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크기와 상관없이 늘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
무대와 강단 사이 균형…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 주고파"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는다, 다양한 경험을 쌓기를”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김지현(캐슬린 킴) 성악과 교수가 솔오페라단 <리골레토> 무대에 다시 섰다. 2017년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지 8년 만에 ‘질다’ 역으로 돌아온 그는 “시간이 흐른 만큼 질다의 감정선이 더 깊어졌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빅토르 위고의 희곡 <왕은 즐긴다>를 원작으로 한 리골레토는 권력과 욕망, 그리고 부정한 세상 속 부녀의 비극을 그린다. 방탕한 공작과 그에게 딸을 잃은 광대 리골레토의 복수극을 중심으로 사랑과 운명이 교차하는 서사는 초연 이후 170여 년간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재해석돼 왔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김 교수의 예술 철학 

▲ 김지현(캐슬린 킴) 성악과 교수가 오페라 리골레토 리허설에서 '질다'를 연기하고 있다. ⓒ 김지현 교수
▲ 김지현(캐슬린 킴) 성악과 교수가 오페라 리골레토 리허설에서 '질다'를 연기하고 있다. ⓒ 김지현 교수

<리골레토>는 비극적인 서사 속에서도 대중적으로 친근한 음악이 인상적이다. 김 교수는 이번 무대가 오페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입문하기에 좋은 작품이다"며 “음악이 스토리와 잘 어우러져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객들이 ‘오페라가 이렇게 재미있었어?’라는 마음을 갖게 하고 싶다"며 "오페라를 널리 전파하는 무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무대에서 김 교수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질다를 표현했다. 현대적으로 연출됐던 8년 전과 달리 전통적인 버전의 무대에 오른 것이다. 그는 “나 또는 연출자가 그리는 질다의 모습이 있더라도 상대 배우가 보여주는 캐릭터에 따라 내 감정도 달라지곤 한다”며 “매 순간 새로운 질다가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활동한 경험은 김 교수의 음악 인생에 큰 영향을 줬다. 그는 “그곳에서는 모두가 프로의식을 갖고 완벽한 무대를 위해 협업한다”며 “그런 시스템 속에서 나 역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늘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성악가로서 한결같이 지켜온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꼽았다. 무대의 크기와 상관없이 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만의 원칙이다. 그는 “예전에 작은 로컬 오페라에서 단역을 맡았는데 무대에서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며 “관객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 후로는 항상 ‘관객에게 미안하지 않은 공연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김 교수의 오페라 이야기

▲ 김 교수가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오페라를 연습하고 있다. ⓒ 김지현 교수
▲ 김 교수가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오페라를 연습하고 있다. ⓒ 김지현 교수

이번 무대는 김 교수에게 복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예전에는 소프라노 캐슬린 킴으로서 무대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교수로서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번 공연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5년부터 한양대 성악과에서 후학을 양성해 왔다. 한양대 성악과의 강점을 묻자 그는 “숨은 보석 같은 학생이 많다”며 “학생들이 음악을 순수하게 대하는 모습이 가장 큰 자랑이다”고 답했다. 이어 “해마다 한 편씩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며 실전 경험을 쌓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대와 강단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김 교수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균형을 맞춘다. 그는 “강의하다 보면 목을 많이 쓰게 돼서 오페라 공연이 있을 때는 수업 일정을 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항상 신경 쓴다"며 “오페라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국 성악계의 발전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 콩쿠르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며 “한국의 문화가 아님에도 오페라를 향한 학생들의 열정이 크다는 사실이 늘 놀랍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성악과 학생들에게 “오페라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며 “돌아오지 않는 대학 시절 무엇이든 배우고 경험하려 노력해라”고 조언을 남겼다. 이어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며 “항상 배우는 자세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준비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키워드

'한양위키' 키워드 보기 #SDG4 #SDG17 #SDG16 #김지현 #성악과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