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새로운 학위복 탄생

검정 가운과 검정 사각모. 어느 졸업식장에 가도 다 똑같은 풍경을 보게 되는 데에는 1년 혹은 4년에 한 번 뿐이기에 그만큼 신경을 못 쓸 수밖에 없다는 변명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졸업의 의미가 단순히 졸업장만 받는 것이 아니듯 학위복은 특정한 날만의 유니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미 자신들만의 학위복을 만들어 입고 있는 타 대학을 부러운 시선으로 봐야 했던 한양인들에게 우리 대학만의 특별한 학위복은 꽤 오랜 숙원이었다. 한양의 새로운 전통과 명예를 세울 ‘우리만’의 새로운 학위복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2011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부터 활용된 이 학위복은 한양대만의 정체성을 담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디자인에 한양의 UI가 녹아있다는 이야기다. 색상부터가 푸르다. 바로 학교의 교색을 반영한 것이다. 이 정도는 이미 타 대학에서도 하는 것. 하지만 어깨와 전면부로 흘러내리는 ‘HY’라는 텍스트 이니셜은 차원이 다른 특별함을 부여한다. 왼쪽 가슴에 동그랗고 선명한 학교의 로고가 완성의 정점을 찍어준다. 너무 화려해서도 그렇다고 너무 뻔해서도 안 되는 학위복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한양의 역사와 함께 꽤 오랜 시간을 함께할 학위복의 신선함이 식상함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한다. 우리 대학 동문이 디자인했기에 더욱더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학위복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1. 우리대학을 상징하는 파란색
2. 'H'모양의 견장
3. 'Y'자 형의 전면부
4. 깔끔하고 선명한 학교 로고
5. 심플하게 변신한 모자

 


INTERVIEW
학위복 디자이너 | 한뉴만 동문

 

 

   
한뉴만 동문
생활과학대학 의류·04
(현)제일모직 디자이너

Q1 학위복 디자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우리 대학에 대한 자부심이 컸는데, 졸업할 때 특색 없는 검은색 학위복을 입는 게 아쉬웠습니다. 학교 디자인경영센터장인 이연희 교수님의 제안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어, 국내·외 타 대학의 경우를 많이 조사해보았는데 학위복 자체에서 크게 바꿀 수 있는 요소는 많지 않더군요. 그러면서도 최대한 우리 대학만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하고 다른 학교가 기존에 보여줬던 디자인과는 다른 우리만의 학위복을 만들고 싶어서 학위복뿐 아니라 트렌치코트나 야구점퍼 같은 다른 옷들도 많이 리서치 했었습니다.

Q2 디자인에 담고 싶었던 콘셉트가 있다면?

오래전부터 우리만의 학위복을 갖고 싶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꽤 있었기 때문에 학위복에 우리 학교를 상징할 수 있는 요소가 최대한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학교를 상징하는 요소를 많이 넣을수록 학위복 자체에서 느껴져야 하는 졸업 가운의 권위나 전통적인 요소가 손상될까 염려스럽기도 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대학들이 학위복을 바꿨는데 전통 복식의 디자인을 채택한 성균관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들이 디자인의 큰 변화 없이 학교 고유의 색상으로만 학위복을 바꾸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 그런 경우죠. 그래서 여러 요소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콘셉트를 잡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결국 초기 콘셉트를 잡은 후 디테일의 변화를 준 10여 개 디자인 중에서 대학 상징성이 좀 더 높은 디자인이 최종 채택되었습니다. 핵심 콘셉트는 한양의 이니셜인 HY를 의복의 구성요소에 녹여서 보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H’ 모양을 트렌치코트 등에서 볼 수 있는 견장 형태로 추가하였고, 네크라인부터 여밈까지 배색을 넣어 전면부에 ‘Y’를 표현하였습니다. 학교의 이니셜이 옷에 들어간다는 발상 자체가 자칫하면 가벼워 보일 수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고 견장의 크기나 배색 등은 기존의 학위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했고, 컬러에 대해서는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조정을 해주셨습니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과정을 거쳐서 최종 확정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Q3 학위복 제작에 참여한 소감은?

학위복을 디자인해 달라는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제 디자인이 채택이 되지 않더라도 이 자체가 영광이라 생각했습니다. 졸업생으로서, 모교 후배들이 제가 디자인한 학위복을 입고 졸업한다는 것이 생각만으로도 큰 영광이고 학교에 뭔가 조금이나마 기여를 한 기분입니다.
한편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학생들이 학교를 변화시킬 소통창구도 많아지고 학교 역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서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애정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위복 하나만으로는 큰 변화를 이룰 수 없겠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한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하나가 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4 디자이너로서 앞으로의 진로나 포부는?

작게나마 개인 브랜드도 운영해보았고, 지금은 회사에 다니면서 디자인 이외에도 기업의 디자인실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배우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지금은 내셔널브랜드 안에서 제 디자인을 보여주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최종적으로는, 제가 누군가의 디자인에 감동하고, 영감을 받았듯이 저 역시 제 디자인을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꾸게 하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제가 어디에 있든 그곳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주변의 모든 걸 배워가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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