문 대상을 수상하신 소감은요.

8년에 걸쳐 도니제티의 '여왕 3부작' 오페라를 한국에서 초연했다는 점을 크게 평가해 주신 것 같아요. 한국에서 오페라는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고,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투자 유치가 어려워요. 그래서 오페라단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었죠. 오페라를 사랑하는 분들께 아름다운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이런 큰 상까지 받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 이 씨가 이끄는 라벨라오페라단은 '2023 국가브랜드 대상' 문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 라벨라오페라단
▲ 이 씨가 이끄는 라벨라오페라단은 '2023 국가브랜드 대상' 문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 라벨라오페라단

라벨라오페라단이 국가브랜드 대상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나라 오페라 시장은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 <나비부인> 등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들 위주로 쳇바퀴 돌 듯 공연되고 있어요. 그런데 라벨라오페라단에서는 국내 초연작뿐 아니라 <까마귀>, <블랙리코더>, <불량심청> 같은 한국 창작오페라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이런 도전들에 대한 응원의 뜻으로 큰 상을 주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라벨라오페라단을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2000년도 초에 저는 오페라 가수로 활동했어요. 그 당시 뮤지컬이나 연극, 발레, 영화는 각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잘 운영됐는데 유독 오페라 시장만 정체성을 찾지 못했죠. 오페라 시장을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해 보니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편견과 오해가 많았는데, 짧은 시간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조금씩 개선하면서 공연을 올리는 사이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한국의 오페라 시장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주요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라벨라오페라단은 지속 가능한 오페라 공연을 만들고 오페라가 지닌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 및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력 있는 오페라 가수를 발굴하고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5년 동안 '라벨라성악콩쿠르'를 개최해 왔고, 거기서 선발한 인재들을 '라벨라오페라스튜디오'에서 무료로 교육하고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어린 인재들을 오페라 스타로 키워가는 작업을 꾸준히 하는 거죠.

 

▲ 라벨라오페라단은 오페라 공연 외에 '라벨라성악콩쿠르', 키즈 오페라 제작 등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라벨라오페라단
▲ 라벨라오페라단은 오페라 공연 외에 '라벨라성악콩쿠르', 키즈 오페라 제작 등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라벨라오페라단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 시리즈도 만들고 있어요. 어릴 적에 오페라를 경험하는 것이 미래의 오페라 관객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푸푸 아일랜드>라는 키즈 오페라 시리즈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공연해 오고 있어요. 앞으로는 여러 콘텐츠에 유통과 마케팅까지 도입해 국내 최초로 흥행에 성공한 오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다른 오페라단들과 차별되는 라벨라오페라단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국내 오페라 시장을 개발하려는 노력과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이유는, 오페라의 본질을 간과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라벨라오페라단은 오페라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면서도 오페라가 가지는 예술성을 절대로 잃지 않으려 합니다. 융복합이나 예술 장르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이 보편화됐지만, 오페라의 본질적 예술성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라벨라오페라단의 긍지이자 자부심입니다.

 

라벨라오페라단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우리나라 국민 중 오페라를 관람한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1%도 안 될 겁니다. 오페라는 어렵고 비싸다는 편견이 있는데, 한번 오페라를 관람하면 열혈 팬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오페라도 충분히 대중적인 문화 콘텐츠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달에 초연되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로베르토 데브뢰>는 어떤 작품인가요.

벨칸토 오페라(로시니, 도니제티, 벨리니 3명의 작곡가의 시대에 확립된 전형적인 이탈리아 오페라 양식)의 대표 작곡가인 도니제티의 오페라 중 영국 튜더 왕조시대의 여왕들을 소재로 만든 3편의 오페라를 '여왕 3부작'이라고 합니다.

 

▲ 도니제티의 '여왕 3부작' 중 하나인 '로베르토 데브뢰'가 오는 26일 한국 초연된다. ⓒ 라벨라오페라단
▲ 도니제티의 '여왕 3부작' 중 하나인 '로베르토 데브뢰'가 오는 26일 한국 초연된다. ⓒ 라벨라오페라단

벨칸토 오페라의 특징은 테크닉이 매우 어렵고 고난도여서 노래할 가수들이 한정적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나라 오페라 가수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죠. 그 덕분에 <로베르토 데브뢰>를 비롯한 여왕 3부작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로베르토 데브뢰>의 주인공 엘리자베타, 사라, 로베르토 데브뢰, 노팅험이 들려주는 노래들은 관객들에게 음악으로 압도되는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생각해요. 한순간도 눈과 귀를 무대에서 뗄 수 없는 엄청난 오페라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티켓 가격의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 어떤 의도였나요.

라펠라오페라단은 매년 서포터즈를 모집해 마케팅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포터즈 면접 때 오페라를 본 적이 있냐고 물었는데 실제로 관람한 친구들이 아주 적었어요. 이유를 물었더니 오페라는 너무 어렵고 비싸서 안 봤다고 하더군요. 얼마 정도면 오페라를 보러 가겠냐고 물었더니 2만 원 정도라고 했습니다. 개막공연 하루만이라도 전 좌석을 유료 관객으로 채우고자 티켓 가격을 만 팔천 원으로 정했죠. 그랬더니 3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사실 제작사로서는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지만 티켓 가격의 현실화는 앞으로도 생각해 봐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이 씨는 '라벨라오페라단'을 통해 국내 오페라 시장의 활성화와 대중화를 이루고자 한다. ⓒ 라벨라오페라단
▲ 이 씨는 '라벨라오페라단'을 통해 국내 오페라 시장의 활성화와 대중화를 이루고자 한다. ⓒ 라벨라오페라단

한양대 재학시절은 동문님께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얼마 전 타계하신 고(故) 신영조 성악과 명예교수의 영향으로 성악을 시작했고 한양대에 왔어요. 한양대는 저의 인생을 만들어 준 곳이기도 합니다. 재학시절에는 나름대로 노래 실력도 인정받았죠. 유학을 다녀온 후 한양대 60주년 기념음악회에도 참여했어요. 한양대는 제 인생이기도 하고 오페라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여전히 오페라를 일부 계층만 즐기는 어려운 예술 장르로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오페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모든 예술이 집약된 예술의 결정체예요. 더 많은 사람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오페라 시장을 대중화하고 산업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활성화된 오페라 시장을 제자들이나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게 이번 생에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페라 전용 극장을 만들어 일년내내 공연을 올리고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한양인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나 조언이 있다면요.

오페라는 절대 어렵지 않습니다. 따로 공부할 필요도 없고요. 훌륭한 문화유산이자 다른 어떤 장르보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오페라를 많은 사람이 함께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회를 한양인이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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