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협하는 예측불허한 재난, 지진…지진 피해로부터 우리는 안전한가

건축물의 약 70%가 붕괴에 가까운 수준 이상의 심각한 손상 발생 예측

한반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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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규모 피해를 유발하는 지진이 발생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지난해 2월 튀르키예-시리아에서 발생한 규모 7.8 지진은 최근 20년 동안 발생한 지진 피해 가운데 여섯 번째로 손꼽혔으며, 9월 모로코에서 발생한 6.8 규모 지진은 인근 지역에서 120년 만에 발생한 이례적인 강진으로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을 낳았다. 2023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 기준 총 1,782회로,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규모 7.0 이상은 2000년 이후 연평균인 15회보다 많은 수준인 19회다.

 

연도별 국내지진 발생추이 그래프ⓒ기상청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Korea Meteorological Administration, KMA)의 ‘2023 지진연보(2024.2.)’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에서는 106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디지털 관측의 연평균 71회보다 다소 많은 수준으로, 1월 강화해역을 비롯한 5월 동해해역, 7월 장수, 11월 경주 등 규모 3.5 이상의 지진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중규모 지진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한반도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여전히 지진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노토반도에서 규모 7.5 지진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등에서 잇따라 강진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번 노토반도 지진은 동해 쪽에서 일어난 지진으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로, 오래된 주택과 건물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지진은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등 직접적인 피해 이후에도 공공시설 파괴 등 추가적인 사회적 피해를 야기한다. 특히 건물 붕괴는 재산상 손실뿐만 아니라 막대한 인명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지진 피해를 막을 수는 없을까.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피할 수 없지만, 철저한 대비로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25년 만에 덮친 규모 7.4의 강진에도 피해가 적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만이 그 예이다. 대만은 1999년에 일어난 규모 7.6의 대지진 이후 건물에 적용되는 내진설계 기준과 특수 설비를 보완하는 등 엄격한 건축 설계 기준으로 세계적인 지진 대비 능력을 갖췄다. 이러한 철저한 대비가 이번 지진 피해를 줄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진 피해로부터 안전할까.

 

지진 피해를 막는 내진설계, 현재 우리나라는?

이강석 건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내진설계에 대해 “1988년 최초 도입 이후 건축법 및 건축구조기준을 통해 건물의 내진설계 규정이 제시되고, 꾸준히 개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경주와 포항 지진을 계기로 내진설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며 “지진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내진설계 의무대상을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에 해당하는 건축물로 확대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내진설계 기준에 대해 “직접적으로 지진 규모나 진도로 설계하지 않는다”며 “지반의 종류, 층수, 지역, 건축물의 목적과 형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내진설계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진설계 기준은 건축물의 내진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정돼 발전하고 있다. 내진성능평가를 통해 설계지진하중에 대한 건축물의 안전성 여부를 평가하고, 지진에 대한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요성과 목적성에 맞게 내진성능수준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강석 교수는 “내진설계를 준수한 건물은 충분한 내진성능을 보유하고 있어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행법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이 교수는 “건물의 내진설계 범위와 기준은 꾸준히 개정돼 새로 지어진 건물과 기존 건물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내진설계가 정립되기 전에 지어진 건물과 지어질 당시에는 내진설계 대상이 아니었지만, 현재는 내진설계 대상에 속하는 경우는 내진성능이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물 내진취약등급 (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철근콘크리트조, 철근콘크리트조 필로티, 조적조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국토교통부가 (사)대한건축학회를 주축으로 진행한 ‘국가 내진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2019)’의 평가 결과에 따르면 내진취약등급* D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건축물은 68%로, 지진으로 인해 붕괴에 가까운 수준 이상의 심각한 손상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구조형식별로는 철근콘크리트조 건축물의 경우는 57%, 철근콘크리트조 필로티 건축물의 경우는 50%, 조적조 건축물의 경우 100%가 D등급 및 E등급의 내진취약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지진취약군에 해당하는 건축물에 특히 심각한 지진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내진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 즉 내진보강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내진취약등급: A등급(기능수행 수준, 경미한 피해), B등급(즉시거주 수준, 소규모 피해), C등급(인명안전 수준, 중규모 피해), D등급(붕괴방지 수준, 대규모 피해), E등급(붕괴수준)

비구조요소 내진설계의 중요성

지진 피해 중 비구조요소 손상에 의한 피해도 빼놓을 수 없다. 비구조요소 내진설계의 중요성은 포항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대학교 건물 외벽 손상을 통해 대두됐다. 비구조요소는 건축물 구조체에 부착되는 것으로 구조부재를 제외한 모든 것을 통칭하는 것으로, 비구조요소 손상에 의한 피해는 중간 규모의 지진에서 자주 관찰된다. 건물 유리 파손, 수도배관 파열, 천장재 탈락, 외벽 마감재 낙하 등 비구조요소 손상은 인명 안전 위협으로 이어진다.

 

이강석 교수는 대학교 외벽 손상 사례를 통해 “대부분 조적조 건축물 및 조적으로 마감한 건축물에서 발생했다”며 “외벽이 무너진 게 아니라 외벽을 마감하고 있는 치장 벽돌이 탈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의 철근콘크리트 건물 자체는 큰 균열이나 피해 없이 멀쩡했다”고 말하며 조적조 건축물의 비구조요소가 지진에 취약함을 짚었다. 그는 “조적공사 표준시방서에 의하면 연결 철물을 설치하거나 일정 높이 이상일 경우, 테두리보 또는 철제 인방을 설치한다. 하지만 피해 사진을 보면 조적 벽돌을 지지할 수 있는 어떠한 철물이나 장치를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건물이 지어진 지 30여 년 동안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이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며 “포항 지진 이후에는 이런 내외장재, 기계 및 전기 설비 등과 같은 비구조요소에 대한 내용이 「건축물의 구조 기준 등에 관한 규칙」과 「건축물 내진설계기준」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마감재 등 비구조요소에 대한 피해는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속한 재난 대응과 복구를 위한 내진보강대책

ⓒ클립아트코리아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이강석 교수는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내진설계에 대한 규정이 강화됐다”며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은 강화된 안전 기준에 따라 내진설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내진설계가 정립되기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최신 내진설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내진보강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내진보강대책은 도로, 철도, 항만 등의 국가기반시설과 학교 등과 같은 기존 공공시설물의 내진성능 향상을 위해 행안부에서 수립하는 5년 단위 ‘내진보강기본계획’에 따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수립하는 시행계획이다. 현재 「지진·화산재해대책법」 제15조(기존 시설물의 내진보강기본계획 수립 등)에 따라 공공시설물에 대해 3단계(’21~’25)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추진 중으로, 2035년(5단계)까지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을 완료할 예정이다.

 

연도별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율 현황ⓒ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내진보강대책 추진으로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78.1%로 전년보다 3.0%p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민간 건축물 내진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 교수는 “민간 건축물은 내진보강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약 15.8%의 건축물만이 내진성능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공공 건축물의 내진보강 활성화뿐만 아니라, 민간 건축물의 내진보강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진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으로, 갑작스레 우리를 위협하고 피해를 수반한다. 예측불허한 재난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지진방재에 집중해야 한다.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민간 건축물의 내진보강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신속한 재난 대응과 피해 복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엄격한 기준 아래 철저한 대비는 지진 피해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편 행안부는 다양한 지진 안전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지진안전 누리집(지진안전.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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