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소비문화, 왜곡된 소셜미디어와 현실 사이의 괴리
MZ세대와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플렉스(Flex)' 소비 문화의 대두
최근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휩쓸리며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하나로 '플렉스(Flex)'라 불리는 소비문화가 등장했다. '플렉스(Flex)'는 1990년대 미국 힙합문화에서 래퍼들이 자신의 성공과 부를 자랑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MZ세대의 래퍼들이 "플렉스(Flex) 해버렸지 뭐야"라는 말을 방송과 노래 가사에 사용하면서 유행에 이르렀다. 이처럼 MZ세대는 21세기를 대표하는 새로운 주인공으로서 최신 소비문화 트렌드를 혁신하고 있다.
소유보다는 경험
MZ세대는 Millennial 세대(1980년 초 ~ 2000년대 초 출생)와 Z세대(1990년대 중반 ~ 2010년대 중반 출생)를 아울러 지칭한다. 이들은 다양한 사회적 영향을 받으면서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세상에 살아간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사회적 변화를 고려해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에도 큰 영향을 준다. 최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물질적 소유보다 색다르며 고유한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외식이나 여가 등 체험 위주 소비의 비중이 많이 차지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투자하는 소비문화가 대두한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바꾸는 소비문화
소수의 영향력과 다수의 패턴
MZ세대가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소셜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정보 콘텐츠 등은 그들의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셜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주목받는 주인공이 된 것이 바로 '인플루언서'다. '인플루언서'가 홍보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많은 대중에게 큰 관심을 이끌며 급속도로 확산한다. 가령 유명 '인플루언서'나 '셀럽'들이 특정 브랜드나 패션 스타일을 소셜 미디어로 공유하는 게시물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다. 대중들은 그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모방한다. 이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런 문화가 우리의 소비 습관과 가치 판단에 함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린 알아차릴 수 있을까?
미묘한 영향력의 함정
이런 소비 현상은 <소득·저축·소비자 행동의 이론>에서 J.S.듀젠베리 미국 경제학자가 제시한 '전시효과'와 맞닿아 있다. '전시효과'란 사회의 소비수준을 바탕으로 타인의 소비 행동을 모방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는 타인과 같거나 유사한 제품을 구매하는 '모방 소비'와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대중의 선택에 힘을 주는 소비 현상인 ‘밴드웨건 효과(편승 효과)’와도 연결된다. 셀럽들과 인플루언서를 통해 공유되는 다양한 유행들은 MZ세대 소비의 정체성으로서 소비 경쟁을 가속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제품 심지어 라이프스타일까지도 따라 하려는 욕망을 느끼게 된다. 이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유발하여 불필요한 소비를 증가시키고 소비 경쟁을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압박 속 심해지는 소비 경쟁
이제 소비는 더 이상 필요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닌 보이기 위한 욕망의 수단으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욕구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 상황보다 과도하다고 볼 수 있는 소비를 늘려나간다. 인크루트의 현대인들의 소비 수준에 관한 생각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당 7명은 지출 부담 탓에 지인과의 만남이 꺼려졌다 답했다. 높은 소비 수준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 사람들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얻는 상대적 박탈감은 상대적 빈곤을 심화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이런 소비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본다.
빠지기 쉬운 욕망의 미로
누군가의 소비 수준이 그 사람의 경제 능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개성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신의 상황을 한참 벗어나는 소비라면 그것이 과연 옳은 소비일까? 르네 지라르 프랑스 문학평론가는 "인간은 본래 무엇을 욕망할지 모르기에 타자의 욕망을 모방한다"라고 주장한다. '르네 지라르'의 말을 토대로 현대의 '과시 소비', '모방 소비' 문화를 돌이켜보면 과연 그 소비가 정말 자신의 만족과 필요에 의한 소비인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 속에 떠다니는 여러 게시물이 우리의 소비에 척도가 되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가치가 중시되는 소비문화를 향해
'미닝아웃'이 말해주는 새로운 가치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재 가치를 반영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바로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문화다. '미닝아웃’은 '믿음'이라는 뜻의 ‘미닝(meaning)'과 '벽장에서 나온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다. 소비를 통해 개인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보여주는 소비 행위다. 대표적으로 타의 귀감이 된 가게의 물건을 구매하는 '돈쭐챌린지'가 있다. 이처럼 자신의 선택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사회적 가치를 이바지하는 소비문화는 새로운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좋은 귀감이 됐다.
건강한 소비문화 구축을 위한 시작점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내가 꼭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들이 사기 때문에,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는 해도 해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고 또 사다 보면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라고 경고했다. 이제는 타인의 소비와 사회적 기준보다는 우리의 가치와 필요에 맞는 소비 습관을 형성할 때다. 인플루언서와 셀럽들의 소비 관련 게시물에 더욱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다양한 탐색을 통해 자신의 소신에 따라 합리적인 소비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방 소비', '과시 소비'에 대한 인식과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면서도 건강한 소비문화를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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