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동문이 뛴다 31

 "흐름을 읽고 앞선 기술을 익히면 '리더'가 됩니다"

 모바일 솔루션의 생명은 '신속성'과 '정확성


(주)엠비존 대표이사 허춘호 동문 (사회 89년졸)

 

 최근 대선을 앞두고 선거문화에 있어 과거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을 이른바 '미디어 선거'와 잦은 '여론조사'로 꼽는데 아무도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소수점을 다투며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해 온 여론조사에 당사자인 후보진영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첨예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먼 옛날 거북이의 등껍질과 별자리가 말하던 '모호한' 미래는 이제 과학을 통해 '짐작가능한' 미래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휴대폰 보급률이 90%를 육박하게 됨에 따라 무선망을 이용한 여론조사가 기존의 유선조사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IMT2000으로 휴대폰에 동영상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대인 면접조사도 무선망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는 앞선 전망도 나온다. 국내 최대의 모바일 서베이 업체를 자임하는 (주)엠비존의 대표이사, 허춘호(사회 89년졸) 동문은 휴대폰을 이용한 여론조사의 최대 장점을 신속성과 정확성이라고 소개한다.

 

 모바일 서베이의 생명은 '신속성'과 '정확성'

 

 "지난 해 9월 어느 날, 오전 11시 즈음에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미국의 국군 파병 요청에 대해 여론을 파악해 달라는 의뢰를 모 방송사에서 해왔습니다. 오후 2시에 조사를 시작해서 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오후 5시에 방송사에 전달했고, 이 내용은 당일 9시 뉴스에 보도됐습니다. 경쟁사인 타 방송국에서도 같은 날 동일한 조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이는 갤럽이 하루 전에 조사한 내용이었죠. 타 방송국에서는 최근 자료임을 강조하려고 '어제 조사한 자료입니다' 라고 멘트가 나갔지만 저희에게 의뢰한 방송국은 '오늘 오후에 조사한 결과입니다'라는 멘트가 나간 적이 있습니다."

 

   
 

 모바일 서베이는 기존의 유선전화 조사로는 하루가 꼬박 걸리는 결과를 단 2시간만에 이끌어낼 수 있을뿐 아니라, 낮 시간 재택률이 낮은 20-30대 젊은 층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히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당선자를 실제 득표율과 거의 유사하게 예측함으로써 그 진가를 과시한 바 있다. 엠비존의 경우, 연령과 성별 그리고 지역별로 전국 100만 명의 응답패널을 구축하고 있기에 특정 계층을 겨냥한 조사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모바일 서베이에 대해 허 동문은 결코 '틈새'가 아닌 '메인(main)'을 지향하는 사업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즉 이미 검증된 유선조사의 대체 가능성 외에도 동영상 면접조사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까지도 그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흐름을 읽고 철저하게 검증한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50-60대 이상 고령층의 휴대폰 보급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100만 정도의 한정된 패널로부터 표본을 추출함으로써 완벽한 대표성을 갖기 힘들다는 단점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허 동문은 한국조사연구학회 등의 학술단체와 함께 공동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모바일 서베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가 미디어리서치에 근무할 때, 인터넷을 이용한 서베이 팀을 꾸린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는 인터넷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던 때였죠. 그런데 인터넷 활용이 특정 연령대에 치우치는 등,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야기됐습니다.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학계에 있는 분들에게 각 단계마다 검증을 받아가며 사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업계 쪽의 욕심만 키우기보다는 이뤄낸 성과를 검증받고 보완점을 교수들과 함께 논의해 가고자 하는 것이지요."

 

   
 

 '미디어 리서치', 전자상거래 업체인 '한솔 CSN' 등 마케팅 리서치 분야에 10여 년간 근무했던 허 동문이 모바일 서베이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기존 설문조사 방법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후 유선과 인터넷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어떤 통신 매체보다 보급률이 높은 휴대폰에 주목하게 됐다는 것이 허 동문의 설명이다. 이에 그는 2000년 초반에 미디어리서치를 나와 한솔 CSM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모바일 리서치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그 후 허 동문은 모바일 솔루션 전문업체인 '텔코스'의 이사를 지내면서 전문경영인 수업을 받고 올해 9월 독립적인 법인을 세운 것이다.

 

 '제 4의 물결'은 모바일이 주도한다

 

 허 동문이 구상하는 모바일 사업은 동영상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광고와 쇼핑까지 아우르는 마케팅 토털 솔루션을 구축해 3-5년 안에 당당히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다. 한 마리도 모바일을 이용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관심의 대상으로 두고 있는 것이라 그는 설명한다.

 

 "최근 '인터넷'이라는 큰 웨이브가 세상을 움직였다면 앞으로의 대세는 모바일이 될 것입니다. 시각에 따라 길거나 짧게 볼 수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모바일에 의한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것이지요. 이를 이용해 마케팅과 광고, 쇼핑을 이끌어 가면서 사회변화에 발맞춰 갈 것입니다."

 

   
 

 본교에 사회학과가 설립된지 오래지 않아 입학한 허 동문에게 있어 사회학은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사업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사회학을 배우다 보면 다양성을 배울 수 있게 되는데 마케팅 조사에서 결과가 나오면 그 인과관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종합하면서 의뢰인이 보지 못했던 것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연한 생각과 분석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사회통계나 조사방법론을 충실히 배운 것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노라 회고하는 허 동문이다.

 

 허 동문은 대학에 재학중인 후배들을 만나면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시각을 가져라'라고 강조한다. 기존의 조사 방법에만 매달리다 보면 사회에 진출해서도 결코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선도적인 기술 습득에 게으르지 않으며, 이를 학술적으로 철저히 검증해 가는 허 동문의 삶은 초유의 취업대란에 직면한 졸업 예정자들에게도 매우 유효한 '솔루션'이 되지 않을까? 그의 건승을 기원한다.

 

서용석 학생기자 antacamp@ihanyang.ac.k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허춘호 동문은 1989년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쌍용그룹에 입사, 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3년 동안 담당했다. 이후 1992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입사했다. 마케팅리서치 부장으로 전자와 정보통신분야의 리서치를 주로 맡아 진행했으며, 야후와 공동으로 인터넷리서치 회사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한솔 CSN'와 모바일 솔루션 전문 업체인 '텔쿼스'의 이사를 거쳐 올해 9월 모바일 마케팅 전문업체인 (주)엠비존C&C를 설립, 현재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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