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포집으로 뜨거운 지구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다

이산화탄소 온실에 갇혀 달아오르고 있는 지구. 자연의 경종이 쉼 없이 울리는 가운데 세계 환경 당국은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대대적인 환경혁명을 준비 중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절약, 산업시설의 환경 기준 강화 등 다양한 정책도 내놨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대학 이영무 교수(에너지공학과) 연구팀이 연소 후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는 기술로 지구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성능과 가격 경쟁력 모두 독보적인 이산화탄소 분리 기술

“미세먼지 잡아내는 공기청정기처럼 공기 중 온실가스를 걸러낼 수는 없을까?” 이러한 바람이 이영무 교수 연구팀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 이 교수가 이끌고 있는 ‘분리막 연구실’은 지난 2007년 연소 후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플라스틱 분리막, ‘이산화탄소 분리용 고투과성 고분자 중공사막(이하 TR 고분자 분리막)’을 개발했다. 이 교수팀의 연구 발표 이전에도 많은 연구팀들이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연소 후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 분리를 시도했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은 이산화탄소와 염기성 물체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고체 침전물로 변형시키는 기술인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장시간 동안 섭씨 110도 이상의 열이 필요하다는 것. 그만큼의 열을 내려면 적지 않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또다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와는 거리가 먼 방법이다. 또한 침전물을 여과하는 데 막대한 부지가 필요하므로 실용화에 한계가 있다. 

반면 이 교수팀이 개발한 TR 고분자 분리막은 이러한 문제점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한 것. 이 교수팀은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이미드’를 가공·변형해 ‘폴리벤족사졸’이라는 투과막을 만들고 이를 섭씨 450도에서 다시 가공했다. 열처리 과정에서 투과막에 입구 지름이 0.38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이며 갈수록 좁아지는 깔때기 모양의 구멍이 생기는데 기체 분자 중 이 구멍보다 작은 것은 이산화탄소(약 0.33나노미터)뿐이어서 기체 앞에 투과막을 배치하면 이산화탄소만 분리할 수 있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TR 고분자 분리막은 ‘셀룰로오즈 아세테이트’ 등의 기존 분리막 소재에 비해 500배 향상된 분자 투과 성능을 보이며 여타 기술보다 작은 공간에서 500배나 빠르게 이산화탄소를 분리한다.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 또한 기존의 1톤당 100달러에서 톤당 20달러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이산화탄소 포집 분야에서 기초·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 이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TR(Thermally rearranged) 고분자 분리막을 이용한 기체분리’라는 제목으로 2007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이전으로 상용화 초읽기

현재 이 교수팀의 이산화탄소 분리 기술은 해외 기업과 함께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2009년 7월 30일 글로벌 기업 ‘에어 프로덕츠(Air Products)’와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고 기술특허 확보와 후속연구, 상용화 및 국내 사업화에 공동협력하고 있다. ‘에어 프로덕츠’는 연간 15조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체 분리막 및 정보전자 소재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기술이전을 통해 현재 상용화된 질소생산막과 천연가스 중 이산화탄소막을 대체하기 원하며 아울러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신규 분야에 진출할 예정이다.

 

   
▲ TR 고분자 분리막은 깔때기 모양의 미세 구멍으로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만을 걸러낸다.  

‘에어 프로덕츠’와의 기술이전 및 사업화 추진으로 우리 대학은 약 300억 원으로 기술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대기업 및 벤처기업과도 TR 고분자 분리막의 국내 생산을 진행 중이며 해당 기술을 자동차, 배터리 등 에너지 분야에 활용하는 공동 연구 진행 등 국내외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의 협약을 통한 금전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우리 대학 연구팀의 성과가 세계무대에서 상용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점이 고무적이다. 그리고 더욱 값진 결실은 앞으로 전개될 전방위적 환경혁명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며 지구 환경 개선 사업에 우리 대학 연구진이 기여하고 있다는 것일 테다.

 

 

 

HyperText 1. 이산화탄소, 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가?

태양에서 지구로 오는 빛 에너지의 약 44%가 지표면에 도달하며 지구는 도달한 빛 에너지 중 일부를 적외선 형태로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적외선 파장의 일부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흡수해버리면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는 것.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 오존 등 다양한 기체가 섞여 있다. 다른 기체는 산업시설에서 배출 정도를 통제할 수 있으며 포집 후 다른 물질로 전환하거나 분해할 수 있는데 반해, 이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한 물질 구조로 되어 있어 다른 물질로 전환하기가 어렵다. 또한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데 에너지 생산에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방대하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이산화탄소의 비율은 80%이기 때문에 결국 온실가스 감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과 같다.



HyperText 2. 지구 온난화를 막는 새로운 대안,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 이미지출처: Scottish Centre for Carbon 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은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배출하기 전, 고농도로 포집한 후 압축·수송해 지하 1,000미터 이하의 대염수층 등 안전한 곳에 저장하는 기술로 이산화탄소 발생량 감축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발전소, 제철소와 같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방대한 산업시설에 적용될 예정이며 202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세계 각처에서 연구, 개발 및 인프라 확립에 힘쓰고 있다. 현재 국내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연간 약 6억 톤이며, 2020년에는 8억 톤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여, 정부에서는 이를 현 수준인 6억 톤으로 약 30%가량 감축할 목표를 세워 놓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NTERVIEW 이영무 교수
“미래 환경·에너지 사업에 주축이 될 분리막 기술을 주목해주십시오.”

 

   
이영무 교수 
우리 대학에서 공학사(1977), 공학석사(1979) 학위 취득 후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우리 대학 에너지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분리막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Q1 30여 년 전부터 분리막 연구를 진행해오셨는데요,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한양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1977년 분리막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애초의 바람은 바닷물에서 염분을 걸러 식용수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해수 담수용 역삼투막, 폐수처리용 분리막, 생체에 쓰는 분리막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시작했지요. 당시 지도교수였던 故김계용 교수님께서 고분자 분리막 분야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선견으로 연구의 물꼬를 터 주셨습니다.

Q2 2007년 TR 고분자 분리막을 이용한 기체분리 연구 결과 발표 후, 이미 2004년 첫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히셨는데요, 신기술 개발에 성공하고도 3년 후에나 발표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TR 고분자 분리막 연구를 진행하면 할수록, 이 기술이 환경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일수록 결과를 입증하고 특허를 받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우리 연구진은 더욱 완벽한 결과를 내놓기 위해 장기간 반복 실험을 통해 성과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미국, 호주의 관련분야 연구진과 협력해 연구 결과를 보다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결과를 재확인하는 동안 우리 연구진이 가장 예민하게 신경 써야 했던 부분은 바로 ‘보안 유지’였습니다. 특히 우리 연구팀의 정철호 연구원의 박사과정 논문들이 연구에 큰 보탬이 되었는데 보안 유지 문제로 이를 SCI(과학기술분야 학술잡지에 게재된 논문) 논문으로 많이 게재하지 못했다는 점이 무척 미안합니다.

Q3 연구 발표 당시 국내외 관련분야에서의 반응은 어땟나요?

발표 당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국내 기업의 반응 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수처리 분리막을 주로 생산, 응용했기 때문에 기체 분리막이 생소했고 이와 관련한 기술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이 기술의 중요성을 아는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 연구진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며 먼저 접촉을 해오더군요. 그중 5개 업체와 1년 반 동안 협상을 진행하였고 2009년 에어 프로덕츠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습니다. 현재는 국내외 기업들에서도 고분자 분리막 응용 분야를 포함한 유사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업체와는 자동차, 배터리 등 에너지 분야에 응용하는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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