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공기전지,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높은 에너지밀도와 낮은 폭발 위험성
폴리아크릴산 나노섬유와 독자적인 전기 방사 기술을 활용한 제조 과정
"함께 연구하는 사람들의 비전과 열정이 끊임없는 연구의 원동력"
한양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이 함께 설립한 HYU-KITECH 공동학과 대학원의 윤기로 교수 연구팀이 지난 7일 ‘아연공기전지용 복합 겔전해질'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윤 교수뿐 아니라 최선진 신소재공학부 교수, 기계공학과 최준명 교수와의 공동연구로 이뤄졌다.
아연공기전지는 스마트워치, 헬스케어 밴드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에너지저장 장치에 주로 사용된다.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발화 위험이 없어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이차전지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공기 중 산소를 양극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물이 쉽게 증발하고, 물이 증발하면 전지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윤 교수 연구팀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연공기전지용 새로운 복합 겔전해질을 개발해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이차전지 상용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새로운 기술 개발로 미래 기술의 더 나은 발전을 이끈 윤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복합 막 구조를 활용한 아연공기전지
이번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근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에 적용되는 전해질막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연료전지는 고온, 고습, 가압 환경 등 가혹한 조건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전해질막 속 내구성이 매우 중요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공성 지지체(고체 표면에 미세한 구멍들이 많아 촉매나 흡착제와 같은 물질이 넓은 표면적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구조물)에 이온 전달 능력을 갖춘 고분자가 포함된 강화 복합 전해질막 기술을 연구해 왔습니다.
연료전지와 공기전지에 사용되는 전해질막 고분자와 이온 종류는 다르지만 수계 전해질을 사용하며 이온 전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해당 유사성에 주목해 새로운 공기전지의 복합 막 구조를 제안했죠.
아연공기전지는 이차전지 대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해당 전지의 특성과 강점은 무엇인가요.
아연공기전지는 이론적으로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3배 이상의 높은 에너지밀도를 가지며 물 기반의 전해질을 사용해 폭발 및 화재 위험성이 적습니다. 아연 자체도 풍부하고 저렴하며 산소를 양극으로 직접 활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장점도 있고요. 이런 특성들 때문에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 기술과 비교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개선점은 무엇인가요.
기존 아연공기전지 연구에서는 주로 폴리비닐알코올(PVA)라는 친수성 고분자를 이온 전달 매개체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PVA는 물 흡수율이 낮고 수분이 금방 빠져나간다는 단점이 있어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물을 함유한 하이드로겔 기술이 개발되긴 했으나 내부 기공 구조가 불안정해 이온 전달이 제대로 안 되거나 수분이 빠르게 손실된다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자체 중량의 수백 배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고분자 수지인 폴리아크릴산(PAA) 나노섬유를 활용했어요. 해당 나노섬유에 독자적인 전기 방사 기술을 활용하고 교차 정렬해 제조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수분층은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온전도도가 크게 향상된 겔전해질을 개발했어요.
높은 안정성과 성능을 동시에, "아연공기전지용 복합 겔전해질" 개발 과정
이번에 개발하신 '아연공기전지용 복합 겔전해질' 에 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연공기전지는 전통적인 이차전지와는 달리 대기 중 산소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아연공기전지가 작동하려면 양극과 음극 사이에 이온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전해질이에요. 이번에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사용할 유연한 공기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분리막과 액체 전해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고분자 겔전해질을 연구했고, 특히 장시간 동안 형태와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반고체형 하이드로겔을 활용했습니다.
아연공기전지에 사용된 '겔전해질' 의 주요 특성과 이점은 무엇인가요.
아연공기전지에 활용되는 겔전해질은 고흡수성 나노섬유와 고분자 수지를 결합한 복합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복합 구조는 높은 수분 유지력과 뛰어난 이온전도도를 제공해요. 이를 통해 전지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으며 기존 겔전해질에 비해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PAA 나노섬유를 교차 정렬하는 전기 방사 기술의 핵심 작동 원리는 무엇인가요.
전기방사는 고분자 용액에 전기장을 가해 고분자를 긴 섬유 형태로 만드는 기술이에요. 전기장이 고분자 용액의 내부에 전하를 모이게 함으로써 노즐에서 용액이 뿜어져 나와 나노섬유가 형성되는 구조입니다.
절연체를 노즐과 기판 사이에 잘 배치하면 전기장 형성에 영향을 주어 나노섬유의 정렬을 잘 유도할 수 있습니다. 기판의 회전을 통해 교차 정렬된 구조의 나노섬유는 이온 전달 경로를 더욱 정교하게 해 전해질 성능을 크게 향상할 수 있어요.
해당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우리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우선 폭발 및 화재 위험이 없는 안전한 전원 공급이 가능해지죠. 이는 웨어러블 기기뿐 아니라 전기차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거예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잖아요. 현재 활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발화 및 폭발 문제는 전기차의 주요 안전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아연공기전지는 이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어요. 나아가 아연공기전지는 물 기반 전해질을 활용하기 때문에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결과적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매 순간 알차게 보내길"
교수님께서 오랜 시간 연구를 지속하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그건 분명 함께 연구해 온 동료 연구자들과의 신뢰와 협력인 것 같아요. 많은 분과 협력하는 과정은 혼자 연구할 때보다 훨씬 더 즐겁고 지치지 않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해줘요. 또한 저와 함께 비전을 공유하며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연구를 이끌어가는 학생들을 볼 때면 그들의 성장이 저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돼요.
그 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탄소중립과 차세대 에너지 기술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와 수전해의 성능 및 내구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극 촉매, 전해질막 등의 핵심 소재와 부품 기술에 큰 관심이 있어요. 이번 연구처럼 차세대 이차전지 분야에 대한 개발 연구도 계속하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연구를 계속해 나갈 한양인들에게 격려 및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한 연구실 학생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어요. 그 학생은 생활용품을 다루는 기업에서 근무하며 고흡수성 수지에 대한 경험을 쌓았고, 해당 소재가 아연공기전지에 유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거죠. 그 작은 아이디어가 결국 이번 성과의 중요한 키가 됐어요.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떠오른 발상이 새로운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연구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동료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혁신을 선도하게 될 수 있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멀리 나아갈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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