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뜻하는 순우리말 '날적이'
날적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다
철학과와 루터스의 날적이
패션, 소품 등을 아울러 과거의 문화를 따라 하는 '레트로(Retro)'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과 다른 과거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과거의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이 대두된 것이다. 한양대에도 과거와 소통할 수 있는 '날적이'가 있다. 날적이는 일기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날적이를 통해 다른 듯 닮은 과거와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철학과와 한양대 응원단 RHooters(이하 루터스)의 날적이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봤다.
철학과 날적이 '디오니소스 연가'
철학과에서는 '디오니소스 연가'라는 제목으로 날적이가 이어지고 있다. 날적이는 현재의 학생들에게도 익숙한 소통 도구이다. 철학과 학생회장 안재민(철학과 2) 씨는 "날적이는 철학과의 실록이자 학생들의 일기장이다"며 "학과 행사 등 평소에 있었던 일을 자주 기록한다"고 말했다. 김한(철학과 3) 씨도 "날적이를 가볍게 읽으며 사람들의 일상을 파악할 수 있어 재밌고 유용하다"고 말했다.
90년대 철학과의 날적이에는 사회적인 문제에 귀 기울인 흔적이 남아있다. "이 나라의 수 많은 젊은이들의 캠퍼스에서 피 흘리며 왜 싸워야 하는가""토론도 없이 무조건 한쪽이 잘못되었고, 우리는 옳다고 하는가?" 등 1996년 학생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그 당시의 관심사를 알 수 있었다.
'철학과'라는 학과 특색에 맞게 철학적 사색을 한 기록들도 남아있다. "나는 어느 후배로부터 '나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고민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후배에게 무어라 얘기를 나누어야 할 지 몰라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책 한권을 빌려주었고 그 뒤로 스스로 많은 사색을 해보며 여러 생각들을 해보았다." 과거의 철학과 학생들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피력하고 서로의 의견을 읽으며 날적이를 토론과 소통의 장으로 이용했다.
현재의 날적이는 생각과 감정을 짧은 글로 기록한 글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도 철학 수업을 복습하거나 철학적 사유에 대해 자기 생각을 기록하는 관습은 여전하다. "제물의 궁극에서 보자면, 제물인 것도 없고 제물이 아닌 것도 없다. 다만 비우고 나를 비우고 자유로워질 뿐이다. 서로의 상처는 왜 깊어져만 가는가. 너는 곧 나이고 나는 곧 나이니, 이를 잊지 않을 뿐이다. 자유로워하다 꿈 속의 나비여, 꿈 속의 장주여." 또한 철학, 사랑, 시험, 군대 등 공통된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의 날적이와 닮아있다.
철학과 전공과목인 '기호논리학'에 대한 언급과 인문과학대학을 가기 위한 158계단에 대한 관심이 꾸준한 점 역시 비슷했다. 최근 날적이에는 08학번의 방문록도 적혀있다. "이 곳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의 사진과 글을 보고 참 많이 웃었네요. 20대 초반 상경해서 철학과에서 보낸 시간들은 행복한 기억 뿐입니다. 하루 하루 행복한 추억 많이 쌓으시고 공부도 열심히 하세요!"
연습의 흔적을 보여주는 RHooters 날적이
루터스의 날적이는 루터스가 지녀온 특색을 잘 담고 있는 자료이다. 특히 연습에 관한 기록이 잘 드러나며 일기장, 방문록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루터스의 과거 날적이를 통해 현재와 다른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하숙집'이라는 단어를 통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대학 생활 문화를 상상할 수 있다. 또한 루터스는 날적이에 연도와 해당 연도 단장의 이름, 학년별 기수를 기록해 두고 있다.
루터스는 현재에도 연습에 대한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기록하며 날적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사진을 함께 첨부하며 그때의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기록한다. 루터스 응원단장 조보라(의류학과 3) 씨는 "현재 날적이는 보통 훈련을 진행하는 날에 각자의 상황이나 기분을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며 "응원단 실을 방문하는 선배님이나 찬조팀들도 방명록 형식으로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 우리의 모습은 달랐지만 결국은 유사했다. 안 씨는 "과거 날적이를 보면서 시대가 많이 변했어도 대학 생활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체감하며 선배들과 유대감,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 씨도 "날적이를 통해 선배들도 우리와 비슷한 20대 초반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의 시대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옛날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날적이에 대한 학생들의 애정은 남달랐다. 조 씨는 "날적이에 각자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내용을 담아 후배들에게 우리의 기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 씨는 "날적이는 선배와 후배를 잇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기에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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